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 여행 Day 19 - 멕시코 툴룸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툴룸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 도시는 나의 멕시코 마지막 여행지이다. 6월 안에 중미를 벗어날 생각이기도 해서 도미니카, 자메이카, 바하마의 일정을 고려해서 더 이상 머무를 수는 없었다. 23일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탑승할 예정이다. 그래서 더 들어가지 않고 툴룸에서 멕시코의 일정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유일하게 바닷가에 세워진 마야의 유적을 볼 수 있기도 한 마야의 흔적이 남은 도시이기도 하자 다른 세뇨떼를 갈 수 있는 도시이다.
툴룸에 도착하니 2시 50분 즈음되었고, 걸어가면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어서 호스텔로 바로 갔다. 근데, 너무 덥다. 플라야는 양 옆에 상가나 건물들이 있어서 그늘이 있었지만, 상가들이 다 1층짜리여서 그늘이 없는 생 땡볕이었다. 가는 길에 도시를 구경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땀은 줄줄 흐르고 온몸은 끈적거리며 햇볕은 피부를 따갑게 만든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렇게 10여분을 걸어가니 호스텔이 보인다.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도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제발 칸쿤의 호스텔처럼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쾌적한 곳이길 바랍니다! 제발요!
아니었다. 에어컨은 트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침대마다 설치된 선풍기로 더위를 달랠 뿐이었다. 바로 배낭을 풀지도 못했다. 배낭을 눕혀놓고 나도 누웠다. 아무것도 못 했다.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 숨을 돌려본다. 씻을까도 고민했지만, 이 더위와 습도를 보니 나오자마자 땀이 다시 날 것 같았다. 그렇게 땀이 좀 식고 나니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겨났다. 배낭을 풀고 짐을 정리하고, 중요한 것들은 락커에 집어넣었다.
오늘의 목표, 빨래하기! 배낭을 모두 정리하고 빨랫감을 챙겨 미리 찾아놓은 호스텔 주변 빨래방으로 갔다. 빨래를 세탁기에 집어넣고, 더위에 못 참고 콜라를 하나 시켰다. 빨래가 다 되는 동안 그늘에 앉아서 시원한 콜라를 마시며 바람을 맞으니 이제야 여유가 느껴졌다. 더위도 습도도 다 버티겠지만, 해가 너무 뜨거워서 어질어질할 정도다. 그늘에서 바람을 맞으며 쉬다 보면 또 괜찮아진다. 건조기까지 돌리니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다. 앉아서 넷플릭스와 함께 밀린 인스타그램 스토리도 올리고 보니 어느새 1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가격도 대략 65페소 (4,800원 정도) 방에 다 된 빨래를 놓고 밥을 먹으러 향한다.
오늘의 밥은 역시나 타코! OOTD가 아닌 Tacos of ToDay, TOTD를 즐겨본다. 원래 미리 찾아놓은 곳을 가려고 나갔으나,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봤더니 파스톨 타코(케밥 같은 매콤한 양념고기?)를 7개에 50페소에 판다고 한다. 네? 보통 길거리 타코들은 20~25페소이고 저렴하면 15페소 정도에 형성되어 있었다. 사람을 당황시키는 재주가 있다. 난 내가 잘못 이해한 걸까 봐 타고 7개 50페소가 맞는지 두 번이나 확인했다.
이건 참을 수 없다. 이걸 어떻게 참고 넘어간단 말이냐. 바로 1세트를 주문하고 50페소를 지불했다. 앞에 사람들이 받는 걸 기다린 다음 내 차례가 왔다. 여긴 과카몰리 소스가 없고 유자처럼 새콤한 소스가 있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여긴 신기하게 파인애플도 넣어준다. 매콤한 고기이니 상큼한 것과 먹으라는 뜻인가. 또 그 식당의 자부심은 따라줘야지. 새콤한 소스와 함께 먹어본다.
아, 너무 맛있다. 이러니 내가 타코를 못 잊지! 매운 소스에도 먹어본다. 역시나 조합이 잘 맞는다. 그렇게 두 개를 내지 먹고서야 인증샷을 깜빡한 걸 깨달았다. 후다닥 인증샷을 찍고 다시 먹기에 몰두해 본다. 세 개쯤 먹었을 때 개운함을 위해 편의점에서 사 온 콜라를 들이켜본다. 맥주를 하려고 했더니 알코올은 안 된다고 하더라. 아마 길거리에서 술 먹는 게 안 되는 구역인 것 같았다. 다시 개운해진 입을 타코로 채워 넣는다. 새콤한 소스 하나, 매콤한 소스 하나, 나머지 두 개는 둘 다 섞어서 먹어준다. 자꾸 먹을 때마다 맛있어서 고개를 젓고 갸우뚱거리면서 먹으니 셰프가 맛있냐고 물어봤다. 나는 입에 가득 타코를 채운 상태로 엄지로 답해주었다.
단돈 50페소에 이렇게 배부르고 맛있게 먹었다니 하루가 다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타코는 최고야! 타코가 세상을 구한다!
타코를 먹고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많이 들었던 가게를 들렀다. 여긴 맛보기 스푼을 해주는데, 하나하나 다 맛있다. 콘에다가 두 스쿱을 시키고 사과칩 맛과 피스타치오 맛을 주문했다. 단돈 70페소 (5,000원 정도)가 주는 행복이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날은 기울어서 거리에는 그늘이 들어섰고, 사람들은 이제야 밖으로 나오는 듯했다. 나는 아이스크림 집 앞 의자에 앉아 거리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로 먹고 있으니 마케팅 효과가 톡톡히 되었는지, 갑자기 사람들이 줄 서서 먹기 시작했다. 그래그래, 여긴 그래도 될 정도야.
행복한 소비를 맛보고는 이제야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본다. 광장 쪽으로 가니 풋살장에서 풋살 경기를 하고 있었다. 여자 풋살 대전이었는데, 오 뭐야 생각보다 더 잘한다. 심판도 있고, 유니폼도 있고, 씬가드에 꽤나 진지하게 임해지는 경기였던 것 같다. 사람들도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반전의 풋살 경기도 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방으로 왔다.
이러한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향은 생각보다 잔향이 깊어서 툴룸을 북적이는 시골 도시즈음으로 기억이 될 것 같았다. 나를 바짝 말리고, 또 나를 잔뜩 설레게 한 나의 툴룸. 너 좀 덥더라도 봐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