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똥꼬, 야외 온천 똘란똥꼬 탐험

5/11 여행 Day 9 - 멕시코 이달고

by Seanly

멕시코 여행을 찾아보면서 가장 많이 추천받은 것은 ‘똘란똥꼬’라는 곳이다. “네? 뭔 똥꼬요?”라며 처음에는 이름에 당황했지만, 여기는 멕시코 현지인들도 캠핑 겸 주말이나 쉬는 날이면 자주 찾아올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석회암 천연 온천이라고 하는데 주변 화산 때문에 물이 따듯하며, 소다 빛을 띠는 자연 온천이다. 크게 그루타스와 포지타스로 나뉘는데, 그루타스에는 말 그대로 천연 온천과 동굴이 존재하며 그 물이 흘러내리는 강까지 있는 구역이다. 포지타스는 인공적으로 만든 야외 온천인데 산 절벽에다가 만들어 놓아서 산과 온천의, 그리고 소다 빛 물 색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멕시코 시티에서 빠듯한 일정으로 간다면 당일치기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어차피 과나후아토로 넘어갈 예정이었기에 이곳 근처에서 숙박을 하루 하면서 편히 갔다 오기로 했다. 멕시코 시티에서 익스미킬판이라는 소도시로 버스로 이동한 후, 여기서 정해진 시간마다 똘란똥꼬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 아침 6시 30분 차를 타고 익스미킬판으로 가서 숙소에 짐을 먼저 맡겨놓은 뒤 셔틀을 타는 곳으로 이동하려 했다. 미리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말을 해두었고, 감사하게도 미리 문을 열어주셨다. 청소 전이라 조금 더러울 수 있다곤 했지만, 난 바퀴벌레 시체가 보일 줄은 몰랐다. 그래, 이런 게 배낭여행의 숙박이지. 2만 원대에 개인실로 된 방이라서 바로 예약했지만 벌레와의 동침은 당황스러웠다. 어차피 하루만 있으면 가니까, 새벽에 일어났겠다, 물놀이도 하겠다, 가서 바로 씻고 자면 되겠다 싶어서 별 말없이 나왔다. (추후에 방에 들어갔을 땐 너무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짐을 놓고 셔틀을 타러 가니 셔틀을 타기까지 한 시간 반 정도가 비었다. 그래서 앞에 있는 시장에 가서 미리 찾아본 족발 타코를 먹어보려 했으나, 무슨 영문인지 문을 열지 않으셨고 그 근처 아무 타코 집에나 앉았다. 그리 많이 먹을 생각은 아니었기에 조그마한 타코를 두 개 시켰다. 무슨 타코인지 모르니 그냥 위에서부터 두 개를 시켰는데, 거기 직원이 하나는 서비스라며 다른 타코를 추가로 주었다. 개이득! 타코 맛은 음,, 퍽퍽한 맛? 썩 그리 맛있지는 않았지만 로컬스러운 느낌 때문인지, 시원한 콜라와 함께여서인지, 아니면 서비스 타코에 정을 느꼈는지 그저 기분이 좋아졌다. 덥진 않지만 뜨거운 햇볕, 바로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어둑한 그늘, 알 수 없는 말로 대화를 하는 시장의 사람들. 음음 여행의 맛이 잔뜩 나는구먼!


그렇게 타코를 먹고 있자, 직원 분은 나와 대화를 하고 싶었던 건지 번역기를 켜서 대화를 시도했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혼자 가는지 물었고 똘란똥꼬에 간다고 하자 따봉을 치켜들더니 거기 정말 좋다며,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최고의 날이 될 거라고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현지인의 추천은 언제나 믿음직하기에 나도 맞따봉을 날리며 셔틀을 타기 위해 이동했다.


셔틀은 한 시간 반 가량 타고 올라가야 했는데, 산을 끝없이 빙글빙글 올라가기도 하고 무슨 방지턱들은 그리도 높은 지, 의자의 쿠션은 없으니 나마 못한 수준이었지만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창 밖에 펼쳐진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자연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여기를 어떻게 찾았을까 라는 궁금증도 함께 말이다. 기사 아저씨는 본인 쪽 창문과 함께 승객들이 탑승하는 앞문도 열어 놓은 상태로 달리셨는데, 창문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아저씨의 모자를 벗겼고 그대로 버스 밖으로 날아가버렸다. 옆에 잠깐 세우시더니 기사 아저씨뿐만 아니라 같이 타고 있던 멕시코 아저씨들도 자기 일인 것처럼 부랴부랴 내렸다. 나도 내려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바람과 함께 절벽으로 날아가버리는 모자를 바라보며 본인도 웃기신 지 껄껄거리시며 버스에 다시 돌아오셨다. 같이 내린 멕시코 아저씨들은 더 아쉬움이 남으셨는지 절벽 근처를 서성거리시며 발을 동동 구르셨다. 이게 멕시코 사람들의 정인가 싶으면서도 후다닥 뛰어가는 아저씨들의 모습과 껄껄 웃으며 넘기는 기사 아저씨의 미소는 괜히 정감이 가게 만들어주었다.


