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미겔 데 아옌데의 낮과 마리아치의 밤

5/13 여행 Day 11 - 멕시코 산미겔 데 아옌데/과나후아토

by Seanly

오늘은 과나후아토에서 만난 동행 현주 누나와 함께 산미겔 데 아옌데로 향했다. 어제 저녁을 먹고 일정을 묻던 중 과나후아토에서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산미겔 데 아옌데 마을을 갔다 온다고 했고, 내일 별다른 일정 없으면 같이 가자고 했다. 그렇게 우린 살사 바에서 늦은 밤까지 놀다가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아침에 만났다. 전날 미리 버스를 예약해 두었고, 과나후아토에서 터미널까지 버스로 가기로 했다. 과나후아토는 일방통행 도로들이어서, 어디든 타면 마을을 돈 후 밖으로 나간다고만 들었고 어디서 무슨 버스를 타야 하는지, 얼마나 걸리는지도 모르는 채 일단 물어보자 라는 마인드로 버스가 가장 많이 들르는 곳에 가서 버스들을 붙잡았다. 고속버스 터미널을 지도로 표시해 두고 물어보자 타는 위치를 알려주셨고, 꽤나 어려움 없이 버스에 탑승했다. 사실 이 버스가 맞는 지도 긴가민가 했지만 일단 가자!라는 주의였고 다행히 성공적으로 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간도 대략 10분 ~ 20분 정도로 짧은 시간이 걸렸다. 버스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여러 정보들을 공유했다. 사실은 나는 줄 정보는 없었고, 정보를 공유받은 것들이 많았다. 머쓱.


버스에 올라타서 1시간 30분가량 가자 산미겔 데 아옌데의 터미널에 도착했다. 우리는 대강 방향만 본 후 앞에 보이는 버스에 올라탔다. 중심지까지 가라!라는 작은 소망과 함께 구글 맵과 버스의 방향을 번갈아 보았고, 운이 좋았던 우리는 원하던 수공예 시장 앞에서 내릴 수 있었다. 우리의 특명! 나의 현지 지갑을 찾아라! 본래 지갑은 비상용으로 두고 있고,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이뱅크에서 환전하면서 받은 지퍼백 파우치를 지갑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현지에서 작고 소중한 지갑을 구입하기로 하고, 여행 처음부터 계속 사용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비싼 가격들과 썩 원치 않는 디자인이었다. 그렇게 나의 지갑대용의 지퍼백은 입구가 망가졌고 더 이상 닫히질 않는 오픈 상태의 지갑이었다. 여기서 꼭 마음을 후벼 파는 지갑을 찾아내리라!


그렇게 시장에 들어가서 이곳저곳을 한참을 봤는데, 뭔가 현지의 느낌이 폴폴 나는 지갑을 사고 싶었는데 동대문 시장에서도 팔 것 같은 화려한 꽃 자수거나 비즈 지갑들 뿐이었다. 그렇게 몇 곳을 둘러보다 지갑이 많이 비치되어 있는 노상에 갔다. 딱 한 눈에도 들어오는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의 조화와 가운데 포인트 문양이 있는 지갑이었다. 아아, 자메이카의 느낌이 나면서 남미의 향이 확 들어온다. 이 놈이다! 딱 고르고선 가격을 물어봤다. 가격이 택도 없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을 했지만, 가격도 너무 예쁜 45페소 (3,300원 정도)였다. 사이즈도 안성맞춤이고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너와 함께 이 여행을 다니면 돈 쓸 때마다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었다.


