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사람들로 가득한 이곳은 산토 도밍고

5/25 Day 23 - 도미니카 공화국 산토도밍고

by Seanly

오늘은 산토 도밍고의 The 3 eyes라는 국립공원과 올드 타운인 콜럼버스 공원을 가는 걸 예정했다. 대중교통이 어떠한지, 어떻게 타는지 등 버스로 갈 수 있다는 건 나와 있지만 그 외에 아무런 정보가 없기 때문에 시간을 더 여유 있게 잡고 출발하려 했다. 하지만 오전에 역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오전에는 어쩔 수 없이(진짜로) 다시 잠을 자고 12시에 일어나서 출발 준비를 했다.


날도 선선하니 좋고, 비도 갠 후 해도 떴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밖을 나선다. 버스 정류장과는 반대편이지만 바다의 모습을 한 번 눈에 담고 출발했다. 퀴퀴한 매연 냄새와 클락션 소리로 정신없는 산토 도밍고의 도로들을 지나 20여분을 걸어가니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곳에 오는 버스가 무엇인지 정보도 없고 언제 오는지도 모른 채 우선 구글 맵 하나 믿어보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몇 명이 더 도착을 했지만 20분째 그 어떤 버스도 오지 않고 있다. 분명 구글 맵에선 10분 단위로 다닌다는데, 정차를 안 하는 건지 정보가 잘못된 것인지 도통 도착할 생각을 안 한다.


그래서 옆에 있던 한 소녀에게 국립공원을 보여주며 나 여기로 가려고 하는데 여기서 버스 타는 것이 맞는지 물었다. 차가워 보였던 그 소녀의 이름을 가할라. 가할라는 활짝 웃으면서 본인이 이 근처 가니까 본인을 따라오라고 말했다. 다행이다. 이 오지에서 헤매는 게 아니라 따라갈 사람이 생겼다. 그렇게 10여분을 기다리니 버스가 한 대 도착했고 가할라를 따라서 버스에 올라섰다. 버스에 올라서자 지하철 개찰구 같은 것이 있었고, 운전자 외에 다른 직원이 그 옆에 앉아 돈을 받고 통과시켜주고 있었다. 버스 비용은 15페소 (400원 정도)였다. 사람이 가득 찬 버스에서 가할라를 혹시 놓칠까 소지품을 안은 채로 근처에서 기다렸다. 버스 안은 외국인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로컬 그 자체였다. 후에 가할라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경찰들이 배치되지 않은 곳이라 위험해서 관광객들은 다 택시 타고 다닌다고 했다. 그러니 로컬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신기해 보였을까. 그들이 날 바라보며 슬쩍슬쩍 웃는 시선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20여분을 달리고 나니 사람은 없는 어떤 시장 거리 같은 곳에 도착했다. 구글 맵에 나온 버스와는 다른 것을 탄 것인지 다른 경로에 도착했지만 걸어서 15분만 가면 있는 거리여서 걸어가려고 했다. 가할라는 거기까지 데려다줄 사람을 소개해주겠다며 그 근처까지 동행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몇 가지를 당부했다. 핸드폰이나 고가의 물품들은 가방에 넣고 가방을 꼭 쥐고 다니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곳들은 경찰들이 없으니 꼭 오토바이나, 우버나 택시 등 이용을 하고 혼자 걸어 다니는 것은 피하라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나쁜 건 아니지만, 종종 나쁜 짓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당부를 했다.

그리고 나를 오토바이로 그 공원까지 데려다 줄 한 청년에게 안내를 해준 뒤 나의 안녕을 기원해 주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을 하고 있다는 그녀는 첫 이미지와는 다르게 밝고 텐션이 높은 친구였다. 그녀 덕분에 나는 운 좋게, 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고마워 가할라!


오토바이 기사님의 뒤에 타서 5분 정도 달리니 입구에 국립공원 앞에 도착을 했다. 입장권은 200페소 (5,000원 정도)였다. 입장권을 검사하고 들어가니 바로 밑으로 들어가는 동굴 구멍이 보인다. 3개의 눈이란 동굴 밑에서 하늘을 바라봤을 때 구멍을 눈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산토 도밍고에 위치한 거대한 동굴과 깨끗한 물, 그리고 뚫려있는 3개의 눈이 보존되어 있는 동굴 국립공원의 개념이다.


꽤나 밑으로 내려가니 커다란 동굴과 그 눈을 덮고 있는 울창한 나무의 조화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매연 냄새로 도시가 가득 차고 이리도 정신없고 복잡한 도시에서 이렇게 평온함과 굳건함의 대명사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기분이 든다. 시끄러웠던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안으로 금세 들어왔다.


