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첫째로 태어났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K-장녀로서 동생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다고 생각했었)고 엄마는 항상 동생을 더 예뻐하는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 말씀에 의하면(실직적은 물증이 없어서 믿을 수는 없지만) 내가 모두가 안 본다고 느낄 때 슬쩍 동생을 꼬집거나 구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 나는 5살에 부모님 대신에 이미 동생을 훈육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은 질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동생은 귀엽고 인기도 많고 똑똑했다. 보통 좋은 유전자는 첫째 아이에게 몰아준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항상 열심히 공부라도 잘하고 싶었다. 귀엽고 예쁘진 않지만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똑똑하진 않아도 공부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렇게 동생에게서 발견한 나의 부족한 점들을 공부로 메꾸려 했었던 것 같다.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내가 갖고 있던 그 질투심을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에게서 발견하게 되었다. 둘 다 모두 막내를 질투하는데 첫째 아이보다 둘째 아이가 더 질투를 한다는 것을 느낀 것은 출산 후 얼마 되지 않았다. 어느 상담을 받는데 둘째 아이가 위에 오빠에게 치이고 막내인 동생에게 치여서 많이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항상 나보다 막내 동생을 마치 자신의 아기를 돌보듯 끔찍이 여기는 둘째 아이가 설마라는 생각을 했었다. 칭얼거림이 유독 심한 막내는 엄마인 나 조차도 칭얼거리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단호하게 말하고 들어주지 않고 무반응을 할 때가 있다. 사실 위에 아이 둘 다 칭얼거림이 심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나도 당황해서 무시한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로 무반응을 하곤 해서 가끔 막내에게 미안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둘째 아이는 나보다 더 어른스럽게 벌써 동생을 훈육(?)하고 타이를 줄 알았다.
둘째: 응. 그렇게 울면서 얘기하면 안 돼. 왜 속상한 건지 언니한테 말해봐.
막내: @#&^*&((@&()&^&^**
둘째: 오구오구 속상했구나 내 동생. 언니가 이렇게 해주면 어때?
막내: 됴아! (좋아!)
신생아 때부터 동생을 끔찍이 아끼던 둘째 아이
왼손은 거들뿐. 왼손으로 두 아이를 받치고 오른손으로 아이들 사진 찍기.
태어났을 때부터 동생을 잘 챙겼지만, 막내가 어느 정도 알아들어 대화가 되는 세 살이 되었을 때부터는 둘째는 동생을 부드럽게 오은영 선생님식 훈육을 하기 시작했다. 친정엄마 말로는 나도 동생에게 '엄마 힘들게 그렇게 하면 안 되지!! 그럼 때찌 할 거야'하며 동생을 혼냈었고 동생이 나를 엄마보다 더 무서워했었다고 한다. 나는 잘 못했지만 동생 보살핌을 둘째 아이가 나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았다. 그것을 보기 전까지는...
여느 때와 같이 첫째 아이는 포켓몬 나노블록을 하느라 집중하고 있었고 둘째 아이는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 동안 나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잘 읽어주나 보려고 슬쩍 아이들이 있는 쪽을 봤는데 둘째 아이가 막내를 꼬집더니 마치 '울어서 엄마에게 들키면 가만두지 않겠다'라는 무서운 얼굴로 동생의 입막음을 혼신을 다해 표정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곤 이내 다시 책을 읽는 둘째 아이를 발견하였다. 동생을 지독하게 질투하던 내 모습이었다. 동생의 뭐가 그렇게 미웠을까? 복잡한 내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가던 둘째 아이의 우는 모습이 기억났다.
"칫, 엄마는 아가(막내)만 이뻐해!!"
나 때문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똑같이 사랑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느끼기에는 엄마를 셋으로 나눠 갖는 기분이니 아이들에게 '똑같은' 사랑은 없고 서로가 엄마의 사랑을 빼앗아가는 라이벌인 것이었다. 나는 똑같이 사랑을 주고 있다는 말이 아닌, 오롯이 '너를 제일 사랑해'라는 표현을 해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나도 저런 대답을 항상 기대했었으니까. 사실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적어도 오빠와 동생 사이에 끼어있는 둘째에게는 꼭 필요할 것 같았다. 오늘도 둘째 아이는 내가 어렸을 적 친정엄마에게 물어보던 똑같은 질문을 한다.
"엄마, 엄마는 우리 셋 중에 누구를 제일 사랑해?"
내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하고 물을 때는 둘 다 똑같이 사랑한다고 대답하는 둘째 녀석도 기대하는 대답은 따로 있을 것이다. 저 질문을 들은 세 아이의 초롱초롱한 여섯 개의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 세례를 나는 마구 받았다.
"당연히 우리 껀뚜떼(아이들 애칭) 다 사랑하지!"
예상했던 나의 대답에 아이들은 이내 하고 있던 놀이들을 다시 한다. 나는 둘째 귀에다가 조용히 속삭인다.
"(첫째와 막둥이가 안 들리게 귀에 속삭이며) 사실 엄마는 우리 뚜뚜(둘째 애칭)를 제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