작은 해프닝이 있고 얼마 안 있어 우리는 똘란똥꼬에 들어왔다. 우선 라커룸이 있는 그루타스에서 내렸고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현지인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서 그런 지 영어로 된 안내문이 없다. 사람들을 따라 눈치를 보며 안으로 이동하니 라커룸이 나왔고, 라커룸에 짐을 넣어놓고 옷을 갈아입으려고 가는데 탈의실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영어도 못 알아들으시는 바람에 바디랭귀지로 수영복을 가리키고는 옷을 벗고 입는 시늉을 하자 손가락으로 방향을 알려주셨다. 뭐라고 설명을 덧붙여주셨는데, 난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탈의실로 보이는 곳으로 가자 남녀 픽토그램이 없다. 어디가 남자 탈의실이고, 어디가 여자 탈의실인지 모르겠다. 만 25세의 빅데이터 상 바로 앞이 남자고 안으로 들어가는 곳이 여자 탈의실 같은데, 찰나의 실수가 어떤 해프닝이 펼쳐질지 몰라 탈의실과 대치 상태를 이루고 있었다. 인터넷도 안 터지지니 단어를 검색할 수도 없고! 그렇게 탈의실과의 팽팽한 눈치싸움을 하고 있을 때, 한 여성 무리들이 안쪽 탈의실로 들어가는 걸 보고 옳다구나 하며 남자 탈의실로 성공적으로 들어왔다. 사람이 언어를 모르니 사소한 일에도 많은 신경이 쓰인다.


이제는 옷도 갈아입었겠다. 본격적으로 그루타스 구역으로 이동했다.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다고 해서 걸어가는데 옆을 보니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저 반대편에는 암석으로 된 산이 둘러싸고 있었으며, 하늘은 푸른색으로 구름마저 또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밑을 내려다보니, 이런 색의 물은 난생처음 본다. 아니 사진으로만 보다가 내 눈으로 직접 보니 더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절벽에서부터 폭포처럼 내려오고, 동굴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이 저 밑 강으로 흘러가는데, 우리나라의 계곡물처럼 사람들은 계단식 강에서 놀고 있었다. 깨끗한 소다 빛의 물과, 청명하게 푸른색의 하늘, 곳곳에 긴 선인장뿐인 무채색의 산, 그리고 생기 가득한 초록빛의 나무들. 이게 현실에서 조화가 되는 풍경인가 싶었다. 말도 안 돼! 겨우 발을 떼서 더 가보니 엄청난 크기의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폭포는 그 소리마저 웅장했으며, 그 밑으로 들어가면 물이 쏟아져 나오는 동굴이 있었다. 동굴에서 쏟아지는 물은 따듯해서 전체적으로 물이 따듯했으나,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물은 너무도 시원해서 하반신은 따듯하고 상반신은 시원한, 겨울 온천의 느낌을 내고 있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사우나처럼 더욱 따뜻한 온기와 함께 습기를 내뿜고 있었고, 나는 탐험을 하듯 동굴 안쪽까지 들어갔다 나오기도 했다.


이제 물줄기가 보이는 나를 놀라게 했던 계단식 강으로 들어가기 위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산에 있는 온천이어서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기도 했지만 나름 안전을 위해 길을 잘 닦아놓으셨다. 길을 굽이굽이 걸어 내려가다 보면 탁 트여 보이는 소다 빛의 광채는 나를 더욱 떨리게 만들었다. 강 옆에는 현지인들이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며 강을 바라보기도, 내려가서 물에서 놀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계곡 같았다. 물이 미지근함과 따듯함 사이에 있는 미온수라 연령을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 같았다. 계단식 강 끄트머리에 앉아 강물의 유속을 느끼며 자꾸만 물을 만져보려 했다. 밖으로 나오면 투명할 정도로 깨끗한 물이 강에 다시 놓아지면 아름다운 빛을 내며 내려가고 있었다.


