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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Oct 05. 2018

개인의 역사(history)를 관리하라

레퍼런스(평판) 사회 속에서 인간은 상당히 다르게 행동한다

  영화 속에서 'You are fired'를 외치는 상사를 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학시절을 마치고 인사팀에 입사하고 나니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당시 들었던 대답은 '법이 다르니까 가능한 거야'라는 말이었다. 그렇다. 미국은 '임의 고용(Employement at will)'이 원칙인 나라로 우리나라의 노동법과는 그 환경이나 규제 수준에 차이가 있다. 뿐만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 권역에 포함되는 나라들도 각각의 법들이 있지만, 해직을 통보하고 1달 정도의 유예기간을 주면 퇴직을 강제할 수 있다.  


  진짜 법뿐일까? 왜 그토록 아끼던 회사를 하루아침에 그만두게 되면서, 한마디 말도 없이 큰 상자에 자기 짐을 정리한단 말인가?라는 생각 중 '레퍼런스(평판) 사회'가 답을 주었다. 


  미국, 홍콩, 싱가포르의 기업들은 고용 기회를 탐색하는 구직자에게 공식적인 레퍼런스 레터(Reference Letter)를 요청하고 이런 요청이 일반적인 채용 프로세스에 기준(Norm)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 직장 상사 또는 동료에게 지원자의 평판을 직접적으로 요청하는 것이다. 방식은 다양하다. 지원자에게 평판을 물어볼 전 상사 또는 동료의 연락처를 묻기도 하고, 전문 업체를 이용해 더 광범위하게 레퍼런스를 확인하기도 한다. 더 직접적인 경우에는 해당 포지션에 지원 시 직접 레퍼런스 레터를 동봉하게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유야 많겠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캡처하지 못한 다양한 부분들을 보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고자 함이 가장 클 것이다. 특히 일상의 모습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탈선 행동(Derailment)이나, 윤리적인 부분들이 감지될 수도 있기에 입사 전 레퍼런스 체크는 공식적이고 일반적인 프랙티스로 자리 잡았다. 


  이런 평판조회가 일반화된 사회의 긍정적 효과란 극단행동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비록 'You are fired'를 듣더라도 다음 고용 기회를 찾을 때 그에게 다시 와 레퍼런스를 요청해야 하기에 개인은 반드시 어느 수준 이상의 자기관리를 보여주어야 한다. 마무리를 엉망으로 해 놓고 나간다면 이는 고스란히 본인의 평판 조회서에 그 내용이 올라갈 것이고, 이는 다음 고용 기회에 영향을 미치며 두고두고 지원자를 따라다닌다. 


  레퍼런스 체크(평판 조회)는 국내 기업에서도 이미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여러 평판조회 전문 업체들이 성업 중이고, 대기업의 경우 임원들은 필수적으로 이런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평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개인 사생활에 대한 질문들이 과하다는 평도 있고 아직은 많이 어색해 좋은 얘기만 형식적으로 했다는 사람도 많았다. 


  몇몇 회사는 개인의 소셜 계정을 리뷰하기도 한다. 합법의 영역 내에서 개인이 올린 글이나 블로그, 오픈된 소셜 라이프에 기록된 데이터를 검토하는 방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소셜에 올린 개인의 글들을 분석해 개인 성향을 알려주는 AI(인공지능) 서비스들이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 이런 시스템이 채용 프로세스에 자리 잡을지 모르는 일이다. 유리 감옥 속에 사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필히 어느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된다.


  개인 입장에서 보자면, 직장생활의 하루하루는 개인의 역사(History)이자 삶의 한 장면들이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뒤에 후회할 만한 오점을 남기지 않는 것이 좋다. 자기 검열을 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미 본인과 관련된 정보는 시장에 상당히 많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의 힘을 우리는 간과해선 안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레퍼런스에 앞서 정확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저 정보가 많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아래 세 가지는 레퍼런스에 앞서 꼭 챙겨보길 바란다.

  첫 번째는 대상자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 레퍼런스를 묻는지이고,

  두 번째는 회사에서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 필요한 역량 및 기본적인 자질에 관한 내용이어야 한다. 

  마지막은 대상자와의 관계이다. 라이벌이었거나, 업무 구조상 누군가가 압도적 갑-을 관계에 있는 구조였다면 적절한 피드백을 듣기가 쉽지 않다. 그저 리포트에 써져있다고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 몇 번이고 상기하며 읽어 내려가야 한다. 개인을 평가하는 데엔 편차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누가 보기에는 아주 훌륭한데 어떤 사람 눈에는 너무나 안 좋아 보이는 경우도 일상 속에 허다하지 않은가? 


  필자가 처음으로 회사를 옮길 때 한 선배님께서 나지막이 이야기해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사람은 그 사람만의 향기가 나는 거야.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가 없어'라는 짧지만 강한 한마디였다. 당신의 향기는 어떤가?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향기 인가? 아니면,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향기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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