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 달 살기, 그 이후
4월과 5월에는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다들 그렇게 하고 싶다는 뉴욕 한 달 살기로.
하루하루 현생을 바삐 살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마지막 뉴욕을 갔던 기억이 추석을 붙여 겨우 휴가를 내고 갔던 7일이었다.
오래 휴가를 내도 되는 외국계 회사였지만 당시만 해도 재택근무가 원활하지 않은 시절인지라 자리를 비우면 몰려오는 일의 후폭풍과 책임감 때문에 5일 이상 휴가를 내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무리였다.
결국 퇴사를 한 이후에서야 뉴욕 여행을 할 수 있었지만 바로 떠나기에는 여러 가지 여건이 되지 않았다. 일단 적절한 비행기 티켓을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였지만 무엇보다 다시 가야 할 이유가 분명하지 않았다. 이미 너무나 익숙한 뉴욕을 초짜 여행객처럼 관광하기 위해 갈 필요는 없었기도 했고 이번만큼은 나의 일을 위한 일로 떠났으면 바람이 컸기도 했다.
외국에서 잠시라도 살아본 도시로 다시 떠난다는 것은 다른 여행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다.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고 그리운 사람과 장소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짧지만 소중한 기억들이 묻어있는 곳. 그곳이 나에게는 뉴욕이란 도시였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어쩌면 지난 파리의 여행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많은 것들을 준비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파리 여행 때는 일주일 전에 급하게 마일리지 티켓을 끊고 떠나서 정말 아무것도 준비 안된 무방비 상태의 여행이었다면 이번에는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을 리스트 하고 철저히 계획을 세웠다. 물론 중도에 함께 동행하는 사람의 스케줄도 맞춰야 했고 여유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문으로만 듣던 상상을 초월한 물가를 감당하려면 계획 없이 가기에는 낭비되는 것들은 시간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유럽여행 때 경험한 바로는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예약제로 바뀌는 추세기도 하고 특히나 이벤트나 행사가 많은 뉴욕은 정보를 얼마나 알고 가느냐에 따라 소비의 금액 자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더불어 1년을 살아도 모든 것을 보지 못하는 도시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 넣고 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너무나 많은 차이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여행 중에는 이게 정말 여행인지 업무를 위해서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젖 먹던 힘까지 안 되는 체력까지 끌어올려 이곳저곳을 다녔다.
그렇게 나름 계획한 대로 충분히 보았고 어떤 것들은 계획보다 더 많은 것들을 했지만 여전히 미련이 남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우리가 언제나 여행 후 미련이 남는 이유는 지금 행복한 이 순간, 바로 이곳을 다시 오지 못할 것 같다는 아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그때만 해도 나 역시 뉴욕을 다시 올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너무 멀기도 했고 떠나는 이후부터는 다시 치열한 서울의 삶을, 현생의 시간을 살아야 했기에 긴 시간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법. 처음 미국에 왔을 때도, 다시 일하러 왔을 때도, 그리고 이렇게 여유 있는 시간으로 다니게 된 지금 이 순간조차도 다시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당시 아무런 미련 없이 모든 것을 해내고 해보고 해 왔다면 과연 나는 한 달 살기로 뉴욕을 택했을까 의문이 든다.
가끔은 조금의 미련과 아쉬움이 다시 그곳을 찾게 하는, 여행을 떠나게 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해도 아쉬움이 남을 테니 여행의 그 순간만큼은 못 보고 못하고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떨쳐내고 그 순간 내가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돌아서서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때는 또다시 열심히 일하고 돈 벌어서 떠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