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의 마을, 과나후아토에 도착하다.

5/12 여행 Day 10 - 멕시코 과나후아토

by Seanly

익스미킬판에서의 하룻밤을 끝내고, 과나후아토로 이동을 준비했다. 시골 마을인 익스미킬판은 제대로 된 버스 터미널이 없었고 블로그의 귀인이 남겨주신 글만 보고 이동을 시작했다. 어떤 길가에 가니 께레타로 라는 도시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에 올라탔다. 대략 세 시간쯤 이동한 후, 께레타로에서 과나후아토로 가는 버스를 갈아탔다. 께레타로는 버스 터미널이 상당히 커서 여러 가지 탑승지가 있었다. 1번 출구를 찾아 한참을 헤매어도 보이지 않고, 지도에도 안 나타났다. 어쩔 수 없다. 이럴 땐 역시 물어서 가는 게 최고다. 파파고를 켜고 번역을 한 다음 경찰로 보이는 분 한테 여쭤봤다. 무언가 말해주려다가,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더니 바로 앞까지 데려다주셨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크고 작게 귀인들을 많이 만나는 것 같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타야 할 곳도 찾았겠다,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터미널에서 간단하게 밥을 챙겨 먹었다. 핫도그 세트를 먹었는데, 소시지가 야들야들하니 굉장히 맛있었다. 배고파서 그런 건가 10분 만에 해결을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당일에 푹 자서 그런 지 버스 안에서도 도통 잠이 안 와서 고역을 겪었다. 11시부터 시작해서 과나후아토에 6시에 도착을 했다. 7시간의 버스 이동을 끝내고 숙소로 향했다.


최근 혼자 다니는 게 외롭게도 느껴지기도 하고 동행을 구해서 다니면 해외에서 재밌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유명 카페와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있었다. 그러다가 오전에 누군가 과나후아토에 계신 분 같이 저녁을 먹자고 카톡을 남기셨다. 같이 먹자고 보낼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다. 괜히 할 말이 없고 어색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그럼에도 이렇게 계속 혼자만 다니기엔 금방 지칠 것 같았다. 같이도 다녔다가, 혼자도 다니고 이런 텐션을 유지해야 마음 건강에 좋을 것 같았다. 에잇! 같이 먹자고 카톡을 남겼고, 숙소에 도착하면 다시 연락을 드리기로 했다.


그렇게 조금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과나후아토 광장으로 갔다. 해 질 녘의 시간대였는데 마을이 너무 아름다웠다. 각각 다채로운 색들이 마을을 덮었고, 도로조차 아스팔트가 아닌 돌길로 되어 있었다. 어디서든 음악 소리가 흘러넘쳤고 <코코>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문양들이 벽과 벽을 연결하고 있었다. 거기에 따뜻한 색감의 햇볕이 비추고 있으니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참으로 감성이 넘치는 마을이었고, 낭만이 가득한 마을이었다. 만나기로 한 곳은 과나후아토 중심에 있는 광장이었다.


한국인은 많지 않았기에 서로를 한 번에 알아봤다. 이렇게 처음 만나다 보니 조금 긴장이 많이 되었는데, 세계여행을 14개월 정도 갔다가 남미로 나온 분이셨어서 그런지 굉장히 능숙하게 이끌어주셨다. 현주 누나는 동행을 구해서 여행을 다니기도 했고, 이렇게 저녁만 먹기도 하셨다고 한다. 우린 길거리 음식을 포장해서 광장 한 편에 앉아서 먹기로 했다. 그러다가 중국식 음식을 파는 곳을 발견하고 여기서 음식을 포장하기로 했다. 4가지 음식을 고르는 방식이었는데, 탕수육과 밥, 그리고 닭고기 음식들로 담았고 편의점에 가서 맥주 4캔을 사서 광장으로 향했다. 선선한 날씨, 밝게 빛나는 조명, 여유가 넘쳐 보이는 사람들, 끊이지 않는 신나는 음악, 그리고 오랜만에 한국어를 쓰며 누군가와 같이 먹고 있다는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괜히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멕시코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점점 이 나라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밥을 먹다가 한 멕시코 청년이 자기 영어 연습 겸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서 찾아왔다. 근데 영어를 연습하는데 본토 영어를 쓰는 외국인도 아니고 우리를 찾아온 게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우린 서로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서로에게 집중했다. 스페인어를 쓰는 멕시코인과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이 각자 서투른 영어로 대화를 한다는 것.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웃기면서도 어쩐지 대단해 보였다. 대화 연습을 하고 싶다고 혼자 용기 내어 찾아온 그 청년은 개인적으로 너무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20분 정도 이야기를 했고 우리도 자리를 이동하기 위해 그 청년과 인사를 고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악기 소리와 노랫소리가 들렸다. 과나하아토의 길거리 공연인 마리아치 공연의 소리인 듯했다. 보통 8시부터 시작해서 12시까지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노래를 하고 연주를 하는데 우리가 밥 먹던 곳이 마지막 종착지였었다. 마지막 종착지에선 마지막 인사와 함께 마무리로 토크 같은 걸 하면서 시민 참여 코미디..? 같은 걸 하는데 모든 이들이 웃었지만, 우리는 당최 그 말들을 이해 못 했기에 웃을 수가 없었다.


