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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소방관 Jul 11. 2020

같지 않은 죽음

스스로 결정짓는 비극


하루 온종일 자살 이야기다. 


뉴스에 신문에 인터넷에...



보통 일이 아니긴 아닌가 보다.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그랬을 거란 말은 많은데 


굳이 지금에 꺼내 말하긴 그렇다.



 인사발령으로 고향(?)인 낙동강 수상구조대로 다시 가게 되었다.


개청 때부터 몸담았다가 1년 넘게 잠시 기장 소방서로 나왔다가 다시 간다. 


말 그대로 다시 돌아간다는 느낌이 진하다.



월요일부터 출근인데 주말이겠다 개인 물건이나 가져다 놓으려고 나섰다.


가서 보니 출동 나가고 아무도 없다.


잠긴 사무실 문 비번 물어보려 전화했더니 자살자 수색 나갔단다.


여전하구나... 여기는



 2년 전 내가 있을 때도 그랬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수시로 물속 들락 거렸다.



자기 목숨 버리는 마음을 먹고 달려드는 자를 우리는 막아서야 했다.


못 막고 나면 찾아야 했고, 못 찾으면 허탈해 했다.


몸이야 일을 하지만 속으로는 그러는 사람 원망도 한다.



당최 왜 그러느냐고.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 이랬는데 굳이 왜 그러냐고 말이다.



서너 시간 지나자 물 위로 떠 오른 주검을 인양했는 무전이 들린다.


혼자 직원들 기다리는 사무실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고민이 깊어진다.



일이 그러하여 하긴 하겠지만 어딘가 가라앉아 있는 사람 찾기란


어디 보통 일인가?


물속 드나드는 일은 좋아야 한다만 시커멓고 험한 낙동강 바닥 기어 다닐 생각하니 


벌써부터 음산하다.



해야 할 일이고 나쁘지도 않다.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그렇게 뛰어내리는 사람들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2년 전 자살 관련 단편영화 하나 만들어봤다.


영화감독 나름 꿈이었는데 평생소원 이뤄볼 거라고 물어 찾아간 


영화의 전당에서 3달 동안 배우고 내가 쓴 각본에 내가 감독한 데뷔작(?)이다.




그때 나름 진지하게 접근하고자 주제를 소방관의 자살로 정했는데


지금 보니 어둡고 슬퍼 내 성격에 안 맞는 거 찍었나 싶다.


https://youtu.be/Qyhje7aCqYs


어쨌든 뭐든 살고 볼 일이다.


비참하고 아니꼬워도 살고 나서 생각할 문제다.




하지만 장례 대통령 될 뻔한 분이 그러할진대 


범부들은 자기 목숨 더 가벼이 여길까 두렵다. 




"인간은 자기가 갇혀 있는 감옥의 문을 두드릴 권리가 없는 죄수다. 


인간은 신이 소환할 때 가지 기다려야 하며 스스로 생명을 끊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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