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봉고, 이곳은 라스베이거스였던 건가!

5/18 여행 Day 16 -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

by Seanly

칸쿤에서 플라야 델 카르멘으로 넘어가는 날이다. 신혼 여행지와 휴양지로 각광받는 칸쿤이 있다면, 이 유카탄 지역에는 배낭 여행자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플라야 델 카르멘이 있다. 칸쿤에서 밑으로 1시간 30분가량 내려가면 나오는 도시인데, 이곳은 세뇨떼를 갈 수 있는 곳이 많기도 하고, 쇼핑몰이나 맛집들이 많아서 배낭 여행자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호텔 존과 다운타운이 나뉘어 불리는 칸쿤과는 달리, 호스텔 숙소 바로 앞에도 바다가 있어서 배낭 여행자들에게 더욱 사랑을 받는 것 같다.


ADO 버스 터미널로 가서 플라야 델 카르멘으로 가는 버스 티켓을 110페소에 구입했다. 안내된 출구로 버스를 타러 가는데, 내 버스 시간이 될 때까지도 플라야 델 카르멘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라고만 한다. 혹여나 버스를 놓칠까 봐 들어오는 버스마다 물어봤지만 그 어디에도 내 버스는 없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 직원은 그들에게 계속 붙잡혀 노 플라야만 말해주는 상태였다. 스페인어가 안되니 정확한 이야기를 할 수도 없어 답답할 찰나에 어떤 외국인 커플이 친절하게 와서 도와주었다. 자기들도 플라야 델 카르멘 가는데, 아직 버스가 안 온 거라고 하고 대략 10분 정도 더 늦는다고 한다. 라며 직원의 안내를 영어로 번역해 준 것이다. 한시름 마음 놓은 나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들어오는 버스를 계속해서 기웃거렸다. 12시 20분 차였지만, 12시 50분이 되어서야 들어온 플라야 델 카르멘 행 버스는 나를 싣고 염원하던 목적지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나가자, 여타 다른 터미널과 다르게 아울렛처럼 양 옆으로 쇼핑과 바, 레스토랑이 쭉 펼쳐진 5번가의 거리는 나를 놀라게 했다. 여행지의 느낌이 풀풀 나는 곳이었다. 오히려 칸쿤보다 더 휴양지스러운 곳이었다. 항상 나만 큰 배낭을 등에 매고 다른 이들은 대부분이 캐리어였는데, 여기는 나와 같은 배낭자들이 많다. 알 수 없는 반가움과 함께 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호스텔로 향한다.


더운 건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행복하지만서도! 이런 여름이기에 물에 들어갈 수 있으면서도! 더운 건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든다. 땀을 뻘뻘 흘리며 호스텔에 도착하자마자 배낭을 내려놓고 냅다 드러눕는다. 잠시 숨을 돌리고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짐을 정리해 본다. 그러고 나서는 오늘은 이곳의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꽂히는 옷이 있으면 구매하리라 마음을 먹고 다시 햇볕이 내리쬐는 밖으로 나섰다.


그래도 나름 4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서 그런가 제법 뜨거운 느낌이 사라졌다. 해가 누워지자, 거리에 그림자가 들어섰고 드디어 숨을 쉬면서 돌아다닐 수 있었다. 몇 걸음 안 가서 나는 스타벅스를 발견한다. 그래, 이 더위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때려야지!라는 다짐과 함께 무엇을 할지 서치를 해보기로 한다. 항상 먹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를 시켰는데, 어라 멕시코 시티랑 가격이 다르다. 아니 같은 나라 같은 브랜드인데,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니! 멕시코 시티에서는 3000원대였는데 여기는 가격이 5000원대로 한국보다 더 비싸졌다. 약간의 배신감과 함께 서치를 시작했다.


대부분이 들어보고 예정했던 세뇨떼 이야기만 했고 이곳에 대해서는 딱히 별 이야기가 없었다. 광장에서 저녁이 넘어갈 즘에 야외 공연이 열린다는 정도. 좋아 오늘은 멕시코를 오면서부터 기대했던 코코봉고를 밤에 보고, 지금은 돌아다니면서 쇼핑과 기념품 좀 산 후에 저녁 야외 공연을 봐야겠다 정리를 했다.