푸른 초록색의 빛이 가득 나는 물을 머금고 있는 첫 번째 눈 구역은 티끌 하나 없는 깨끗한 느낌이었다. 너무도 맑고 투명했다. 바다와 세노떼의 투명함과는 다른 깊은 투명감을 가지고 있다랄까. 동굴이 주는 고요함은 가끔은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하고, 괜히 숨 죽이며 바라보게 하는 기운이 있는데 과하게 찰랑이지 않는 동굴의 물은 위에 있는 종유석이 아래에도 있는 것처럼 맑은 물을 가지고 있었다. 그 색감도 너무 신기했지만, 역시 이러한 색감은 카메라에 잘 담기지 않아 아쉬웠다.


두 번째 눈으로 향할 차례였다. 보통 사람들이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 눈이 더 컸다고 설명을 했다. 그리고 여기를 들어가려면 동굴의 강을 건너야 했기에 뗏목을 타고 넘어가야 했다. 50페소에 왕복으로 움직이는 뗏목을 타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 멀리 빛나는 곳에서 떨어져 어두운 곳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가면 안 될 곳 같은, 어쩌면 지하 세계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뗏목에서 내려 조금 더 걸어가니 멀리서 밝은 빛이 보였다. 그곳은 두 번째의 눈이 있는 곳이었다. 이곳은 물이 고여있는 곳인지 투명하지는 않았지만 숲 한가운데 거대한 우물이라도 생긴 것처럼 많은 수풀과 나무들이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규모는 첫 번째의 눈보다 컸고 푸릇푸릇함과 맑은 느낌의 첫 번째 눈이었다면, 두 번째 눈은 미지의 세계의 느낌이 들었다. 뗏목을 타고 어두운 동굴 안으로 들어가, 어둠을 헤치고 걸어가다 보면 멀리서 빛이 보였고 그 빛을 따라가 보니 거대한 눈은 불투명한 녹색의 물을 담고 있었고, 많은 초록의 풀과 나무들이 그곳을 감싸 안고 있어 꼭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 같은 매력이었달까. 잠시 동굴을 배경으로 바닥에 앉아 초록의 눈을 바라보며 이 묘한 기분을 즐겼다. 한국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이 들어 여행의 온 느낌이 폴폴 들었다. 한국에서 그 누구의 사진에서도 본 적 없는, 그저 내 눈으로 처음 목격한 것 같은 알 수 없는 모험심과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은 뿌듯함은 어디서 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름대로 여행의 기분이 나서 음미했다. 음 여행의 맛!


두 번째 눈에서 뗏목을 타고 나와 세 번째 눈으로 향했다. 세 번째 눈은 여긴가..? 싶을 정도로 금방 지나갔다.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준 느낌에 비해 많이 미약했달까 하하. 그렇게 한 바퀴를 모두 돌고 밖에서 눈을 바라볼 차례이다. 출구로 나가 두 번째 눈을 위에서 바라보기 위해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비 온 뒤 동굴 안이라 그런지 덥지 않았지만 너무 습해서 온몸이 끈적거리는 느낌이었다. 아 이 기분을 타파하고 싶은데. 팻말에 스낵 마켓이 보였다. 그래, 아마 이 여행에서 없었으면 금방 지치게 했을 콜라를 찾아 마켓으로 갔다. 콜라 하나를 사서 테이블에 앉았다. 꿀꺽꿀꺽 삼키기 위해 고개를 위로 들으니 도미니카 공화국의 국기와 함께 나무가 바람에 흔들려 가지들이 춤추는 광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음! 낭만 있다! 내가 생각한 도미니카는 퀴퀴한 냄새와 오염된 자연이 아니라, 저 멀리 선박들로 가득한 바다가 아니라 이러한 느낌이었다.


여유를 즐긴 뒤 나는 다시 본래 목적지로 향했다. 아래에서 본 눈과 위에서 본 눈의 느낌은 너무 달랐다. 물 근처에 있을 땐 나무가 보이더니, 나무 근처로 가니 물이 보인다. 오히려 가까이서가 아닌 멀리서 봤을 때 더 잘 보이는 것이 꼭 우리의 인생다웠달까. 같은 공간을 다른 시야로 보니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또 느끼지 못했던 걸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로서 나는 두 번째의 눈은 온전히 다 바라볼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생각했다.