그렇게 지갑을 구입하고, 우리는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정보는 없다. 그저 가격이 저렴한 시장 내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먹나 먼저 둘러보았다. Tortas라는 바게트 빵에 고기 같은 재료들을 넣어만든 샌드위치 같은 걸 많이들 먹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나마 많은 곳을 찾고는 적당해 보이는 곳에 앉았다. 누나는 튀긴 닭고기가 들어간 것, 나는 튀긴 쇠고기가 들어간 것을 먹었다. 바게트를 반으로 갈라 각 면을 살짝 굽고 경양식 돈가스를 잘게 썰고 채소와 함께 속을 채운 음식이었다. 구아바에 물을 섞은 주스와 함께 주문을 했다. 앞에 주어진 과카몰리 소스를 뿌리고, 약간의 살사 소스와 멕시코식 고추장아찌(?) 와 함께 먹었다. 오, 생각한 것보다 더 맛있었다. 빵이 무너져 마지막에는 지저분한 상태로 먹긴 했지만 안에 고기들과 특히 소스들의 조화가 맛있었다. 더 좋은 건 너무 저렴한 가격! 식사와 주스를 합친 가격이 65페소 (4,800원 정도)였다. 그렇게 우린 배를 가득 채우고 약간은 밍밍한 주스까지 싹 비우고 시장을 나섰다.


우리는 시장에서 나오고 발길이 닿는 곳으로 걸어 다녔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잠시 그늘진 광장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곤 이곳, 산미겔 데 아옌데에서 유명한 성당을 구경했다. 물론 나는 비종교인이어서 종교적인 감동은 없었지만, 건물 자체가 너무 아름다웠다. 길고 높게 뻗어 놓은 외형과 톤 다운된 핑크색의 벽의 색감과 오래된 건물에서 풍기는 질감은 입장 전부터 신비한 느낌을 더 했다. 들어가면 천장의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높았으며, 성당 내에 그려진 그림들과 전시된 종교적 의미가 담긴 전시품들은 묘한 긴장감과 함께 무거운 느낌을 주어 괜히 침묵한 상태로 안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성당까지 둘러보고 나니 더 이상 할 게 없었다. 일단은 시원한 그늘 밑에 앉아서 무엇을 할지 또 찾아보았다. 돌아가는 버스 또한 5시 50분으로 미리 예매해 두었기 때문에 3시간 정도를 할 것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나는 이곳에 맛있다는 연유 추로스가 있다 해서 그곳으로 누나는 배가 불러서 가볍게 산책하기로 하고 잠시 각자의 산책을 하고 오기로 했다.


광장에서 얼마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초코음료와 함께 먹는 추로스가 유명한 곳이어서, 모든 테이블들은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음료까지는 원치 않았기에, 추로스 테이크 아웃을 했다. 노릇하게 튀겨낸 추로스에 길게 칼집을 내어 그 속에 여기만의 특별 연유를 채워주었다.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 한 입 딱 물었다. 바삭한 추로스와 촉촉한 속의 반죽이 느껴졌고, 너무 달지 않은 연유는 추로스를 더 달달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이거 이 놈 아주 맛도리다 맛도리야! 먹는 한 입 한 입 내내 감탄을 하면서 먹다 보니 금세 다 먹어버렸다.


아쉽지만 배는 이미 불렀기 때문에 아쉬움을 고하고 나도 아직 안 가봤던 골목으로 향했다. 걷다 보니, 골목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2층에 아치형 다리가 있었고, 그곳을 올라가서 바라본 풍경은 나를 평온하게 만들었다. 밑으론 쭉 내려가는 길이어서 저 멀리의 모습까지도 보이고 반대편으론 내려오는 차들과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다. 정말 이 따뜻한 색감은 햇볕과의 조화가 너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과나후아토도 산미겔 데 아옌데도 비슷한 느낌의 마을이었는데, 둘 다 너무 따듯한 느낌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린 각자의 사색을 즐기고 다시 광장에서 만나 터미널까지 걸어갔다. 20분 정도 걷다 보니 도착을 했다. 우린 마트에 들러서 시원한 콜라로 갈증을 축이고 다시 과나후아토로 향했다.


과나후아토에 도착하니 어느새 해가 넘어가는 저녁이었다. 누나의 숙소에는 마리아치라고 불리는 거리 공연단이 지나다니는 길 중 하나였는데,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 보였다고 한다. 나도 그 마리아치를 따라서 공연을 보고 싶었기에 우린 도착하자마자 표를 샀다. 여기엔 여러 마리아치 그룹이 있었는데, 각자 가는 길도 부르는 노래도 다르다고 한다.


