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 여행 Day 13 - 멕시코 칸쿤
오늘은 칸쿤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육로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과나후아토에서 칸쿤으로 바로 갈 수 없어서 비행기를 예약을 했다. 또 티켓 자체 가격은 나쁘지 않았으나 수화물 가격이 더 나갈까 봐 걱정했지만, 나름 사악하진 않은 정도여서 안심했다. 우리가 제주도 가는 것과 같이 여기도 국내선은 2시간 전에 체크인 창구가 오픈되었다. 휴, 일찍 갔으면 손해 봤을 뻔 (침대에서 빈둥거리다가 느지막이 출발했다.)
작은 공항이어서 수화물 검색대도 두 개뿐이었지만, 사람이 별로 없어서 수월하게 지나갔다. 자, 모든 검사는 끝났다. 이제는 좌석에 앉아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본다. 일기도 쓰고, 찍었던 사진도 다시 보고, 연락도 하고 보니 탑승 시간이 되었다. 나의 좌석은 31번 A였는데 꽤 멀리 있겠다고 예상은 했지만 맨 구석일 줄은 몰랐다. 맨 끝 줄에서 창문도 없는 맨 끝 좌석이었다. 생각보다 되게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그걸 불편할 새도 없이 한 시간 동안 기절을 했다. 역시 이동 중에 잠 만한 시간 때우기가 없다.
칸쿤으로 놀러 가는 현지인들이 많았는데, 가족 단위로 많이 가는 듯했다. 그래서 그런 지 기내에 아이들이 정말 많았고, 음식 카트가 지나가기 무섭게 과자며, 음료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나는 저 카트가 31번에서 1번까지 가는데 40분이 걸리는 상황은 처음 봤다. 음식이 떨어져서 계속 추가로 가져오고 있고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랐고, 승무원 분들은 비행기 이륙 후에 아마 가장 바쁜 시간대였을 것 같다. 쓰레기 수거까지 하니 도착 시간이 되었다.
왁자지껄한 비행기에 내려서 공항 건물에 들어가니 바다 근처라 그런지 습도가 높은 게 확 체감이 되었다. 우버를 보니 340페소. 하지만 칸쿤은 그냥 버스가 아닌 고속버스로 시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Ado라는 버스 회사에서 110페소를 결제하고 시내까지 갈 수 있었고 터미널에서 숙소까지도 걸어서 10분이면 가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터미널에 내려서 숙소로 가는데, 너무 예쁜 하늘이 보였다. 푸른 느낌이 아니라 구름이 두껍고 낮게 끼어 있었는데 일몰의 태양이 내리쬐고 있으니 꼭 누군가 강림할 것 같은 하늘이 펼쳐졌다. 높이 뜬 구름 주변으로 흘러나온 빛이 낮게 깔린 구름들에 닿아서는 꼭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기지 않는 이 느낌은 배낭을 들었음에도 하늘에 시선을 둔 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해가 조금 더 지고 나서야 나는 호스텔로 갈 수 있었다.
14인실의 호스텔, 락커도 있겠다, 가격도 저렴하겠다, 배낭 여행자라면 자고로 호스텔이지!라는 생각으로 왔는데, 시설이 너무 좋았다. 호텔과 호스텔 둘 다 운영하는 곳으로 호텔 방과 호스텔 방이 따로 있었고, 가운데 로비에는 작업할 수 있는 테이블과 소파들이 있어서 방 안에서 굳이 시끄럽게 하지 않고 밖에 나와서 편하게 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굉장히 청결한 게 좋았다. 덥지 않게 에어컨도 나오고 직원들도 너무 친절했다. 해외에서의 첫 호스텔의 경험이 꽤나 좋았다. 내 방에 내 침대로 가니 커튼 봉에 빨랫감이 널어져 있었다. 아마 앞사람의 빨래였던 것 같은데, 난 크게 개의치 않았다. 사람이 온 걸 알면 어련히 치워주겠거니 하고 짐을 두고 배가 고파서 밥을 먹으려 나가려고 했다. 그러더니 샤워가 끝난 한 여성이 수건으로 몸만 가린 채로 “웁스, 쏘리” 하면서 빨래를 치워주고 있었다. 난 빨래보다 이 모습이 더 당황스러웠다. 아무렇지 않게 “잇츠 오케이~”를 했지만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속옷들과 그녀의 모습은 꽤나 당황스럽기 충분했다. 이게 혼성 호스텔의 느낌인가. 코리아 타이거 김시현, 지지 않기 위해 나도 내일부터 팬티들 손빨래해서 잘 보이는 곳에 말려야겠다.
