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씬 누구시죠. 그래요 친구 하시죠!

5/24 Day 22 - 도미니카 공화국 산토도밍고

by Seanly

도미니카의 첫 발을 내민 날! 비행기에서 내려 셔틀을 타고 공항으로 들어갔다. 아무 일 없이 통과하게 해 주세요 라는 마음과 함께 입국 심사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입국 심사장은 보이지도 않는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내국인 줄이 따로 없어 그저 정체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어림잡아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은 걸려 보였다. 숙소가 24시간 기다려준다고 해서 다행이었지만, 아니었으면 꽤나 고생할 뻔했다.


그렇게 30분즘 기다리니, 내국인 심사가 따로 생겼고 나는 1시간 만에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 비자도 안 물어보고, 아웃 티켓도 안 물어본다. 그저 숙소 위치 등 간단한 질문만 한다. 그러고는 도장을 손에 쥐고는 처음 왔냐고 물어보았다. 예! 도미니카 공화국은 처음인데요! 그런데 도장을 찍으려다 말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기다리라면서 옆 심사관한테 간다. 하.. 또 무슨 태클이 걸릴까 벌써 피곤해졌다. 내 시야에 있던 나와 같은 상황을 겪은 일본인들이랑 눈이 마주쳤다. 우린 서로 웃고 당최 모르겠다는 표정과 액션을 취해주니 그녀들도 같이 한숨으로 답해주었다. 그 사이 다시 심사관은 돌아와서 아무 문제 없이 도장을 찍어주고 보내주었다. 감사하단 말과 함께 (이게 뭐라고 진짜 감사했다.) 일본인들에게도 엄지를 날려주곤 밖으로 나섰다.


짐도 찾았겠다. 환전부터 하자! 나가자마자 환전소를 찾는다. 입국장 쪽으로 가니 보여서 환전을 하고 우버를 잡기 위해 위치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버는 1,100 도미니카 페소 (27,000원 정도)였는데 택시는 2,500 페소를 불러서 노 그라시아스를 외치고 다시 우버와 접선을 했다.


그렇게 우버를 타고 산토 도밍고의 숙소까지 20여분을 차로 갔는데, 비가 무지하게 쏟아진다. 그리고는 갑자기 정지를 하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비로 고여 차가 바퀴까지 침수된 도로를 피해 옆 차선으로 가기 위해 그랬던 것이다. 공항에서 나오는 도로인데도 쉽지 않은 걸 보니, 이 수도 여행의 여정이 쉽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자세히 보니 우버 기사님의 핸들도 이상하다. 직진으로 주행 중인데 핸들은 왼쪽으로 45도가량 틀어져 있다. 그저 제발 안전하게만 도착하게 해 주세요. 새벽의 정보도 없는 외지는 무섭답니다.


다행히 우버 기사님이 주소를 찾아주고 숙소까지 들어가는 걸 봐주시곤 떠났다. 먼저 떠나셨으면 솔직히 조금 무서웠을 것 같다. 숙소 담당자분도 잠에서 깨어 나를 맞이해 주셨고 새벽 4시가 되었지만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숙소를 배정받고 씻고 짐을 푸니 이제야 긴장이 좀 풀린다. 그렇게 오전엔 잠을 자기로 하고 알람을 맞추고 그대로 뻗었다.


1시 즈음 잠에서 깨어 비몽사몽 한 상태로 밖을 확인해 보았다. 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맞을 만한 정도도 아니고 장대비 수준으로 내렸다. 그래 잘됐다. 더 자련다. 아큐웨더로 보니 4시까지는 비가 예보되어있어서 그때까지 자고 4시엔 나가서 밥 먹고, 슈퍼마켓만 들렀다가 오기로 예정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그리고 비가 그친 후, 나는 그제야 도미니카의 첫 해를 맞이했다. 비가 온 후여서 그런지 날이 덥지는 않았고, 바다가 30초 거리여서 습하긴 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나름 시원했다. 34도 멕시코의 지옥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도미니카 로컬 푸드를 찾아보았지만 죄다 나오는 건 그저 로컬 푸드보단 평범한 레스토랑과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만 나왔다. 그래서 간단하게 샌드위치 집을 찾아서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나와 큰 도로로 나왔는데 웬 아저씨가 말을 거신다. 여행지에서 늘 그래왔듯 인사를 하면서 가볍게 안부 인사를 건넸다. 그러더니 어디 가냐길래, 잠시 산책 나왔다고 좀 걸어 다닐 예정이라고 했더니 혼자 다니면 위험하다고 같이 동행해주겠다고 한다. 뭐, 현지 아저씨랑 다니면 조금은 위험한 일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그가 위험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 조심은 하기로 하고 말이다.


그렇게 좀 걷다가 어떤 기념 공원을 지나쳐가는데 여기가 초대 대통령부터 3대 대통령까지 기념을 해놓은 공원이라며 설명해 주겠다고 나를 안으로 데려갔다. 어어 그래 좋아요. 갑자기 시내 가이드가 생겨버린 나는 그 아저씨를 따라서 아저씨의 최애 스팟도 가고, 바다 옆에 있는 호수 광장에도 갔다. 혼자 다녔으면 못 갔을 법한 곳들이었다. 넉살 좋은 아저씨의 이름은 다니엘이고 45살의 도미니카에서만 자란 로컬 현지인이었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구경 다녔다. 이 나라는 참 웃긴 게 모르는 사람들과 인사를 자연스럽게 한다. 그저 안녕! 수준이 아니라 주먹 인사라던가 농담을 주고받고 핸드 쉐이크까지 하고 나는 처음에 아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기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며 허허하고 웃어넘기신다. 도미니카는 세상 힙한 사람들만 있나 보다..!