우리는 누나의 숙소를 지나치던 마리아치의 공연으로 했다. 8시에 출발 예정이었고, 시간이 되자 광장에서 노래를 시작하였다. 마이크는 없다. 그저 악기와 높은 성량의 목소리로 광장을 채웠다. 그렇게 마리아치를 따라서 노래를 하면서 이동을 했다. 현지인들은 다 알 만한 꽤나 대중적인 노래들을 부르는 건지 많은 이들이 같이 부르는 떼창의 형태로 이동을 했다. 물론 나는 노래를 모르기에 따라다니면서 이 자체의 분위기를 즐겼다. 그렇게 골목에 다다르자, 티켓을 보여주어야 그 골목에 들어갈 수 있는 형태였다.


그렇게 메인 공연을 시작하나! 싶었는데, 갑자기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벤트가 있는가 했다. 그러곤 여자들만 데리고 골목 안으로 더 들어가더니, 남자들에겐 장미꽃다발을 팔기 시작했다. 눈치로 미뤄보니 저 공연이 끝나고 우리가 장미와 함께 나타나서 로맨틱한 노래와 함께 꽃을 전달하며 감동을 주는 아주 러블리한 이벤트를 하는 거였다. 하지만 난 줄 사람이 없는 걸..? 이 연인이 가득한 도시에서 아름다운 노래와 풍경으로 펼쳐지는 서프라이즈 고백은 아마 내가 연인이 있었다면 너무도 행복하게 즐겼을 것이다. 너무나도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분위기였다. 아마 평생 잊기 힘들 정도로 달달한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연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었기도 했다.


난 속으로 울면서 장미꽃다발을 뒤에 숨기고 들어가는 남자들에게 자리들을 양보하면서 뒤에서 바라보았다. 노래와 함께 등장해 각자의 연인 앞에 섰다. 그러곤 한쪽 무릎을 꿇고 장미꽃을 치켜올려 전달한다. 물론 난 장미도, 장미를 줄 상대도 없었지만 무릎을 꿇고 다른 사람들이 전달하는 걸 바라보았다. 부럽다를 연신 외치면서 난 행복하려고 공연을 결제했는데 외로움을 선물해 주네 라며 배신감도 약간 들었던 것 같다. 장미꽃을 전달받은 여자와 남자는 잠시의 키스타임을 가졌다. 어질어질하다. 나 빼고 모든 이가 커플인 느낌이었다.


남들의 아름다운 연애를 축복해 주며 다음 골목으로 또 이동을 했다. 물론 가면서 노래는 끊이지 않았다. 어쩜 그렇게 노래들을 잘하는지, 중후한 목소리는 골목 사이사이 모두 닿을 정도로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더 멋있었던 건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한 손엔 술과 한 손엔 연인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따라가는 시민들의 모습들이었다. 그렇게 과나후아토의 대학교 광장까지 가서야 그 공연은 종료가 되었다. 그곳에서는 어제 본 마리아치들과 같이 마지막으로 각자의 악단을 소개해준 후 토크쇼 같은 걸 했는데, 우린 이해할 수 없었기도 했고 그 누나는 내일 똘란똥꼬를 가는 일정이, 나는 정리할 것들과 예약할 것들이 조금 있어서 일찍 가기 위해 토크쇼는 스킵하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누나와의 안녕을 고하고, 일정이 겹쳐 어느 도시에 같이 있는다면 또 같이 만나서 여행을 하자며 약속을 하고는 헤어졌다. 멋있는 사람이었다. 12월의 결혼식이 있고, 그전에 못 가봤던 남미를 갔다 오는 것이 꿈이어서 드레스가 예정되어 있는 9/4일 전에는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며 여행을 떠나온 누나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세계여행을 한 것도, 아프리카에 동행을 구해 여행을 다녔던 것도, 중요한 일이 있기 전 남미로 나온 것도 대단했지만 잠깐 봤음에도 느껴지는 단단함이 보여서 대단했다. 단단함 속에 쉽게 부러지지 않는 유연함을 가진 사람 같았다. 항상 도전했고, 일단 부딪혀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많은 인연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부끄러움이란 감정을 덜어낼 수 있었다. 언젠가 길 위에서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는 사람이었다. 각자의 여행길에 웃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여행, 각자의 길 Vam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