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바다, 카리브해에 도달하다!

5/17일 여행 Day 15 - 멕시코 칸쿤

by Seanly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의 색을 띤다는 카리브해의 바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너무 먼 곳에 있어서 항상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봤었다. 물론 나는 우리나라 동해와 제주도의 바다를 참 좋아하지만, 카리브해의 바다는 무언가 미지의 느낌이 난다고 할까. 멀기에 더 가보고 싶었고 꿈에 그렸었다. 대체 카리브해는 어떠하길래 휴양의 대명사로 사랑받고 있는 걸까.


내 첫 카리브해 대면은 멕시코 칸쿤에서 이루어졌다. 어제는 아침에 눈을 뜨자, 오늘 무리하면 뭔가 지독히 아플 것 같은 컨디션이 느껴졌다. 그저 게으름 부리고 싶은 본능이었을진 모르겠지만, 호스텔에 묵고 있어서 숙박비도 저렴했겠다, 일정도 나름 여유 있겠다. 하루 종일 숙소에서 푹 쉬었다. 그래서 칸쿤에 도착한 지 3일 차인 오늘 처음 바다를 보러 나갔다.


단톡방에서 해초의 습격으로 바다가 악취가 나고 예쁘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물론 내가 오늘 갈 통칭 여인의 섬, Isla Mujeres라는 섬은 해초가 잘 쌓이지 않아 항상 예쁜 바다를 유지한다고 한다.


숙소에서 Juarez라는 선착장으로 이동하여 Ultramar라는 선박 회사의 페리 표를 구입했다. 왕복 540페소에 환경 보호금 겸 세금까지 해서 총 561페소 (42,000원 정도)의 가격이 나왔다. 괜찮아. 오늘의 식사도 길거리 음식으로 해결하면 돼! 식비를 아끼고 투어나 관광을 많이 하자는 주의이기에 흔쾌히 입장한다.


30분마다 페리가 있었는데 나올 때도 밤까지 시간대가 있었다. 편할 때 나오면 되기에 여유를 즐기고 오기로 했다. 해초는 떠다니는 조금의 것들만 제외하면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햇살은 뜨겁지만 페리의 맨 위에 타본다. 카리브해를 직접 느끼기 위해 나의 피부는 조금 그을려도 괜찮다. 선크림을 떡칠하고 왔기에 조금은 믿어보면서 페리에서의 출항을 기다려본다. 그렇게 출발을 하자 뜨거웠던 느낌도 금세 없어지고 바닷바람이 불어오니 오히려 시원해졌다. 여인의 섬으로 출항!


페리를 타고 여인의 섬으로 달리는 과정은 너무도 시원하고 청량했다. 아니, 이런 물색이 가능하다고? 속이 다 보일 정도의 투명하고 맑은 바다에, 이 색감은 또 어찌나 예쁘던지. 에메랄드의 초록색과 청량한 하늘보다도 더 푸른 파란색과, 그 사이의 투명한 하늘색, 그리고 저 멀리엔 딥블루의 색감까지. 팔레트에 물감을 짜 넣고 채도와 명도로 색감 만들어 놓은 듯 조화가 아름다웠다. 바다 색도 색인데 밑에 바위나, 햇빛, 그리고 깊이에 따라 색감이 달라져 이 조화로움이 카리브해의 명성을 만드는 듯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의 바다와는 다른 아름다움이다. 카리브해 만의 색감이 있었다. 카메라로 연거푸 찍어보았지만, 이건 눈에 밖에 담기지 않는 색감이었다. 카리브해는 청량함의 대명사였다. 섬으로 가는 25분 동안 난 그저 섬으로 가는 교통을 탄 것이 아니라 투어를 하는 느낌을 받았다.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줘서, 아니 내 기대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줘서 고마워 카리브해!


섬에 도착하여 호기롭게 걸어본다. 일단 사람들이 많이 가는 해변 쪽으로 가본다. 파라솔과 벤치가 있고 베드도 여럿 보인다. 수많은 펍과 바 들은 하나씩 멋들어진 풍경과 좌석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렇게 해변으로 유명한 Playa Norte 해변에 갔다. 해변에 아름다움에 감탄도 잠깐 더워도 너무 더웠다. 뜨거워서 그릴 바비큐가 되는 느낌이었다. 일단 그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어서 햇빛은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이때 나는 내가 더운 나라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이전까지 그리 못 버틸 정도의 더운 날씨는 아니어서 잠시 얕봤다. 32도의 더위는 아름다운 카리브해의 바다도 눈에 담을 수 없는 지침을 선사했다.


그렇게 햇빛을 피해 그늘에 있으니 생기가 돌았다. 그래, 일단 버스를 타고 이 섬의 끝인 Punta Sur 라는 절벽으로 가보기로 한다. 날씨만 좋았으면 1시간 거리 정도야 걸었을 텐데 그렇게 걸었다간 기진맥진 상태로 숙소에 돌아가 뻗어버릴 것 같았다. 20페소를 내고 버스에 탑승하여 바람을 맞으니 너무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대략 20분쯤 달렸을까. 이 섬의 끝 Punta Sur에 도착했다. 끝에 있는 공원까지 들어가려면 100페소를 내야 해서, 앞에 있는 풍경만을 즐겨보기로 했다.