H&M, FOREVER 21 등 착한 가격대의 매장들도 있고,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 매장들도 많이 보인다. 5번가의 끝과 끝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옷 매장에 들어가며 옷들을 구경했다. 하지만, 원하는 옷은 없었다. 멋 부리는 셔츠나 자켓은 입지 못 한단 말이야. 예쁜 버킷햇을 찾아보지만, 역시나 볼캡 밖에 안 보인다. 그렇게 2시간의 쇼핑은 아이쇼핑이 된 채로 종료하게 됐다.


땀을 너무 흘려서 호스텔에 나와서 씻고 다시 나왔다. 사실 코코봉고를 너무 가고 싶지만, 쇼를 하는 클럽이기 때문에 나 혼자 가는 것이 뭔가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연락하고 있던 신디야에게 나 코코봉고 갈까 말까 고민된다고 말하자, 가고 싶어 했는데 가야지! 라며 용기를 넣어주었다. 그래, 안 가면 후회할 게 분명한데 조금의 용기만 있다면 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혼자 여행도 다니는데 클럽이 뭐 어때서! 게다가 이곳은 동양인은 쉽게 찾아볼 수 없어서 정말 외국이라는 느낌이 가득 드는 멕시코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어떻게 놀아도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나를 놓아도 되는 곳이다.


당당하게 코코봉고 공연장 앞으로 갔다. 정가는 96달러 인 것을 알고 있지만 처음에 티켓 가격을 듣고 화들짝 놀란 척을 한다. 약간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다가 얼마까지 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정가라면서 온라인으로도 보여준다. 사실 보고 왔기 때문에 가격을 알지만, 아쉽다는 듯이 제스처를 한번 취하면서 좀 더 싸게 해달라고 물어봤다. 내 목표는 90달러! 그런데 그 티켓 판매원은 주변을 살짝 둘러보더니 8시 이전에 구입하면 86달러에 해주겠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체크한다. 프리 드링크에 86 맞지? 그렇게 주먹 인사까지 하며 거래 성사가 완료되었다. 10시부터 입장을 하며 9시 30분 정도에는 와서 줄 서 있어야 좋은 자리에서 쇼를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2시간 정도 남은 시간, 티켓을 구입한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광장 야외 공연을 보러 이동했다.


야외 광장에 도착해서 대충 안을 수 있는 곳에 앉았다. 미리 준비한 나쵸와 콜라를 먹으며 카리브해를 배경으로 공연을 하는 공연단과 그걸 구경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어쩜 물색이 저리도 예쁜 지! 볼 때마다 놀랍다. 공연은 어떤 부족의 의식 같은 것을 공연하는데 횃불을 들고서 휘적거리며 둘이 데칼코마니처럼 춤을 추다가 어떤 주인공의 남자가 뒤에서 나타난다. 그러고는 불이 피어오르는 모닥불에 발을 가져다 댄다. 아저씨 발에 불붙었어요. 불 위에 발을 여러 차례 휘적거리기도 하더니 이제는 손까지 넣는다. 불붙은 손으로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어후, 아무리 특수한 기름을 발라서 뜨겁진 않더라도 열기가 엄청날 텐데,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다음으론 어두침침한 복장을 입은 사람이 나타나 섬뜩하게 무어라 말을 하면서 의식을 행사한다. 이거 어린애들이 봐도 안 우려나..? 싶을 때 몇몇의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끝나는 듯하더니 갑자기 옆에 아파트 3~4층 높이는 되어 보이는 봉 위에 다섯 명의 사람들이 올라간다. 그러고 끈으로 본인의 몸을 고정한 뒤 봉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고 한 명은 봉 끄트머리에서 악기를 연주한다. 그렇게 아찔한 공연은 30분마다 하는 듯했다. 대단해. 돈 많이 버세요 선생님들.