이번엔 인증샷의 성지 포시타스로 향했다. 걸어가기에는 먼 거리여서 그루타스 구역에서 10 페소면 셔틀로 포시타스 구역으로 데려다주었다. 여기는 인공적으로 절벽에 모양을 만들어 놓은 곳이었지만, 너무도 잘 만들어놓았다. 너무 예쁜 모습으로 산의 절경과 어우러진 곳이었다. 내가 있는 곳은 꽤나 높은 산이기에 밑이 한눈에 보이는데, 여기서 미온수에 몸을 따듯하게 만들면서 멍 때리기 딱 좋았다. 한적한 구멍을 찾아 서성이다가 마음에 딱 드는 곳을 발견했다. 목요일이어서 그런지 사람도 없어서 내가 들어간 곳은 거의 나 혼자만 있었다. 밑으로 내려다보면 온천을 즐기는 사람과 흔들 다리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이거다. 이게 신선놀음의 장소이다. 물이 흘러내려가는 턱에 기대 멍 때리기도 하고, 잠시 눈도 좀 붙여보고, 사람도 구경해 보고, 이곳저곳 하나하나 천천히 눈에 담아보기도 하니 벌써 한 시간 반이나 같은 곳에 여유를 즐겼다. 이렇게 딱 반나절만 더 있고 싶다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모른다. 이곳은 내가 여행이 끝나더라도 손에 꼽는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렇게 한참을 멍 때리고 있을 때, 사진 요청이 들어왔다. 그렇게 몇 명과 사진을 찍고 나니, 옆 구역에 계시던 아저씨가 인터뷰를 시작하셨다. 혹시 유명한 사람이냐고 물어보길래 손사래를 치며 노멀 펄슨이라고 답해주었다. 그렇게 서로 웃으면서 안부를 전하고 나니 리아라는 한 소녀가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리아의 부모님은 사진 찍는 게 어색하신지 포즈를 잡아도 통 핸드폰을 보며 두 분이서 실랑이를 할 뿐 통 찍어주시질 않았다. 뻘쭘하게 둘이 서 있는 게 그래서 리아라는 소녀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이름이 무엇인지, 몇 살인지 등등 바디랭귀지와 함께 대화를 했고, BTS를 좋아한다고 했다. 역시 한국을 알린 일등공신 BTS! 덕분에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고 노래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했다. 노래 <Dynamite>의 춤 일부분을 따라 하자, 맑은 웃음으로 까르르해 주었다. 언어는 달라도, 심지어 각자의 나라의 언어도 아닌 제 3자의 언어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건 음악이라는 요소가 가장 쉽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렇게 실랑이가 끝나고 카메라가 다 고쳐졌는지 몇 장의 사진을 찍고서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를 했다. 현지인들과 소통한다는 건 참으로 어렵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것 같다.


막차를 타기 위해서 햇볕에 잠시 몸을 말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버스를 대기하기 위해 걸어가는데, 해의 방향이 바뀌면서 아까는 보지 못했던 뚜렷한 윤슬이 생겨났다. 소다 빛의 물에서 비친 윤슬은 나를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내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 사람은 바다에, 강에, 호수에 피어난 윤슬을 참 좋아했다. 제부도의 바다에서, 반포 한강 공원에서, 일산 호수 공원에서, 이 외에도 참 많은 곳에 함께 다니면서 윤슬을 담았었다. 이제 와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건 더 많이 여행을 가지 못했고, 더 많이 함께 하지 못했었다. 일 특성상 바빠지면 불규칙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을 때 더 보자!라는 마음으로 매 순간을 함께 했었다. 그런데도 같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게 아쉽다. 어제의 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또 미래의 순간은 날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랬기에 항상 지금을 최선을 다해 살았다. 하지만 최선으로 모든 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또 한 번 좌절했고, 또 한 번 성장했다.


아직도 살아감에 있어 많은 순간들에 자꾸 생각이 난다. 이번 여행에 와서는 더욱 많이 생각나는 것 같다. 때문에 많이 외로워지기도, 또 혼자이기에 생각을 덮어두는 게 아닌 생각의 끝맺음을 나름 지을 수 있게 된다. 참으로 삶은 아이러니하다. 삶의 양면성은 나를 혼란스럽게 하지만, 이 또한 나를 찾는 여행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나를 찾아야 나를 잃지 않는다. 나를 바라볼 줄 알아야 힘든 고난이 나를 무릎 꿇게 하여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나를 사랑해 줘야, 남을 사랑할 수도, 내가 사랑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 그 사람이 좋아했던 윤슬을 마음에 품은 채 나는 다시 버스로 돌아갔다. 또,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