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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Mar 18. 2019

'회의'가 문제인가, 사람이 문제인가?

비싸지만 가장 중요한 혁신의 시작점, 무턱대고 미워하지는 말자

  회의와 보고는 어느 조직, 어느 기업에서든 뜨거운 감자다.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회의나 미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저마다 한 마디씩 꺼내 놓으니 말이다. 나름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오늘날 회의나 미팅 개선을 위해 TF가 운영되지 않은 기업은 감히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특히 효과적인 미팅을 위해 아마존과 현대카드가 사내에 PPT를 없앴다는 기사는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SNS를 점령했다. 뭇 직장인들이 열광하며 '좋아요'를 누른 이유는 회의나 보고와 관련해 고통받는 사람이 많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필자 역시 지난 15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회의와 보고에 관한 쉼 없는 논의를 계속해왔다. 시스템을 깔아야 한다는 주장부터, 모든 미팅을 한 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거나, 모래시계를 나눠주고 모래시계가 떨어질 때까지만 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회의나 미팅, 보고를 개선해 효과를 보았다는 사례는 드물다. 그만큼 어렵고도 어려운 일 중 하나가 회의나 보고에 대한 혁신일 것이다. 이에 오늘은 우리가 하루에 수도 없이 참석해야 하는 회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사실 '회의'는 억울하다. 직장인들의 마음속에 무언가 회의나 미팅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선입견은 회의와 미팅에 대한 개선 TF가 끊임없이 반복되며 생긴 피로도가 기껏해야 조직문화 설문 정도의 소심한 복수로 표현되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회의'다운 '회의'를 해보지 못한 구성원들에게 사람들이 모여 미팅을 하는 것이 대부분 시간 낭비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자리잡은 것이다. 


  '회의(meeting)'는 가장 효과적인 의사결정 수단이자 다자간 의견이 모여 혁신의 시작점을 만드는 시간이다. 글로벌 혁신기업이 '팀(Team)'의 협업을 개인의 임무보다 중요하다 믿는 이유는 명확하다. 다양한 의견이 거침없이 오가는 팀 단위의 의사결정체가 혁신을 가장 잘 만들어낸다는 믿음과 이에 대한 검증 때문이다. 제프 베조스의 피자 2판 원칙이라던지, IBM과 야후의 재택근무 폐지, 애플과 구글의 신사옥이 추구하는 철학의 깊숙한 곳에 '만남(meet)'과 '소통(communication)'이 있다.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지 않는다면, 아니 그 이전에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지 않는다면 그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크기의 일만 처리될 뿐, 세상을 바꿀만한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는다면 회의가 다시 보일 것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기본 행위를 우리는 '회의'라고 부른다. 부탁이다. 회의(meeting)는 죄가 없다. 미워하지 말자. 


  그렇다면 회의가 왜 여기까지 온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사실 한 기업에서 회의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는 그 회사의 구성원들이 가장 잘 안다. 불필요한 자료의 생성, 자신 없는 발표자(주관자) 때문에 들어가는 헛수고, 한마디도 안 하는 사람들의 참석과 시간때우기, 나아가 배가 산으로 가는 논의까지... 이와 관련된 개선 노력은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오늘은 필자가 직접 경험한 괜찮은 아이디어 하나를 공유해 본다. 솔직하게 말하지만 이 방법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기재들도 신통지 않았다. 


  1. 미팅은 주관하는 사람이 직접 소집해야 한다. 

  2. 회의 목적은 무조건 4가지(BARS) 안에서 골라야 하고, 이 항목이 없다면 미팅을 소집할 수 없다. 

    - Brainstorming: 한 사안에 대한 다양한 계층의 아이디어를 듣는 미팅

    - Alignment: 의사결정과 이에 대한 참가자들의 정렬을 도모하는 회의

    - Reporting: 진행 사안이나 경과에 대해 차상위 리더들에게 보고와 피드백을 구하는 미팅

    - information Sharing: 특정 사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회의

  3. 미팅 후 전 참가자 전원에게 피드백을 받고 이 결과를 공유한다.

    - 익명의 설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

    - 본인과 다른 참석자들이 회의에 얼마나 참여했는 지를 묻는 문항이 반드시 포함


  세부 가이드가 더 있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위의 세 가지 만으로도 일정 부분의 개선을 확인했다. 즉, 회의의 목적과 이유에 대한 고민 없이는 회의를 시작해서는 안된다는 점. 그리고 미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거나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에 대해 누구든 안전하게 이슈를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많은 강제사항과 제도 속에 회의를 몰아넣으면 부작용은 커진다. 한 시간에 안 끝날 회의를 한 시간에 끝내라고 하는 것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날림으로 하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10시간을 하더라도 본질에 충실한 미팅을 진행하도록 주관하는 사람과 참석하는 사람 모두 건전한 동료 압박(Peer Pressure)을 느낄 필요가 있다. 


  잊지 말자. 회의는 비싸다. 1시간짜리 회의에 10명이 모인다면 여기에는 10시간만큼의 비용이 투입된다. 당신이 어느 자리에 있건 이토록 값비싼 활동(Activity)을 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묻는다. 오늘 당신의 미팅 대차대조표는 플러스인가 마이너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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