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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Feb 05. 2019

'리더의 사과'가 만드는 마법

구성원의 마음 태도가 바뀐다

  손석희 사장이 사과를 했다. 다름 아닌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본인이 책임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자신의 입장과 의중을 진솔하게 전달했다. 사건의 내용과 사안의 경중을 모두 차치하고 서라도 사장이 직접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한다는 것은 쉽사리 찾아보기 어려운 예다. 필자의 마음을 울린 문장은 여기다. "사장이 사원들을 걱정시켜 미안하다." 

  

  다시 말한다. 무엇이 어떻게 되었든 리더가, 최고 수장인 대표이사가 내부 직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가족들에게 한 것도, 대국민에게 한 것도 아니다. 본인이 이끄는 식구 같은 구성원들에게 가장 먼저 사과를 한 것이다. 


  직원들은 어떨까? 우선 마음의 위로를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일언반구가 없을 때야 직원들 역시 어떤 억측과 추리를 해도 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겠지만, 한 조직을 책임지는 리더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직원들이 불필요한 걱정을 하게 된 데에 대해 미안함을 가진다는 한마디 만으로 직원들의 마음가짐은 달라질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느 회사건 예상치 못한 불황과 침체를 경험하는 순간이 온다. 산업지형이 바뀌기도 하고, 경쟁관계가 재정의 되기도 할 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경쟁우위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한다. 계획한 것들이 비껴가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여러 가지 방어 기제들을 가동하는데, 이때 조직 내 구성원들의 불안감은 극 고조에 이른다. 급기야 성과급을 줄이고, 인원 조정이 시작되면 구성원들이 양산하는 루머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고용가능성이 높은 직원들은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가장 중요한 시기는 연말이다. 한 해 동안 큰 배의 선주를 담당했던 리더들이 결산 성적표를 받아 들고서 그저 침묵으로 일관할 때 직원들은 엄청난 의구심이 생긴다. 우리의 방향이 잘못되었나? 그렇다면 우리의 고용관계는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뒤를 잇는다. 


  필자는 이 순간 필요한 것이 리더의 사과라 믿는다. 시장을 예측하는데 어디에서 괴리가 있었고, 의사결정의 착오와 이를 통해 배운 것, 잃은 것은 어떤 것인지를 설명하는 리더의 투명하고 진솔한 모습 말이다. 이에 우리가 목표했던 것보다 부족한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 데 대한 책임과 부족함을 내부 구성원들에게 공유하는 일이 선행된다면 반응은 사뭇 다를 것이다. 


   성과급의 정도를 논하기 이전에 그저 직원들에게 '넉넉하지 못한 연말을 맞이하게 하여 가슴이 아프다'는 진심을 전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일단 직원들의 아쉬운 마음을 경영진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구성원들은 위로받는다.  


  최근 리더십에서 주목받는 부분 중 하나가 리더가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Show vulnerability)이다. 리더 역시 한 명의 인간임을 인정하는 것과 동시에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슈퍼맨이 아님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팀을 결집시키고 팀 내 관계를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진심을 보여주며 소통하려는 노력으로도 구성원들은 고마움을 느낄 터인데, 첫 메시지가 미안함이라면 구성원의 마음가짐, 나아가 마음 태도가 바뀐다. 너무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고라면 이야기해달라. 다만 필자는 여전히 리더의 진심 어린 사과는 마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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