터미널에서 오다가 본 길거리 음식을 파는 듯한 골목이 있었고, 여기로 무작정 걸어가 보았다. 정답! 더 들어가 보니 큰 광장이 있었고, 여기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음식들과 디저트들, 음료를 만들어주는 포장마차들이 많았다. 타코와 부리또, 퀘사디아는 너무 많이 먹었기에 새로운 걸 먹어 보고 싶었다. 일단 한 번 슥 둘러보니 사람이 끊이지 않는 집이 있었다. 오케이 여기로 간다.
메뉴판에는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았고 바로 신디야에게 도움을 청했다. 메뉴판을 보내주며 추천해 달라고 했다. 신디야의 추천인 Sopes를, 직원의 추천인 Empanadas를 각각 Beef와 Chicken으로 해서 주문을 했다. 그 사이 편의점에서 살사 바에서 맛있게 먹었던 XX 맥주(최애 멕시코 맥주)를 사 왔다. 음식까지 받아서는 대강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자리를 물색해서 앉았고 비주얼 합격점이었던 이 음식들을 맛보았다.
첫 타자, Sopes는 반죽이 잘 찢어져 잡기 힘들었지만 한 입 딱 베어 물었을 때 느껴졌다. 이거 미쳤다. 내일도 와서 먹겠구나. 또띠아보다는 두껍고 촉촉한 느낌의 반죽과 그 속에 장조림과 같은 식감의 Beef와 약간은 매콤한 소스가 버무려진 내용물은 반죽과의 조화가 너무 좋았다. 약간은 느끼할 법 하지만 과카몰리 소스와 양상추, 그리고 양파절임은 환상의 짝꿍이었다. 양손에 음식물이 가득 묻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니 신경 쓸 수 없었다. 너무 맛있었기 때문에. 신디야 고마워, 덕분에 먹어봤어.
다음은 직원분의 차례다. 이 가게의 대표 음식, 생긴 건 손바닥보다 큰 군만두처럼 생겼다. 안에 내용물을 넣고 반으로 덮은 다음에 튀긴 굉장히 큰 만두 위에 알 수 없는 흰 소스와 양상추까지 올려주시니 보기에도 좋아 보인다. 먹으면 배불러 보일 정도로 크기도 좋다. 역시 추천 음식이 맛없는 경우는 별로 없다. 야무지게 다진 내용물은 만두소처럼 부드러웠다. 바삭함이 한 번, 소에서 고기 맛이 한 번 역시 튀긴 음식과 고기는 궁합이 좋다. 대강 때우려던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칸쿤에 도착하자마자 너무도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저기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저들이 부럽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신디야, 직원 님!
내일은 칸쿤의 바다로 보러 갈 생각이다. 그런데 남미 단톡방에서 해초가 많아져서 원래 예쁜 바다가 그렇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해초의 영향으로 썩은 내까지 난다고 하니 조금 걱정이지만, 주기적으로 치우기도 하고 해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도 한다니, 일단은 기대는 최소한만 하고 가보려고 한다. 괜찮다. 난 세뇨떼를 더 기대했으니까!라는 말로 정신 승리를 해본다. 내일 하루도 부디 탈 없이 즐기고 왔으면 좋겠다. 카리브해의 바다! 내게 너의 예쁜 모습을 보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