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 더 우울하게 #8

5년 차 조울증 환자의 폐쇄병동 일기

by 찬빈

2025.3.8

ECT를 하고 더 돈을 쓰기 전에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5년째다. 더 이상 뭔갈 해보고 싶지도 않다.

내가 ECT에 그만큼 희망을 거는 건 그만큼 살고 싶다는 뜻이라는데 잘 모르겠다. 나는 그냥 할 수 있는 게 없을 뿐이다. 주변에선 어떻게든 날 살려낼려는데 나는 할 수 있는 게 몰래 자살하기 아님 시키는 대로 전기로 뇌나 지지기 둘밖에 없다. 나 자신에게 희망이 안 느껴진다. 세상 어디에도 날 고칠 무언간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밖에 안 든다. 내 아픔은 평범할 텐데... 다들 나만큼은 힘들 텐데... 나만 이렇게 못 참는 걸까.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다. 나는 26살이나 먹고도 이런 초등학생 같은 생각밖에 못한다.


2025.3.9

이번 입원은 잠시 외박 나간 것 빼면 4주 정도 된 것 같다. 그 사이 나는 뭐가 달라졌을까. 팔의 자해 흉터는 낫는데 1년은 족히 걸릴 것 같고 밤만 되면 찾아오는 불안하고 막막한 마음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맨 정신에도 엄마를 붙잡고 죽고 싶다 말한다. 진짜 죽고 싶은 건지 습관적인 건지 헷갈릴 정도이다. 그냥 이렇게 살기 싫다. 나는 그냥 힘들어서 죽고 싶은데 자꾸 이유를 물어보니 더 힘들다. 하루에 15알가량 약을 먹는다. 한 달마다 300mg짜리 주사를 맞는다. 근데도 난 달라지는 게 없다.


팔에 흉터가 옅어지는 게 싫어 같은 자리에 계속 자해를 한다. 미친년처럼... 내가 이렇게 힘들다는 것. 내가 이렇게 아프다는 것을 자해로 확인하고 인정받길 원하는 것 같다. 아무도 내가 자해를 하는 것을 모르길 바라지만 동시에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애정결핍, ADHD, 인격장애... 도대체 무슨 병이 날 이렇게 만든 걸까?

엄마가 왜?라는 생각을 버리면 삶이 훨씬 편해질 거라 했다. 근데 생각을 안 하고 싶어도 내 머릿속엔 자꾸 내가 왜? 하필 내가 왜? 하는 생각뿐이 안 든다. 살아있어서 힘들다. 살아있어서 고통스럽다. 살아있어서 슬프고 살아있어서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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