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Day 31 - 바하마 나쏘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바하마로 가기 위해서는 미국 마이애미를 경유해야 한다. 마이애미에서 1시간이면 도착하는 미국에서 굉장히 가까운 바하마라는 나라는 미국인의 휴양지로 즐겨 찾는 곳이자 영향을 많이 받아 화폐도 달러로 지불해도 문제가 없는 미국 같은 미국 아닌 미국 같은 나라였다. 다양한 섬으로 이루어진 바하마는 공항이 많이 있지만, 나는 그중 수도가 있는 나쏘로 가기로 했다. 흔히들 미국의 휴양지는 미국의 물가로 인해 악명 높게 비싸다고 했다. 이곳 역시 투어나 크루즈 여행으로는 많이들 오지만, 배낭여행의 느낌으로는 오지 않기에 내가 가져갈 정보는 많이 없었고 이번에도 머리부터 들이밀어봐야 알 것 같았다. 그래도 5시 30분이면 공항에 도착을 하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30분이면 가니 가서 정보들을 얻고자 했다. 그렇게 들어올 때와 다르게 무사히 미국으로의 출국에 성공을 했다. 그리고 경유 시간 동안 미국 ATM에서 비상금인 달러로 인출했고 남은 시간 동안 이것저것 정보들을 찾오 봤다.
첫 문제는 여기서 마주했다. 4시에 보딩 예정이었는데, 비행기가 도착해있지도 않은 상태였다.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서곤 했지만, 저 창 너머에는 비행기가 없는 텅 빈 상태로만 존재했다. 그래, 이 동네 사람들 여유 넘치게 일하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니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1시간을 기다리니 비행기가 도착했고 탑승을 시작했다. 돌아가면 해가 지니 걸어서 가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대중교통이 있으려나 하고 고민을 하며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그런데 왜 다 탑승을 했는데도 비행기가 출발할 생각을 안 한다. 자다 보면 알아서 가겠거니, 잠에 들었는데 당최 안내방송도 안전 교육도 할 생각을 안 한다. 비행기에서 2시간은 기다렸더니 방송 하나가 나온다. 여기저기서 욕과 함께 탄식소리가 들려온다. 다 내리라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아예 이 비행이 취소가 된 것인지 그저 연착이 되는 건지 이해를 하기엔 내 영어 실력이 너무 짧았다. 내려서 물어보니, 그저 기술적인 문제로 연착이 되는 것이라고 하고 바우처를 받아가라고 한다. 3시간을 비행기에 꽁꽁 묶여있었다.
그러고는 다시 30분 정도를 기다리니, 다시 탑승을 시작했다.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쳤다. 탑승을 시작을 하고 다들 비행기에 자리에 앉았을 때,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환호를 하기 시작했다. 박수도 치고 환호도 하고 기내가 시끌벅적해진다. 승무원들이 안내 교육을 하는 게 어찌 이리도 반가운 지! 기내에서 그렇게 나는 4시간이 연착이 되어 밤 10시가 되어서야 바하마의 땅을 밟을 수 있게 되었다. 가는데 50분이면 도착을 하는데 이리도 오래 기다려서 도착을 하다니. 아침 6시에 공항에 도착해 밤 10시가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허탈하지만 그래도 일이 더 커지지 않고 도착을 했다는 게 어디인가 싶다.
밖에 나가보니 유심을 파는 곳도 문이 다 닫혀있다. 대중교통은 역시 끊겼고, 바하마는 우버가 되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숙소로 갈 방법은 오직 택시뿐이었다. 이 야심한 밤에 걸어서 가기엔 너무 위험하니 택시를 탈 수밖에 없는데, 이곳 바하마는 택시가 굉장히 비싸다고 악명이 높다. 얼마를 부르려나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숙소에서 차로 5분이면 가기 때문에 난 10달러면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들려오는 첫 대답은 30달러. 예? 제가 5분 차를 타기 위해 4만 원을 내야 한다니, 이건 무슨 배짱 장사가 너무 하다고 생각했다. 노! 를 외치고 몇 번의 택시 기사를 보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도착하는 비행기가 없기에 나도 적당히 가격을 조율하고 출발해야만 했다. 결국 나는 20달러에 결판를 보고 다른 일행과 함께 합석한 택시로 가는 걸로 되었다. 후, 쉽지 않다 바하마!
