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 더 우울하게 #6

5년 차 조울증 환자의 폐쇄병동 일기

by 찬빈

2025.3.3

오늘도 열심히 친구들과 놀았다. 근데 그 사이에서도 울었고 자살충동을 느꼈고 자해를 했다. 낮에 얘기하다가 잠깐 누웠는데 간호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깨웠다. 그래서 내 삶의 무의미함에 대해 토로했다. 근데 선생님께서 어디서부터 삶이 망가진 것 같냐 물어보셔서 정말 싫지만 말씀드렸다. 근데 그 말을 들은 선생님께서 지금 가장 할 수 있는 건 운동 밖에 없는 것 같다며 당장 운동을 시작하라고 하셨다. 나도 알고 있는데.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내가 몰라서 못한 걸까. 선생님의 그 말씀이 뚱뚱한 나랑 다니기 쪽팔리다던 아빠 같아서, 제발 그만하라고 죽고 싶다던 내 말에 그럼 그냥 죽으라던 그 목소리와 겹쳐 들려서, 그저 죽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내가 너무 한심해서 펑펑 울었다.


저녁에는 자해를 하다가 걸려서 두 번이나 물건을 제한당했다. 상처가 작았지만 좀 깊었는데 아무도 아무 처치도 안 해줬다. 뭐.. 괜찮으니까 안 해줬겠지. 어제도 오늘도 자해시도만 했고 족족 들켰다. 한심하다. 26살의 내가 이런다는 게. 너무 쪽팔려서 또 죽고 싶다.


2025.3.5

교수님과 면담할 때 처음으로 옛날이야기와 내 목표, 내 삶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교수님이 이런 말 서로 주고받는 거 처음 아니냐고 하셨다. 교수님께서 항상 바쁘셔서 이런 말을 할 겨를이 없는 거였는데.. 목소리가 계속 떨렸다. 내가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는 얘기를 할 때는 솔직히 울고 싶었다. 내 인생이 더 비참하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내 진짜 삶이 그리웠다.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날들에 대한 미련이 생겼다. 교수님께서 지역에서 교육봉사라도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셨다. 현우가 보고 싶었다. 또 다른 현우를 만나 내 삶의 보람을 다시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 자꾸 희망이 생기려 한다. 죽고만 싶었던 내 삶에 교육.. 봉사.. 아이들.. 간호.. 자꾸만 이유가 생기려 한다. 수많은 고비를 넘겨야 한다. 어쩌면 지금껏 견뎌왔던 5년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사실 다시 약간은 벅차오른다. 내 삶을 잘 영위해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게 불안하기도 하다. 기대했다 또 실망할까 봐..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그 실망감을 다시 느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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