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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Sep 21. 2018

믿음의 무게감, 비난의 무게감

사람이 정말 못 견디는 것은 비난일까? 믿음일까?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결 분주해진 팀들을 보고 있노라면, 전체 조직이 3~5일을 쉬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소비재 기업들의 경우 연휴에도 고객 접점(Point of Sales)은 쉬지 않고 돌아가는 만큼 연휴 준비로 막판 스퍼트를 달려야 하는 상황을 종종 맞이하곤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만난 많은 구성원들은 일시적으로 높아진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에 명절 전부터 몸살을 앓곤 한다. 


  많은 일들이 몰리고, 중요한 과제들에 대한 우선순위 설정이 어려울 정도로 급박한 상황에 놓이면 팀 내 갈등관리나 문제 해결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진다. 특히 급하고 복잡한 상황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눈덩이가 되어 날아오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에러가 발생해 결과물에 큰 흠집을 내기도 한다. 


  위기 상황을 맞닥뜨리면, 진가가 나온다. 이유가 어떻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Looking Forward)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부는 일이 잘못된 그때로 모든 구성원을 회귀(Looking Backward)시키는 사람도 있다. 사실 그 누구나 문제 해결형 대화를 원하고 우선 시급한 문제를 처리하고 난 후에 프로세스를 돌아보고 개선점을 찾기를 바란다. 하지만, 담당자 입장에서 애를 쓰고 준비한 일의 성과물에 문제가 발생한 것을 인지하는 바로 그 순간, 인간의 행동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일부는 분노조절 장애 소리를 듣기도 하고, 일부는 혼자 참다 화병에 걸리기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남 일이 아니다. 위기 대응(Risk Management) 역량은 한 조직의, 한 개인의 속 알맹이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자 본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런 사고 상황 / 갈등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조직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 직장인들이 상상하는 장면은 상사가 신나게 팀원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혼을 내거나 서류를 던지는 장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조직 구성원들이 문제 발생 시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동료, 선후배, 리더로 부터의 믿음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우리는 사회적 환경에서 사회적 자산(Social Asset)을 축적하면서 살아간다. 그것이 신뢰인 경우도 있고, 때로는 정(情)인 경우도 있다. 


  일을 하는 관계에서 '신뢰'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일단 상대방이 담당하는 영역과 그의 일하는 방식을 믿지 않고서는 협업이라는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단,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신뢰가 높아지고 서로에 대한 존중이 깊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동료도 나타난다. 각 개인마다 자기 방어기제가 다르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발현되는 첫 번째 자기 모습(Initial Reaction)에서 사회적 자산을 얻는 사람도, 잃는 사람도 있다. 


  사회적 자산이 많은 사람이 행복감, 관계, 네트워크의 크기, 그리고 일의 성과가 좋다는 연구는 끝이 없다. 끝까지 믿음의 무게감, 사회적 자산 주머니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직이 사회의 축소판이고 구성원을 전제하기 때문에 이는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갈등의 순간, 이를 잊고 또다시 비난 거리를 찾아 핑거 포인팅을 준비하는 어리석음을 발휘해서는 안된다. 


  당신이 만약 리더라면, 손익계산서를 두드리지 말고 부하직원을 믿을 것을 추천한다. 물론 '팀원이 잘해야 믿음이 생기죠!'라고 반문할 것이 눈에 선하다. 앞에서 말했듯 구성원들이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한 사람으로부터의 믿음을 잃는 일이라 했다. 비난을 받으면 그 자체로 죗값을 치렀다 생각하고 상대방 역시 비난 거리를 찾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팀원들이 느끼기에 당신으로부터 믿음을 잃는 것이 가장 가혹한 벌이 될만한 리더라면, 당신은 훌륭한 리더의 길을 걷고 있다고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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