밑에는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들리고, 저 멀리에는 청량하고 푸른 바다가, 그리고 다시 밑을 바라보면 투명한 바다도 함께 보인다. 아름답다는 말만 수십 번을 외쳤던 것 같다. 감탄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자, 사람들이 사진을 부탁하러 찾아왔다. 액션캠도 찍고, 필름 카메라도 꺼내서 찍고, 핸드폰으로도 여러 장 찍고 있으니 그들에게 나는 유튜버 아니면 사진작가로 보였다고 한다. 어느 노부부의 웃음이 가득한 사진도 찍어주고, 이 더위에도 아버지에게 꼭 껴앉고 사진 찍는 어린 소녀도 찍어주고, 배낭을 메고 여행하고 있는 여행자 커플의 사진도 찍어주어 본다. 따듯한 인사를 건네며 각자의 여행에 안녕을 기원해 주고 나서야 나는 그늘이 지는 곳에 앉아 저 먼바다와 함께 Punta Sur를 느껴본다.


이곳에 오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는 이 여유가 사람을 달래주는 듯하다. 그렇게 몇 십 분을 머무른 후 다른 길로도 한 번 가본다. 바라보던 곳의 반대편으로 가보는데 여긴 또 색 조화가 다르다. 먼바다의 딥블루와 가까운 곳에는 투명한 하늘색의 바다가 길처럼 쭉 펼쳐져 있다.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와! 는 참을 수 없었다. 조경용 풀이 온전한 시야를 방해하고 있을 때,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좋은 스팟을 발견했다. 그곳에 앉아서 또 한참을 바다를 바라본다. 이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확신이 없어 이 순간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한참을 바라보았다.


바다는 어딜 가든 똑같은 것이 아니었다. 이 바다 저 바다 모두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뜨거운 햇볕이 나를 내리쬐고 있는 것도 개의치 않은 채 그냥 즐겨보기로 한다. 그리곤 이 바다의 느낌이 카메라에 온전히 담기길 바라며 또 기록을 해본다. 또 훗날 이 감정을 다시 끄집어내기 위해서 필름 카메라로도 기록을 남겨본다. 이 모든 과정을 액션캠에도 담아본다.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풍족한 느낌이었다.


다시 메인 스팟으로 이동을 했다. 이 갈증, 이 더위 조금 더 묵혀두고 싶었다. 왜냐하면 정말 시원한 콜라로 타파하는 그 짜릿함을 겪기 위한 일보 후퇴였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편의점으로 달려간다. 잠시 맥주와 고민을 했지만, 콜라로 선택해 본다. 편의점에서 나와 해를 피해 그늘로 숨었다. 콜라 병 표면에 차가운 이슬이 맺히고 있고, 뚜껑을 여니 시원한 탄산 소리가 난다. 그리고 시원한 콜라를 목구멍 너머로 들이붓자, 시원한 쾌감이 밀려온다. 짜릿짜릿한 이 느낌을 받기 위해 지금까지 참아왔다! 여행 중에, 또 더위를 마주 했을 때, 이 상황을 즐길 방법을 찾은 것이다. 더위는 어찌할 수 없으니, 이 더위를 쾌감으로 바꿀 무언가는 나에게 있어 그늘에서 마시는 시원한 콜라이다. 똑같은 레시피일 텐데 해외에서 먹으면 왜 이리도 맛있는 건지 당최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기력을 충전하고 시장을 둘러봤다. 확실히 유카타(칸쿤, 플라야 델 카르멘, 툴룸 등 멕시코 동부 지역) 지역은 휴양지로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그런 지 전체적으로 기념품 가격들이 비싸다. 멕시티나 과나후아토에선 3개의 100페소 하던 마그넷도 한 개의 100페소씩 하는 곳도 있다. 과나후아토 키링을 40페소에 샀는데 여긴 칸쿤 키링이 80페소, 거의 2배 차이이다. 칸쿤 지역의 키링은 배낭 여행자의 성지 플라야 델 카르멘이나 마야 문명 유적지가 남겨진 툴룸에 가서 사기로 생각했다.


다시 Playa Norte 해변에 갔다. 수영복을 챙겨 왔지만, 바다 수영은 이래저래 뒤처리가 힘들기도 하고 짐 보관할 곳도 없어서 발만 담그기로 했다. 4시가 넘어가고, 해도 구름에 조금 가려지니 살만해졌다. 바람도 시원하고 물에 발을 담그니 시원해졌다. 몸에 물이 닿은 것뿐인데 왜 이리 물놀이는 사람을 신나게 하는지 모르겠다. 해변 모래에 글씨도 써 보고, 발 담그다 세차게 치는 파도에 허벅지까지도 젖어도 보고 혼자서도 미소 지으면서 물놀이를 해봤다. 그러고는 해변에 앉아 바다와 함께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해 본다.


혼자 여행할 때의 장점은 이런 제3자의 입장으로 즐기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재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룡 튜브 인형을 들고 뭐가 그리고 신나는지 까르르 거리며 웃는 저 아이는 얼마나 밝게 웃던지 보던 사람도 괜히 미소를 짓게 만든다. 앞니가 다 빠져 아랫니와 송곳니만 보여서는 어찌 그렇게 맑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지. 웃음이 참 예쁜 아이를 만나 나도 모르게 한참을 그 아이를 구경했다.


나는 6시가 되어가는 시간이 되고서야 이 섬에서 나갈 준비를 한다. 선셋을 보고 싶지만, 더 이상 배고프기도 하고 얼른 씻고 싶었기에 조금 일찍 출발했다. 페리를 타고 나가는데, 저 멀리서 무지개가 떴다. 정말 마법 같은 풍경이었다. 푸른 바다와 밝게 비추는 하늘, 그리고 뚜렷하게 존재감을 띄는 무지개까지. 귓가에는 페리에서 라이브로 부르는 아저씨의 색소폰과 노랫소리, 저 바다에선 예쁜 것들의 조합이 지금 이 순간을 현실감 없게 만든다. 말로 설명이 안 되고, 글로 이 감동을 모두 전할 수 없다는 사실에 서글프지만, 누구보다도 내 기억 속엔 뚜렷하게 자리 잡았다. 내 첫 카리브해는 그야말로 마법 같은 순간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