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투명한 놀이터, 세뇨떼를 가다.

5/19 여행 Day 17 -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

by Seanly

어젯밤까지 신나게 달려서 오전은 푹 쉬기로 했다. 11시에 일어나서 대충 수영복을 챙기고 물놀이 준비를 한 후에 호스텔을 나섰다. 오늘은 세뇨떼를 갈 예정이다. 유카탄 지역에는 여러 가지의 세뇨떼가 있는데, 이 세뇨떼를 도장 깨기 하듯 세뇨떼를 위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재밌는 곳이다. 지금 바다는 해초의 습격으로 물놀이하기가 어렵지만, 세뇨떼는 365일 언제나 물놀이하기에 최적이라 배낭 여행자들이 더욱 사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대표적인 3개의 세뇨떼가 모여있는 곳을 갈 예정이다. Azul, Eden, Christalino라는 세 곳 중에서 Azul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는 유명한 곳이기도 해서 패스, Eden 보다 Christalino 가 더 놀기 좋았다는 선발대의 말에 따라 이곳만 가보려고 한다. 세 곳을 다 가야 하나 싶었지만, 입장료도 입장료고 나는 여유를 만끽하며 물놀이도 했다가 일광욕도 했다가 다이빙도 하는 느긋한 여행을 더 선호하기에 한 곳에 가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친구들끼리 같이 왔다면 세뇨떼 투어는 해보고 싶다!


여기서는 대중교통을 보통 콜렉티보라고 부르는 봉고차로 다니는데, 세뇨데로 가는 콜렉티보를 타기 위해서 길을 나섰다. 20분 즈음 걷다 보니 녹아내리기 직전에 콜렉티보를 타는 곳에 도착한다. 세뇨떼를 외치며 가는 콜렉티보를 찾고 차에 올라탔다. 다행히 에어컨이 나와서 한숨 돌리면서 세뇨떼로 향했다. 이 콜렉티보는 후불로 도착해서 결제를 하는 시스템인데, 20분 정도 걸렸으며 35페소 가격이 나왔다. 돌아올 땐 반대편에서 타라는 말과 함께 내려주었다. 여러 사람들이 Azul로 향하지만, 난 내가 꽂힌 곳으로 간다!


Christlino로 들어서서 입장료 200페소를 내고 구명조끼를 받는다. 구명조끼는 필수는 아니지만, 물에 떠다니고 싶을 때 너무 유용하기에 받아둔다. 여기는 너무도 맑은 물을 자랑하는 세뇨떼이기에, 화장품이나 선크림 등은 금지되며 바르고 온 것은 가기 전 샤워실에서 씻어내야 한다. 물 안에서 먹을 것도 금지, 마실 것도 금지! 완벽하게 자연을 위해서 풀 세팅을 하고서는 물가로 들어섰다.


와! 미쳤다! 물이 너무도 맑다. 계곡의 맑은 물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투명하다. 맹그로브의 나무뿌리가 저 밑에까지 다 보일 정도였으며, 내가 서있으면 물에 내가 비치고, 저 깊은 곳의 바위의 색, 수영하는 물고기들이 다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투명함 그 자체의 세뇨떼는 너무도 감탄스러웠다. 한 손에 액션캠을 돌고 풍덩 빠진다. 전 날 산 수경은 제 역할을 해줬다. 이런 곳에서 스노클링을 하면 극락 그 자체겠구나. 스노클링 장비를 사기로 마음을 결심하게 되는 풍경이었다.


이리저리 깊은 곳도 가보고 물고기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봤다. 물에 나와 감탄을 하며 쉬고 있을 때, 5m 좀 넘어 보이는 곳에서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도 다이빙 안 해볼 수 없지! 다이빙 장소로 향했다. 가던 중에 이구아나를 만났다. 엥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나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흔하게 볼 수 없는 친구이기에 신기해서 구경하는데 여기서는 이구아나 종류가 자주 보인다고 한다. 이구아나랑 5분여간을 놀다가 다시 다이빙 장소로 갔다.