그렇게 조금의 산책을 더 즐긴 뒤 국립공원에 나와 밖으로 나서려고 하자, 이번엔 경찰 아저씨가 택시 타고 나가라는 말을 전해주신다. 여기엔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좀 더 나가면 경찰이 없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버스를 잡는 게 너무 불안해서 우버를 타려고 했지만, 이 말을 들으니 새삼 안전을 최우선으로 다녀야겠구나라고 다시금 깨달았다. 경찰 아저씨의 옆에 앉아 우버를 잡고 기다리는 동안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콜럼버스 공원에 갈 건데, 거기는 안전한 편인지. 산토 도밍고는 치안이 좋지 않은 편인지 등등. 우선 콜럼버스 공원에는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경찰들 배치가 많이 되어 있어 비교적 안전하다고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소매치기나 강도는 신고가 종종 들어오니 여기서는 어딜 가든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해 주셨다. 여러 사람들의 당부 덕분에 안전하게 국립공원에 나가 콜럼버스 파크에 도착을 했다.


우선 첫 번째로 할 일. ATM에서 돈 뽑기! 해외에서 ATM은 처음 이용하는 거라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현지 화폐로 나오는데, 이게 내가 가진 트레블월렛으로 하면 달러 - 현지 화폐로 계산되어 나오는 게 가능한 지, 아니면 일반 카드로 해서 수수료와 함께 물어야 하는지. 어떤 게 더 이득인지. 길거리 ATM은 사용하면 위험하고 은행에서 쓰라는데, 안 되는 ATM도 있어 나에게 너무 어려운 출금이었다. 우선 비상용 달러를 다 쓴 나는 달러가 필요했지만, 현지에서는 현지 화폐로만 나온다. 당연한 거지만, 달러는 뭔가 다를 줄 알았다. 하하. 바하마도, 자메이카도 다 트레블월렛이 안 되는 나라이기에 달러가 필요해서, 아마 미국 경유할 때 달러를 뽑아놓아야 할 것 같다. 두 번째로 환전 수수료 + ATM 수수료까지 하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나간다. 나는 5,000페소를 뽑았는데 수수료만 400페소가량 나간 것 같다. 뼈 아프다. 그래도 긴장해서 땀 뻘뻘 흘리며 진행한 ATM 일정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제 한가로이 공원에 앉아 여유를 즐겨본다. 이곳은 기존에 내가 다녔던 산토 도밍고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멕시코의 광장 같기도 하고, 유럽에서 많이 보던 유럽 거리 같기도 한 게 지금까지 있었던 곳과는 너무 다른 느낌. 물론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건 사실이지만, 음식도 영향을 너무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아니 무슨 길거리에 로컬 푸드가 하나도 없지?! 다들 유럽식 레스토랑 아니면 프랜차이즈 밖에 안 보인다. 길거리 음식도 없다. 나 배고픈데 뭘 먹어야 할지 당황스럽다. 그렇게 추려진 후보. 1번 버거킹 2번 KFC. 참담했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치킨 버거를 먹자는 마음에 KFC로 들어갔다.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 때 친구들끼리 부산국제영화제를 간 적이 있었는데, 이때 편식을 많이 하던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밀면도 먹지 못하고, 다른 음식도 가리는 게 많아서 본인이 따로 먹고 오겠다고 했는데 그 음식이 바로 KFC였다. 부산까지 와서 KFC라니! 친구들의 질타를 뭇매 받았지만, 부산의 맛은 다를 수도 있잖아!라고 외치던 그 친구가 생각났다. 그래 도미니카의 KFC의 맛은 다를 수도 있잖아! 그렇게 주문한 KFC BBQ 치킨 버거. 번부터 다르다. 우리나라는 속이 조금 비어있는 폭신한 느낌이라면 여기는 번도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기름기가 가득한 걸 보니 기름에 한 번 구운 것 같았다. 번에서 버터 맛도 많이 나서 그저 단순한 번의 느낌보다는 일반 빵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음, 조금 더 비교하자면 핫케이크 빵의 느낌이랄까. 고유의 맛도 나고 괜찮았다.

근데 속재료가 왜 이래. 야채가 하나도 없고 베이컨과 무슨 튀김과, 치킨패티, 그리고 소스만 있다. 게다가 번도 안이 가득 차있으니, 몇 입 먹으니 물리기 시작한다. 뭔가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패티도 닭다리살이 아닌 닭가슴살이 있어 퍽퍽했고, 소스도 부족해서 촉촉하지 못했다. 콜라가 없으면 먹기 힘들고 손과 입엔 기름기가 가득 묻었다. 부산에서도 KFC를 먹던 내 친구야. 너는 성공했지만, 나는 실패한 것 같다. 뼈아픈 패배를 느꼈지만, 무엇이든 잘 먹는 일명 막입 김시현은 그래도 맛있게 끝까지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밥까지 먹고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기엔 마지막 산토 도밍고가 아쉬워 공원에 앉아 여유를 즐겨보았다. 이곳은 콜럼버스 공원인지 비둘기 공원인지 모를 만큼 비둘기들이 정말 많았다. 한국에선 비둘기는 더러움과 불결한 느낌이 강하고 나 또한 비둘기를 피해 다니지만, 여기 사람들은 비둘기를 너무 좋아한다. 비둘기 먹이들로 유인을 해서 온몸에 비둘기를 붙여놓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모자 위에 모이를 올려놔 비둘기가 앉게도 한다. 어떻게든 비둘기와 함께 있으려고 열심히 노력하시는데, 그중 나 혼자만 열심히 피해 다니고 있다. 참 웃긴 문화 차이를 느꼈다.


