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내가 평소 좋아하는 격투가 추성훈 선수의 경기가 있었다.
한국 나이로 올해 48살의 추성훈 선수가 자신보다 8살이나 어린 아오키 신야 선수와 맞붙었다. 아오키 신야는 타격 실력은 떨어지지만 그래플링과 주짓수 실력이 뛰어나서 상대방의 팔을 암바로 부러뜨려 버리는 위험한 선수이다. 아오키 신야의 평소 체중은 74kg이고 추성훈은 90kg에 가까운데 아오키 신야는 자신의 체급에서 싸우기를 주장했고 추성훈은 이를 받아들여 20kg에 가까운 감량을 한 상태였다. 50에 가까운 나이에 무리한 감량을 해서인지 얼굴의 주름 살은 더욱 깊게 파인 듯했고 몸놀림도 무거워 보였다.
1라운드에서 아오키 신야는 타격전은 피하고 추성훈의 등 뒤에 달라붙어 끊임없이 조르기 기술을 시도하며 추성훈을 괴롭혔다. 1라운드 5분 동안 추성훈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오키 신야의 조르기 기술을 벗어나기 위해서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 1라운드가 끝났을 때 나는 추성훈이 아오키 신야를 이기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반전은 2라운드에 일어났다. 아오키 신야는 1라운드에 조르기 기술을 시도하다 힘이 빠졌는지 기력이 떨어진 듯했다. 추성훈 선수는 종이 치자마자 아오키 신야를 압박하며 펀치를 적중시키기 시작했다. 피 냄새를 맡은 야수처럼 추성훈은 아오키 신야의 두려움을 눈치챘는지 기세를 몰아 아오키 신야를 케이지 구석으로 몰고 펀치 연타를 성공시켰다. 아오키 신야는 추성훈의 묵직한 펀치를 맞고 전의를 상실한 것처럼 보였으며 추성훈은 쓰러진 아오키 신야를 향해 50여 발의 파운딩 펀치를 꽂으며 경기를 끝내버린다.
추성훈이 파운팅 펀치 연타를 꽂는 순간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자리에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며 경기를 보게 되었다. 1라운드에서는 무기력하게 아오키 신야에게 당하기만 했던 추성훈이 한 마리의 표범처럼 아오키 신야에게 연타를 꽂으며 경기를 끝내고 표효하는 모습이 한 편의 반전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케이지 한가운데서 표효하며 기쁨에 온 몸을 부르르 떠는 추성훈 선수를 보며 그동안 시합을 준비하며 얼마나 많은 노력과 마음고생을 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추성훈 선수는 언제나 화끈한 명경기를 만들기 때문에 팬이 많은데 특히 이번 경기의 감동은 더욱 컸다. 48살의 나이에 케이지에서 격투기 선수로 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격투 전문가들이 많았고 아오키 신야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나 역시 추성훈 선수의 나이와 아오키 신야의 까다로운 경기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추성훈 선수가 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격투 전문 유투버가 추성훈 선수에게 "48살의 나이에 이렇게 멋진 경기를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 고 물었다.
"저는 100%의 힘을 다해서 운동하지 않고 80%만 운동합니다. 단, 80%씩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운동합니다."
100%의 힘을 다해서 운동을 하면 다음날 지쳐서 운동을 빠지게 되거나 꾸준히 운동을 못하게 되는데 자신은 80%씩만 운동을 하기 때문에 꾸준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라톤 경기에서 초반에 전력질주를 하면 중간에 뒤쳐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추성훈 선수는 자신이 지치지 않고 즐기면서 운동할 수 있는 '속도와 강도'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48살의 나이에도 조각 같은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는 그의 자기 관리 철학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80%의 노력을 꾸준히 즐겁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나를 너무 몰아붙여서 중간에 지쳐 포기하게 만들지 말고 즐겁게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그의 메시지에서 그가 왜 섹시한 파이터로 48살에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80%의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