올라와보니 생각보다 높게 느껴졌는데, 어린아이들도 뛰는데 나라고 못 뛸 건 없었다. 한 손에는 액션캠을 들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어라 생각보다 체공 시간이 기네? 당황스러움을 느끼자마자 물에 푹 빠졌다. 상쾌한 기분이 몰려왔다. 그래 이거지! 몇 번이고 올라가서 다이빙을 계속했다. 그렇게 정신 차리고 보니 액션캠 봉에 합체시켜놨던 삼각대 중 발 하나가 덜렁거린다. 아마 다이빙하면서 충격을 받아 연결 틈이 부서진 듯했다. 비싼 장비는 아니어서 괜찮았으나, 구할 수가 없어서 난감했다(물속에서 찾아서 제대로 버렸습니다!). 액션캠을 가방에 집어 놓고 이제 다시 수영으로 물속을 구경했다. 처음에는 바위 위에 올려놓은 가방이 걱정되었으나, 이제는 다른 사람들처럼 마음 편하게 놀고 다녔다.


그렇게 세 시간을 놀고 나니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었다. 발은 물에 넣어놓고, 각질들을 먹어줄 물고기들에게 발을 맡기고 구명조끼를 베개 삼아 잠시 눈을 붙여봤다. 시원한 물과 깨끗한 공기.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다이빙하는 소리들. 자연의 중심에서 잠시 자연의 것을 빌려 노는 기분이란, 너무도 상쾌했다. 말끔해진 발과 함께 퇴장 시간이 다가와서야 나는 세뇨떼를 나올 수 있었다. 다음 여정지인 툴룸에서도 세뇨떼를 가려고 하는데 그 여정이 너무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세뇨떼 밖을 나와 콜렉티보에 탑승했다. 여기가 맞나 싶을 길거리에서 손을 휘적거리는 현지인을 따라 콜렉티보에 탈 수 있었다. 그 상태로 차에서 잠깐 잠들고 일어나니 다시 플라야 델 카르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옷들을 널어놓기 위해 호스텔에 먼저 들렀고, 스노클링 장비를 살 겸 여행의 묘미인 그 지역의 마트도 갈 겸, 또 마트 주차장 옆에서 타코 트럭이 세워지는데 여기가 또 그렇게 맛있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밥을 먹을 겸 마트 쪽으로 이동했다. 내가 길거리에서 스노클링 장비를 볼 때 1,100페소 대략 (82,000원) 정도여서 말도 안 된다며 수경만 산 건데, 여기는 350페소 (26,000원) 여서 납득하며 구입을 했다. 그리고 나는 아이스크림이라면 환장을 하는 자칭 아친자(아이스크림에 미친 자)인데 여기는 하겐다즈가 큰 통이 만원도 안 해서 고민했지만, 저녁을 먹는 동안 다 녹을 것만 같아 이 친구는 툴룸에서 먹기로 하며 남겨두고 떠났다.


그렇게 해가 지고 나서야 나타난다는 길거리 타코 집에 도착했다. 여러 곳들이 있어서 헷갈렸으나 사람이 많은 저 집이겠거니 하고 갔다. 내가 시킨 건 뜨리파(곱창) 타코 2개 아사도(아르헨티나식 소고기 구이) 1개를 먼저 주문했고, 정신없이 흡입했다. 너무 맛있다. 이 타코를 대체 두고 어떻게 다른 나라를 갈 수 있을까. 타코는 너무 내 취향이고 저렴한 나의 최애 음식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먹다 보니 케밥 고기처럼 꼬챙이를 끼운 고기를 썰고 있는 걸 목격했다. 직원에게 저것이 무엇인지 물어봤고 파스톨(케밥 같은 고기를 썰어서 주는 것) 1개를 추가 주문했다. 살짝 매콤한 맛이 나는 이것 또한 너무 맛있었다. 무엇이 최고인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너무 맛있는 타코였다. 아 벌써 멕시코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이 타코를 구현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가득 찬 배를 부여잡고 호스텔로 향했다.


내일은 치첸이트사와 근처 익낄 세노떼를 가는 바야돌리드 근처를 여행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치첸이트사로 가는 버스가 아침 일찍 뿐이라고 해서 오늘은 빠르게 잠에 들어볼까 한다. 멕시코! 너와의 시간도 얼마 안 남았구나. 마지막까지 잔뜩 즐기고 먹고 마셔주마! 세뇨떼 딱 기다려! 타코 딱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