나는 시간에 맞춰 코코봉고 앞으로 갔다. 영화 <마스크 맨>에서 나온 공연이라는데, 사실 <마스크 맨>을 안 봐서 무엇인지는 모르나, 프레디 머큐리부터 물랑루즈, 마이클 잭슨, 영화 <300> 등등 여럿 유명 인사들과 영화 패러디 등 볼거리가 넘친다고 한다. 12만 원이나 하는 티켓 값 아주 뽕 뽑을 만큼 술도 마시면서 공연을 즐겨보리라 다짐을 한다. 줄을 서고 있는데, 역시 혼자 온 사람은 나뿐 인 것 같다. 다들 연인과 친구들끼리 같이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다. 나는 반팔 반바지에 힙색을 맨, 순수 클럽이었다면 입장도 못했을 패션으로 서 있고, 다른 사람들은 화려한 클럽 복장으로 있는데 살짝 부끄러워지기 시작한다. 뭐 어떠랴, 저 사람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10시가 되자, 테이블을 잡은 사람들부터 입장을 시작한다. 그렇게 자리를 다 잡고 일반 스탠딩 사람들이 들어가는데 울려 퍼지는 베이스가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들어가자마자 드링킹 테이블로 가서 칵테일을 주문한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걸로 줘! 물론 개수를 잘못 들어 하나가 아닌 두 잔을 주었지만 한 잔을 단숨에 마셔버리고 한 잔을 들고 자리를 잡아본다.


가운데서는 스탭업에 나올 것 같은 복장으로 남녀 댄서들이 분위기를 잡는다. 그러고 사람들이 얼추 입장을 다 하자, 여자 댄서들이 내려가더니 남자 댄서들의 춤 공연이 시작된다. 힙합부터 시작해 비보잉까지 한다. 벌써 재밌다. 한 손엔 칵테일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비트를 쪼개며 몸을 쉬지 않고 흔들어 본다. 이 첫 공연을 시작으로 화려한 공연들이 줄지어서 시작을 한다. 영화 <위대한 쇼맨>에 나오는 것처럼 공중에서 천을 타는 플라잉 쇼도 보이고, 스테이지에서는 춤도 춘다. 사람들은 익숙한 노래가 나오면 같이 떼창을 하고, 유명한 영화와 인물을 기반으로 하면 다들 열광한다. 마카레나를 다 같이 추기도 하고, 삼바 축제에 온 듯 삼바를 외치기도 했다. 프레디 머큐리의 에-오도하고, 마마 우우우도 같이 외쳐봤다. 영화 <300>의 명대사처럼 This is Sparta! 도,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도, 물랑루즈의 화려한 퍼포먼스도 눈과 귀는 쉴 새 없이 열광했고 입으로는 쉴 새 없이 술을 들이켰다. 칵테일과 데킬라를 번갈아가며 마시고 흥에 취해 춤도 췄다. 이 공연을 안 봤다면, 난 얼마나 후회했을까! 정말 쉴 새 없는 거진 4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새벽 2시 30분이 되어서야 나는 호스텔로 향했다.


항시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어, 밤에도 안전하기로 유명한 플라야 델 카르멘이었고 나는 안전하게 귀가하던 중 경찰들이 찾아온다. 마약을 했냐며 묻는다. 아뇨 저는 그저 술 마셔서 행복한 것뿐인걸요. 비틀거리지도 않았지만, 생각해 보니 혼자서 길거리를 걷고 있으니 이상하게 볼 법했다. 여권을 보여주고 소지품도 꼼꼼히 확인하신다. 지갑까지도 열어보시고 몸수색도 한 후에야 나는 다시 호스텔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100달러 한 장이 없다. 나는 현지 화폐가 부족해 100달러짜리 두 장을 가지고 나왔고, 한 장은 코코봉고 티켓을 사고, 한 장은 내일 환전소에서 바꾸려고 챙겨놨는데 없어졌다. 나는 코코봉고 티켓을 산 후로 지갑을 열어본 적이 없었기에 유일하게 지갑이 열렸던 검문 과정에서 없어진 것 같다. 나에게 지폐들을 넘겨줬는데 페소 밖에 없었다는 걸 깨달았고, 이때 경찰이 슬쩍 가져가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너무도 괘씸하고 당황했지만, 나는 어차피 일어난 일. 돌릴 수도 없고 대처할 수도 없으니 13만 원이 준 교훈이라고 생각하고 씁쓸하게 넘겨보려고 한다. 술에 취해서 흘린 것도 아니고, 당한 것도 아니다. 그저 눈 뜨고 당했다는 느낌에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래, 100달러는 웬만하면 직접 들고 다니지 말자. 들고 다닌다면 잘 관리를 하자. 오늘은 코코봉고의 여운이 나를 위로해주리라. 100달러는 없어졌지만, 난 코코봉고 덕분에 그만한 가치의 밤을 즐겼다고 생각한다. 너무도 재밌었고, 신나고, 미칠 수 있었던 나는 오늘 밤을 잊지 못하고 계속해서 회상하겠지!


코코봉고, 최고의 클럽, 최고의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