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ice Aug 11. 2022

Nothing to do.

온전한 휴식에 대한 쉼의 공정성

회사 생활이 길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고된 여행이 조금 부담스러워졌다.

2,30 때만 해도 새로운 곳을 찾아 힘들어도 어떻게 해서든지 찾아가고, 여행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호텔보다는 게스트하우스를 선호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일에 대한 책임감과 무게감이 늘어날수록 그저 내 몸 하나 편히 누울 수 있는 조용한 곳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하늘을 보고, 둥둥 떠가는 구름에 스쳐가는 바람을 느끼는, 파도가 일렁이는 시간들. 꼭 무엇을 하지 않아도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온전히 행복한 시간이 간절해졌다.


서울 생활은 항상 시간에 쫓기는 삶이다. 언제나 빨리빨리, 마감시간에 해야 하고 그 나이에 어떤 것을 성취하거나 하지 않으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태생이 매우 느긋한 성격인 나에게는 어쩌면 지금의 삶이 그다지 맞지 않아 보일 때도 있다. 잠시 마침표를 찍고 온전히 나 혼자 우두커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래서 그런지 바다가 참 좋고, 비행기를 타고 보는 하늘이 좋다. 요즘은 산의 매력에도 빠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떠난 시간들은 재촉하지 않았다. 무엇이 그리 대단하고 중요하다고 아등바등 살았는지.

파도를 멍하니 바라본다. 저 끝엔 무엇이 있을까. 세상에는 끝이라는 게 존재하는가.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아무도 그렇게 재촉하지 않았음을. 결국 스스로 놓지 않으면 끝이란 것은 없다.

잠시 멈추어 서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희미하게나마 답이 보인다.

그리고 지금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해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냉정하게 그 시간들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마치 사회에서 도태된 것으로 이야기한다.

얼마 전 헤드헌터를 통해 제출한 서류를 보고 회사에서 이런저런 디테일한 질문들을 했다. 쉬는 동안 무엇을 했냐고 아주 집요하게 물었다. 문득 그것을 왜 묻는지 의아했다. 심지어는 10년이 한참 넘었던 취업 전부터. 단지 쉬고 싶어서 쉰 것이었는데 그게 무슨 큰 문제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아이러니했다. 쉬는 동안 반드시 내로라하는 자격증을 따고 어디에선가 일을 해야 하는 것만이 회사의 경력에, 업무에 도움이 될까?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동안 계획을 세울 수도 있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사회에서의 잘못된 착각 중 하나는 계속 달린 사람만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상으로 봤을 때, 온전한 휴식은 때로는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내적으로 맨탈을 케어하여 세팅하는 자세를 더 단단하게 해주기도 한다. 나 역시 쉼 이후 복귀 했을 때가 가장 효율적이고 창의적이었고 성과 역시 그때가 가장 좋았다.


몇몇 사람들 중에서는 바쁜 와중에서 쉬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더러 있는 경우도 있었다. 때로는 너무 달리면 나를 잃어버리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하루하루 쫓기는 삶에서 과연 우리는 단 한 번도 온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해본 적은 있는가?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좋지만, 나를 갈아 넣으면서까지 일하는 것은 의미 없다는 것을 나는 꽤 늦게 깨달았다. 이미 깨달았을 때 내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있었고 앞으로 쓸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온전한 휴식을 위한 삶이 사회에서도 개인을 위해 꼭 필요한 시간으로 인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용히 바다만 바라보기 좋았던 Private beach in Okinawa.


 


작가의 이전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