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 조울증 환자의 폐쇄병동 일기
2025.3.12
아침에 너무 졸릴 때 주치의 선생님이 오셨다. 술 이야기와 아는 언니, 남자친구 이야기를 했다.
근데 사람들은 내가 술을 마셔서 그 충동성을 못 이겨 자살을 시도하고 자해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저 내 형편없는 자살의 이유를 술로 돌릴 뿐이다. 술을 안 마셔도 창문을 보면 죽고 싶고 차도를 보면 마음이 쿵덕거린다. 술을 안 마셔도 나만 생각할 수 있고 술을 안 마셔도 몸에 상처를 낼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기엔 나는 너무 오래된 환자이고 모두들 나에게 지쳐있다.
교수님과의 회진에서도 기분은 비슷하고 괜찮다고 빠르게 회진을 끝냈다. 그래야 빨리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당장 소주 한 병을 사 벌컥벌컥 마시고 그 병을 깨트려 팔을 긋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술을 먹고 싶은 충동이 덜 드는 약을 처방해 달라 부탁했다. 그렇게 레비아정을 처방받았다.
교수님께서 자해를 안 한 거의 첫날 아니냐고 하이파이브를 해주셨다. 26살의 나. 언제까지 이런 일에 칭찬받으며 살아야 할까. 술을 마셔야 힘든 생각이 안 나면 술을 안 마셔도 힘든 생각이 안 나게 도와줘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술을 못 마시게 하는 게 과연 옳은 해결책일까.
힘들다. 피곤하다. 더 이상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지도 않다. 약을 먹고 싶지도 않다. 그저 내일은 퇴원일이다. 일상으로 돌아가자. 보잘것없지만 평범한 일상으로.
** 10 화간의 조울증 환자의 폐쇄병동 일기를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좀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들 건강만 하시기를, 그저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