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 조울증 환자의 폐쇄병동 일기
2025.3.5
선생님은 질문도 공감도 위로도 안 해주시는데 나 혼자 이야기한다. 삶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 1인분 못하는 사람이 될까 봐 사실 너무 무섭다는 것. 이 걱정이 오랜 기억들과 이어져 나를 죽고 싶은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 근데 사실 나는 이것보다 큰 이유가 있지 않을까 계속 생각했다. 고작 이런 걸로 죽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이 쪽팔리고 한심해서.
아빠가 사업을 말아먹고 울면서 들어온 게 내 인생과 무슨 상관인가. 엄마가 콜센터를 다니고 남의 집 아이를 봐주는 게 내 인생과 무슨 상관인가. 나는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겠다 다짐했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왜 나에겐 죽음의 이유까지 되는 걸까. 평범하게, 혹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나만의 흐름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나에겐 왜 어려운 일일까.
2025.3.7
생각이 오락가락한다. ECT(전기경련치료)까지 또 해서 살아야 할까? 다시 또 효과는 못 보고 150- 200만 원만 낭비하는 게 아닐까? ECT를 하기 전에 이빨과 뇌 온몸을 검사했다. 내가 벽에 내려찍어 파랗게 멍이 든 손도 같이 X-RAY를 찍었다. 당연히 아무 이상 없겠지만... 신경 써주신 게 감사하다. 이제 서류는 거의 준비된 것 같다. 결과만 나오면. 근데 나는 준비가 되었을까? 나가서 술을 안 마실 수 있을까? 나가서 자살시도를 안 할 수 있을까? 정상적으로 1년이라도 보낼 수 있을까? 모든 게 자신 없다. ECT를 믿기에도 너무 도박인 것 같다. 사실 썩은 동아줄인 줄 알면서도 붙잡아 보는 거다. 다른 방법은 없으니까.
3/7일 생각해 볼 것
1. 네 삶을 증명할 필요는 없어
2. 너 자신을 불쌍하게 생각하지 마
3. 아무도 너를 한심하게 생각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네게 큰 관심이 없어.
4. 불안한 건 네가 너무 잘하고 싶기 때문일 거야. 당연한 감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