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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Aug 03. 2022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을까?

변화가 필요한때

요즘 들어 너무 지친다. 더위에, 일에, 사람에. 더하여 여러 가지 고민들이 뒤엉켜 버렸다.

미뤄왔던 것들이 너무 많은데 언제 해야 하나 고민은 나이를 먹어도 줄어들긴커녕 늘어나기만 한다.

하루하루 미뤄왔던 여름방학 숙제를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그런 시점.

어른이 되면 숙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늘어가는 건 깊어가는 고민과 주름이구나.


어렸을 때 나는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특히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막연하게 디자이너를 꿈꿨다. 학교 다닐 때는 담임선생님께서 미술에 재능이 있으니 키워보라고도 부모님께 직접 권유했지만, 당시 금전적으로 어려운 시절인지라 형편상 평범하게 키우고 싶다는 부모님의 완곡한 결심에 나는 그냥 그저 그런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다행히 대학은 바득바득 우겨서 성적에 맞춘 대학이 아닌 그나마 하고 싶은, 지원할 수 있는 과를 선택했고 미술을 하지 않아도 실기시험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의상학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막상 학교를 다녀보니 재능이 넘쳐나고 끼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고, 다른 디자인에 비해 옷 자체에는 관심이 없던 나는 화려하고 번쩍번쩍한 동기들과 다르게 수줍게 조용히 학교를 다녔다. 졸업 후에도 취직을 하고 당장 돈을 벌어야 했기에 그나마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하기 좋으면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머천다이저로 진로를 틀었지만, 패션을 배우다 보니 다른 나라의 컬렉션 사진을 수없이 접하다 스타일, 넓게는 라이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도 그렇게 다른 세계의 스타일, 삶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어쩌다 보니 이래저래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느꼈던 것은 생각보다 한국의 사회는 아직도 눈에 보이지 않는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분명한 룰과 틀이 있다는 것이다. 이 나이가 되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경계선이 삶의 시간을 마음대로 계획하는 데 있어 옭아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여자로서는,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낳고 기르고 하는 것들에 대한 틀이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절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여행을 하다 보면 세상을 사는 방법은 너무도 많은데 왜 우리는 가장 평범한 삶이 안전하고 그 둘레 밖을 벗어나면 걱정 어린 눈초리로 보게 되는 걸까? 대부분 그렇게 바라보는 이들은 아마도 스스로의 우물 밖으로 나오려는 노력조차 해보지 않아서일지 모르겠다. 원래 사람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옆에서 백날 얘기해줘 봤자 들어도 모른다. 아니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삶에 있어 변화를 주려면 앞으로 닥칠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큰 결심과 도전, 모험이 필요하다.

살면서, 특히 여행하며 분명하게 깨달은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기 전에는 대단해 보일지 몰라도 일단 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나는 수많은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과정을 세세히 경험하다 보면 남들은 쉽다고 하는 것들도 꽤나 어려운 디테일한 과정을 거쳐야 할 때도 있는데, 그것은 겪어본 자만이 쌓을 수 있는 경험임에 과정 속에서 결괏값과 상관없이 분명히 얻는 것들이 있었다. 때로는 그 경험들이 일에서도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물론 어디론가 훌쩍 떠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지만, 상상했던 것들을 현실로 겪어보면 생각보다 더 큰 진리를 얻을 수 있을지도. 그렇게 하나씩 쌓이고 쌓이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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