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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ius Nov 22. 2024

바뀐 미래에 내 아이가 사라지면?

If my child is gone in my warped future?

영화 중에서 시간에 관련된 영화를 좋아한다. '열한 시'나 ''백투 더퓨쳐', 그리고 '터미네이터'처럼 기구를 이용하여 시간을 여행하는 타임머신(Time machine)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 '터널', 그리고 드라마 '나인'과 같이 주인공이 시간을 거슬러 과거와 미래를 다니는 타임슬립(Time slip). '나비효과'나 '어바웃타임'과 같이 주인공이 시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타임리프(Time leap). '해피버스데이'나 '시간이탈자' 같은 시간의 과거가 반복되는 타임루프(Time loop). 마지막으로 시간을 왜곡하여 과거와 미래가 뒤섞이는 타임워프(Time warp) 영화가 있는데 '동감'이나 '폭풍의 시간(Mirage)' 외에도 나비효과나 나인도 여기에 속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을 많이 해봤을 것 같다. 돌아가서 내가 잘못했던 것들을 고친다거나 '망친 시험을 다시 봐서 좋은 성적을 얻고 싶다'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니 '다음에는 더 노력해서 잘 봐야지'라는 다짐으로 끝났었고 중학교 이후로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후회할 시간을 살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다.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는 더 그랬다. 타임워프 관련 영화들을 봤을 때 시간을 돌리면 자식이 있던 사람들은 과거가 바뀜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고 결과적으로 사랑하는 자식이 현 시간에서는 없는 전개로 흘러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폭풍의 시간'이었다. 우연히 이사 온 집에 있는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과거를 보게 되고 그 집에서 살던, 원래는 죽었던 아이를 여자주인공이 살리게 된다. 주인공과 전혀 관계성이 없던 한 아이를 살리게 됨으로써 두 사람에게서 관계성이 생겨 바뀐 현재에는 다른 시공간에 있던 딸이 없는 전개였다. 물론 타임워프 물이어서 흥미로웠지만 다른 공감 포인트가 있어서 생각이 많아졌던 영화였다.





한국 드라마 '고백부부'에서도 결혼 전에는 과수석에다가 예쁘고 잘 나가던 여자주인공이 결혼과 출산 후 아이를 키우며 커리어도 포기하고 외모도 가꿀 시간 없는 아줌마의 모습으로 변해가며 현실에 벽에서 남편과 잦은 다툼과 쌓여가는 오해로 인해 이혼을 생각하던 중 결혼 전 과거로 돌아간다는 전개이다. 이 과정에서 둘의 오해가 풀리고 관계가 회복되어 해피앤딩으로 끝나지만 처음에는 여자주인공이 모성애로 인해 자신의 딸을 못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래서 이 결혼을 다시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에 갈림길에 서 있는 모습이 공감되었다. 그렇게 죽일 듯이 싸우던 남편과 다시 결혼을 해야 대신 죽을 수도 있는 자신의 딸을 다시 품에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폭풍의 언덕'은 조금 더 드라마틱했던 것이 시간이 바뀐 뒤 여자주인공이 자신만을 사랑하는 줄 알았던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딸을 다시 품기 위해 커리어 적으로도 최고에 위치를 가지게 된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가려고 애를 쓴다. 비록 돌아가려는 그 시간에는 딸과 함께 외도하는 남편이 존재하고, 성공한 자신의 커리어는 없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은 이런 말을 한다.


"Someone who doesn't have children has all the time to do whatever they want to become the best of what they do. But they also miss things."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비교적) 많은 시간이 있어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들도 놓치는 것들이 있어요."


각자 개개인의 삶은 주관적이어서 어떻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로서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에 고개가 끄덕여졌고 눈물이 흘렀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현실이 주어진다. 영화 주인공의 말처럼 아이가 없는 대신 자신의 커리어에서 최고의 위치를 가진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커리어에서 승승장구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후자에 속하는 한 사람이 되기 위해 결혼이라는 선택 후에도 노력을 많이 해왔다. 아이를 셋이나 갖게 되고 내가 박사과정 학생으로서의 커리어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학위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그 배후에는 나의 돕는 베필, 신랑이 함께였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이렇게 결혼을 하고 나면 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전원의 몫이어서 더 무게와 책임이 따르는 것 같다.


가끔 이런 질문들을 받는다.


"지금 남편과 다시 태어나도 결혼하시겠습니까?"


신혼 때나 지금이나 나의 대답은 항상 같았다. 당연히 "YES"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아이들은 낳기 전후로 약간 다르다. 전에는 오롯이 신랑에게 무게감이 실렸다면 지금은 우리 아이들을 다시 만나기 위함에 더 무게가 실릴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랑이란 무게와 부피로 따질 순 없지만, 수학적으로 아이가 셋 이니까 하나인 신랑보다 무게가 더 실리는 거 아닌가? (여보, 미안^^;) 이는 신랑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아이들을 낳기 전에는 나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을 것이지만, 아이 셋의 가장이 된 이후에는 아이들까지 부족함 없이 잘 키우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며 살고 있으니까. 현재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고 지난 세월을 돌아봤을 때 적어도 후회하는 삶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항상 노력해 왔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지금의 나와 우리 가족을 만들어 준 내 선택들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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