그러다가 그쳤던 비가 다시 쏟아지고 우리는 비를 피하기 시작했다. 나 배고프니까 뭐 좀 먹자고 하니, 그러면 도미니카 로컬 럼을 한 잔 하자고 하셨다. 오케이. 그 앞에 있던 술 마켓을 들어가서 BRUGAL이라는 럼을 시키고 옆 집에서 치킨을 포장해서 왔다. 나는 처음에 로컬 드링크라길래 맥주나 이런 건 줄 알았는데, 37.5도짜리 럼을 시켰고 이게 진짜 맛있다며 추천해 주셨다. 밥 먹으러 왔다가 갑자기 럼을…? 모르겠다. 될 대로 되겠지.


다니엘이랑 앉아서 럼을 까면서 치킨과 바나나 튀김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떠들어본다. 그리고 치킨을 다 먹고 나서 우리는 가게 안이 아니라 가게 테라스에 가서 술을 마저 마셨다. 역시 지나가는 사람마다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란다. 이 웃긴 상황에 계속 웃고 있자 가게 주인도 같이 합류했다. 그녀의 이름은 그리스. 그렇게 처음 본 셋이서 앉아서 창 밖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바다의 짠내를 담아 온 바람을 맞고, 도미니카 로컬 럼을 마시면서 웃고 음악을 즐긴다. 다니엘은 갑자기 일어나서 춤을 추기도 하고 박자를 타기도 했다. 이 풍경이 꽤나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도미니카 공화국에 대해 지친 마음을 해소해 주는 느낌이랄까.


누가 알았을까, 길 가다가 어떤 아저씨를 만나고, 그 아저씨와 비를 피할 겸 술을 마시다가 동네 사람들이랑 인사하고, 가게 사장님이랑도 합석해서 바다도 보고 빗소리를 들으며 낮에 럼을 마시고 있을 줄이야. 난 그저 밥 먹으러 나온 사람일 뿐인데. 나름 진부하고 지루할 뻔한 일상에 장대비처럼 갑자기 찾아온 다니엘은 내 하루를 웃게 만들었다.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건 참 많은 인연들을 만나고 그 인연들로 내 하루가 바뀌어간다는 것이다. 이게 좋은 쪽이건, 나쁜 쪽이건 사람에 따른 또 운에 따른 문제겠지만 어찌 되었건 예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게 된다. 아마 혼자 여행을 하니 이런 변수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대로, 뜻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관광과 여행의 차이를 최근에 <가이드 투 러브>라는 영화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이게 참 마음에 와닿았다. ”관광객은 삶을 탈출하고 싶어 하죠, 여행객은 삶을 경험하길 원하고요. “ 물론 무엇이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지금 하고 있는 건 여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흔히 했던 관광과의 괴리가 커서 여행 내내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나는 과연 이 여행으로 행복한 것일까? 외롭다는 감정은 왜 드는 걸까. 내가 꿈꾸었던 순간들을 보내고 있는데 난 왜 꿈만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나는 여행을 잘하고 있는 것일까. 시간과 돈을 낭비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자꾸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게 되고, 다른 여행과 비교를 하곤 했다. 지금까지의 여행과 달랐던 이유는 내가 해왔던 건 가족들과, 친구들과, 팀 사람들과의 관광이었던 것이었고 내가 하고 있는 이 여행은 삶을 경험하길 위한, 의미와 방향이 달랐던 것이었다. 물론 중간중간 투어도 하면서 관광을 하곤 있지만 기반은 나는 지금 삶의 경험을 위해 떠난 여행객이라는 사실이었다.


오늘과 같은 일로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관광을 하기 위해 왔다면 과연 내가 처음 본 다니엘과 럼을 마시며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간단한 이야기들을 하는 오늘이 있었을까 싶었다. 여행을 하고 있기에 겪을 수 있었던 오늘의 경험은 꽤나 신선했고 명확했다. 그래, 나는 현실에 살고 있는 여행자일 뿐이다. 오늘을 충실히 살고 용기 내어 산다면 뜻하지 않은 일들로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느껴졌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나의 가치관처럼 살기로 했다. ‘이상을 좇되, 현실에 살자.‘


적당히 취해가는 분위기와 알 수 없는 풍족함을 얻은 나는 이만 해가 지기 전에 물을 사러 슈퍼마켓에 들러야 한다고 하곤 다니엘과 인사를 했다. 마트에 들러서 음료와 물, 그리고 과자를 하나 사고는 숙소로 들어왔다. 그리고 푼타 카나의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숙소를 찾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올 인클루시브가 1박에 9만 원? 참을 수 없다. 아니 이건 참아선 안 된다고 본능이 말했다. 자, 나는 총 6박 7일의 시간 동안 푼타 카나에 있는데, 이 기간을 전부 할 것이냐. 아냐, 좋은 것도 맨날 먹으면 질리는 법이다. 통장과의 타협을 하자. 3박 4일. 딱 비를 피해서 다음 나라인 바하마 가기 전까지 행복하게 즐기고 가자!


따라서 나는 5/26~29일까지는 호텔 (물론 이것도 바다 앞에 있는 수영장 딸린 호텔이다. 호스텔이랑 만원밖에 차이가 안 나서 비교적 싸게 예약을 했다.) 그리고 5/29~6/1일까지는 올 인클루시브 호텔로 간다. 확실히 돈을 쓰면 행복해질 수 있는 걸 느낀다. 괜히 호텔 하나 예약했다고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내일은 오늘 비 때문에 못 봤던 3개의 눈 국립공원과 콜럼버스 파크와 그 올드 타운을 구경할 예정이다. 오전까지 비 예보가 있어서 사오나 섬은 여기서 못 가고 기회가 된다면 푼타 카나에서 가기로 하고 내일의 일정을 또 기대하며 잠을 청해보려 한다. 아디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