비둘기를 피해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나를 보고 어?! 를 한다. 엥 나를 알아볼 사람이 누가 있지 하면서 고개를 돌리니, 나와 심적 동지인 공항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들이 저기 있다. 서로가 반가우면서도, 알 수 없는 전우애를 느끼며 짤막한 인사를 하고 서로의 여행을 응원해 주었다. 그리고 또 몇 분이 지났을까 저 멀리서 아까 인사했던 한 남자가 나에게 다시 온다. 길거리에서 만났는데 공원에서 만나니 괜히 반갑다. 그 남자의 이름은 아스카. 아스카는 럼을 한 잔 걸친 후 기분 좋은 상태로 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영어가 서툰 나를 위해 영어를 천천히 말해주는 배려도 보여주는 아스카. 그는 콜럼버스 공원에 있는 건축물에 들어가 봤냐고 물었다. 나는 안 들어가 봤다니, 이 올드 타운을 소개해주겠다고 자처해 나섰다. 나 돈 없어. 투어 안 해!라고 했지만 돌아오는 건 걱정 말라며 돈은 필요 없다고 했다. 그래, 해 지려면 두 시간 정도 남았으니 아스카 무료 투어를 돌아보자라는 생각에 같이 여정을 시작했다.


아스카는 예전에 투어를 했기 때문에 이곳저곳의 역사와 지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콜럼버스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했던 것 같다. 요새는 콜럼버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선과 악에 대해 많이 나뉘는 추세라고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자부심이 상당했다. 콜럼버스의 후손들이 살았던 곳부터 해서, 처음 세워진 대학과 학원, 성당 등등 여러 도미니카의 역사가 담긴 건축물들을 보여주고 예쁜 석양을 머금은 공원도 소개해주었다. 산토 도밍고의 중심과 동쪽을 잇는 다리외. 그 위를 건너는 차량들, 그 아래에는 선박의 모습이 모습을 숨겨가는 태양의 빛을 받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렇게 공원에서 감상을 하다가, 마지막 코스라며 어떠한 돌도 무료고 술도 무료인 곳을 데려가겠다며 날 어딘가로 이끌었다. 세상에 무료가 어딨 을까. 기념품 샵에 갔더니 맛보기 전통 술을 맛 보여준다. 마마주아나라는 럼과 와인과 꿀을 섞을 술인데 포도 주스처럼 달달하니 금방 취할 것 같은 맛이었다. 그리고 직원에게 뭐라 뭐라 설명하더니 나를 도미니카에서 나는 돌과 광석들로 주얼리를 만드는 세공 작업실에 데려가 안내를 해준다. 아마도 주얼리에 관심 있으니 안내 좀 해주라는 말을 아스카가 직원에게 한 것 같은데, 덕분에 나는 부담스러운 세공 과정을 보면서 사지 않을 것이지만 나름 고민하는 척을 하면서 빠져나왔다. 어쩌면 그냥 지나갔을지도 모를 이 두 시간을 나를 위해 내가 보지 못한 곳들을 데려가주며 소개해준 것이 고마워 소정의 팁을 챙겨주고는 주먹 인사와 함께 언젠가 우연히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며 나는 숙소로 향했다.


도미니카엔 따듯한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모르는 사람과 올라 한 마디면 통성명이 가능하고, 주먹 부딪히는 인사 정도는 가볍게 나눈다. 도움을 요청하면 조언까지 해주며 나를 챙겨주었다. 생각해 보면 조금 위험했던 도시를 이렇게 다닐 수 있었던 건, 반대로 따듯한 사람들이 이 도시에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스페인어도 하지 못하고, 영어도 미숙한 나를 배려해 주고자 여러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달해 주고 도와주었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날이었다. 날은 저물고 산토 도밍고의 마지막이 흐르지만 꽤나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푼타 카나라는 휴양지로 떠난다. 정보가 호텔들 소개 밖에 없으니 일단 가서 모든 걸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이제 아름다운 바다를 맞이하러 출발해 볼 시간이다! 내일의 푼타 카나야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