나도 잠깐 들었던 마리아치의 공연이 좋았고, 같이 저녁을 먹던 누나도 본인 숙소 앞에 마리아치가 다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좋아서 내일 마리아치 공연을 보려고 한다고 했다. 그렇게 저녁에 같이 마리아치 공연을 보기로 했고, 낮에는 여기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산미겔 데 아옌데라는 마을에 같이 가기로 했다. 나도 멕시코 여행 정보를 찾다가 본 곳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같이 여행을 하고 싶었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과나후아토에서 머무는 날이 남았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했고 내일 일정을 같이 보내기로 했다.


우린 그 이후 누나가 가려했던 살사 바에 같이 갔다. 저번 세계여행을 갔다 경비 문제로 남미를 못 간 게 아쉬워서 살사를 배웠다고 하는데 가볍게 스탭을 가르침을 받고 살사 바에 들어갔다. 시간에 맞춰 들어갈 수 있는데, 일찍 왔던 우리는 몇 번의 퇴짜를 맞고서는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린 창가에 자리를 잡고 술을 시키고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을 우선 스캔했다.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이 찾아온 살사 바였다. 과나후아토에서 유일한 살사 바인데, 라틴 음악이 주로 흘러나오는 살사 바였다.


우린 가볍게 술을 마시면서 스탭을 배우고 있었는데, 반대편 테이블에 멕시코인 두 분이 계셨는데, 그중 한 분이 같이 춤춰도 되냐고 물어보셨고 우린 승낙하면서 자연스럽게 합석을 하게 되었다. 세바스찬이라는 분은 춤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이었고, 옆에 마르코라는 분은 춤을 잘 추지 못해 좋아하지 않지만 세바스찬에 이끌려 오게 된 분이었다. 남녀가 같이 파트너로 추는 춤이어서 그 누나와 세바스찬은 춤을 추러 갔고, 영어가 가능한 마르코와 나는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멕시코의 여유와 흥 문화가 너무 좋다고 했고, 마르코는 한국의 기술력과 발전에 대한 행보가 너무 부럽다고 했다. 또 게임을 너무 잘한다고 서로의 국가를 치켜세워주었다. 과나후아토 근처에서 태어나고 자란 마르코는 가족 중에 자신만 유일하게 춤을 못 춰서 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 반해 세바스찬은 그 누나를 리드하며 좌로 돌리고 우로 돌리고 하루 종일 돌리는 듯했다. 그렇게 넷이서 술 먹다가 춤을 추다가 이야기하다가를 반복했다. 나도 세바스찬에게 춤을 배웠는데, 남자가 리드하는 방법들을 알려주려는 듯했다. 덕분에 나도 열심히 돌려졌고, 리드하는 방법을 배웠다기보다는 그저 즐기면서 같이 춤을 췄다.


처음 만나는 현지 친구들과의 수다는 서로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대화 한 번을 하는데 많은 집중과 시간이 걸렸지만, 그 마저도 너무 재미있었다. 이게 내가 꿈꾸던 여행이었다. 내가 생각하던 중남미 여행은 이런 느낌이었다. 음악 속에서 하나가 되고, 대화를 하고, 처음 봤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웃는 딱 이런 느낌. 아마 혼자였으면 많이 어려웠을 것 같다. 동행이라는 의미는 혼자 있을 때 어렵지만 같이 있을 땐 용기를 낼 수 있는 의지하는 존재가 생기는 것인 것 같다. 아무래도 혼자보단 둘이 있을 때 더 용감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새벽 한 시가 넘는 시간까지 먹고 떠들었고, 내일의 여정을 위해 우리는 이만 자리를 떴다. 숙소로 돌아갈 때는 알 수 없는 만족감과 풍족한 느낌은 사람의 정이 채워져서였던 것 같다. 내일의 여정도 괜히 기대가 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