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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Aug 19. 2022

스타일리시함이란

진정한 멋에 관하여

패션을 배우고 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전공을 택하기 전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다지 옷에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다른 디자인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집안 형편상 미술을 배울 수 없었다.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 부모님은 대입 미술 실기는 창의력을 갉아먹는 제도라고 여기신 탓에 미술을 배울 수 없다 보니 차선책으로 실기 없이 갈 수 있는 유일한 학과인 의상학과로 오게 되었고, 어찌어찌해서 지금까지 근근이 먹고 살 정도는 되었다.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대학 때부터 관심도 없던 패션의 세계에 반강제로 눈을 뜨게 되었는데, 신입생 때를 생각해 보면 세상 희한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한 몇몇 동기들, 선배들을 보고 신입생 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패션디자인 학과생이라는 뭔지 모를 네임택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나 같지 않게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다. 하지만 유행을 따라 멋을 부리거나 튀게 입는 스타일은 낮을 많이 가리고 지극히 수줍음 많은 내 성향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다. 남의 눈에 그다지 띄고 싶어 하지도 않았고 일단 입는 순간 불편하면 자연스레 손이 가지 않는 편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지극히 편안한, 나다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업계 안에서든 외부에서든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면 아무리 패션에 관심이 없다 한들 누구나 본인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모르게 느낀다. 스타일이라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을 대표하는 무언가 임에는 확실하지만 거추장스럽거나 보는 이들이 불편하다면 아무리 휘황찬란하게 꾸몄다고 한들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참으로 평범하지만 괜찮아 보이는 스타일은 분명 무언의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호감 혹은 사람을 현혹시키는 분명한 무드가 있다. 해외에서 어떤 사진을 보고 그대로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다 한들 절대 같을 수 없으며 단순히 심플하고 깔끔하게 입으면 기본은 하되, 때로는 멋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스타일이 반드시 정답만은 아니었다. 멋있다고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비주얼적으로만 드러나지 않는 본인의 개성과 특유의 바이브는 어느 누구도 따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멋이란 자연스러움과 자기다움의 내면의 분위기에서 나오는 것이지, 그들과 똑같이 혹은 비슷하게 따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물며 스타일과 전혀 상관없을지라도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이 단단하다면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그 자체가 멋있어 보일 때도 있다. 우리가 스티브 잡스의 심플한 터틀넥 티에 청바지가 촌스럽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혁신적 사고와 삶의 태도에서 오는 멋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멋이란 외적인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내적 단단함이 갖춰질 때 비로소 나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개성과 멋을 추구하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 요즘 들어 멋있는 풍경을 뒤로하고 예쁜 옷을 입고 하나같이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특히 왜 그렇게 뒷모습들을 찍는지) 모습을 자주 볼 수가 있는데, 이런 모습들이 식상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순간의 화려함에 대한 남의 주목에 포커스를 두고 스스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필터링 없이 그저 표면적으로만 따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고유의 멋을 찾고 본인만의 개성을 담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양함의 공존은 세상에 많은 스타일을 탄생시키고 때로는 그것이 혁명이 되기도 했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명품과 수많은 브랜드들의 히스토리에서만 봐도 찾을 수 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우리가 어느 누구를 그대로 모방하고 명품을 든다고 해서 멋있고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가만히 있어도 과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겸손한 아우라. 그것이 내 스스로를 명품으로 만드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진정한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The best beauty is the inner beauty.


우연히 마주친 그녀들. in Milan
몬테나 폴레오레 거리에서 어느 중년의 커플. in Mi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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