하지만 나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바로 도미니카에서 사 온 짜파게티! 우울한 마음을 짜파게티가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좋다, 오늘 밤은 너로 나의 행복을 찾으리라. 그렇게 5분을 달려서 나의 호스텔에 도착을 했다. 리셉션을 찾는데 아무 데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렇게 문을 왔다 갔다 하니 발코니에서 나를 보고 있던 루카가 여기 리셉션이 없다며 계단으로 올라오라고 했다. 위층으로 올라가니 나를 맞이해 주며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던 루카. 나의 침대가 여기일 거라며 설명까지 해준다. 호스트냐고 묻자, 자기는 그저 게스트이고 여기는 호스트가 따로 거주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아공에서 온 루카는 마치 호스트처럼 나의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었다. 그는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수다쟁이였는데, 덕분에 나는 이 당황스러운 호스텔에서 내 자리를 맡게 찾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빠르게 씻고 나와서 주방에 가서 아껴두었던 짜파게티를 조리했다. 이 풍겨져 오는 짜장 라면의 냄새는 어찌 이리도 향기로운지, 기존 라면보다도 더 원했던 것이 짜파게티였다. 그렇게 잘 끓지 않는 버너를 이용해서 조리를 해서 발코니 의자에 앉아 파도 소리와 함께 짜파게티를 즐겼다. 이 호스텔의 장점은 바로 앞이 바다여서 파도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잘 들려왔는데, 거기에 개운하게 씻고 나와 하루 종일 쫄쫄 굶었던 배를 짜파게티로 채우는 행복함이란. 이 작은 봉지라면 하나가 이리도 큰 행복을 불러온다니 참으로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에 오기 위한 여정은 다 해프닝으로 여겨지게 만들고, 비록 돼지를 보기 위한 투어를 찾지는 못했지만, 내일이 기대가 되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단잠을 마치니 오전 10시가 되어있었다. 오늘은 다운타운으로 나가서 투어사를 찾아볼 예정이다. 겸사겸사 시내 구경도 하면서 말이다. 루카는 호스텔 앞 거리에서 20~30분 정도 기다리다 보면 버스가 지나가는데 대략 1.5 ~ 2달러를 내면 된다고 알려주었는다. 30분이 지났나, 그 어디에도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1시간 즈음 지나자 반대편에서 버스가 지나갔고 1시간 30분이 지나도 내가 가는 방향에선 버스가 한 대도 지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절망과 좌절을 하고 현지인들도 기다리고 있는 거 보면 틀리진 않은 거 같은데 배차 간격이 문제인 건지 내가 있는 곳이 문제인 것인지 혼돈이 쌓일 때쯤, 내 앞으로 차 한 대가 멈춰 선다. 이 근처에 사는 필리핀 여성인 아비가 오늘은 바하마 노동자의 날로 휴일이라서 버스가 이곳까지는 잘 다니지 않을 것이라며, 버스가 많이 다니는 곳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나에게 나타난 빛과도 같은 아비의 배려가 나를 살리고 만 것이다. 후에 알고 보니 버스는 필수적으로 들르는 노선과 함께 타고 있는 승객들의 목적지까지 대강 경유해 가면서 들르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내가 있는 곳은 필수 노선이 아니어서 이곳에 오는 사람이 있어야 탈 수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노동절인 휴일이라 버스가 더욱이 다니지 않는 날이어서 1시간 30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케이블 비치라는 곳까지 나를 데려다주었고, 본인은 일을 하러 가야 한다며 오히려 다운타운까지 데려다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따듯한 말을 남기고는 떠났다. 아마, 아비가 없었다면, 오늘 하루 바하마의 알 수 없는 교통에 불만을 가지고는 몇 시간을 더 기다렸거나, 혹은 숙소에 그냥 들어갔을 것이다. 오전을 버스 기다리는데 보내버렸지만, 덕분에 따듯한 아비를 만나 기분까지 좋아지는 말 그대로 오히려 좋아 상황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비!
다운타운으로 가니, 이미 퍼레이드 준비까지 하면서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차도를 통제해서 차 없이 사람들만 즐비한 이 거리에, 여행자며 바하마 국민이며 모두 거리로 나와 노동절인 오늘을 즐기고 있었다. 때문인지 문을 닫은 가게도 많았고,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엄청난 노랫소리와 함께 환호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아하니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앞 구역에는 춤을 추는 사람들이, 뒤에는 트럼펫 등 금관악기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 뒤에는 북을 치는 등 각자의 섹션으로 나뉘어 흥겹게 행진을 하고 있었다. 구경하는 사람들도 함께 춤을 추며 말 그대로 춤판이 벌어지는 길거리였다. 장날처럼 음식을 가지고 나와 야외에서 파는 곳도 있었다. 크루즈에서 내린 사람들까지 합세하니 다운타운 시내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덕분에 푼타 카나처럼 조용한 동네가 아니라 사람 사는 기분이 나서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시내를 구경하며, 스타벅스의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투어사들 정보도 모으는데, 비가 점점 더 굵어진다. 분명 가랑비 같았던 비가 이제는 제법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시원하게 내리부었다. 경험상 지금까지의 중미들의 계속해서 내리기보다는 금방금방 그치기 마련이었는데 이번 것은 꽤나 오래갈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어차피 돌아다니지 못하니 밥이나 먹자 싶어 근처 식당을 찾아보는데, 이거 원 적당한 가격인 식당들이 없다. 이럴 땐 역시 아는 맛이 무서운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갔다. 햄버거 세트에 15달러를 주고는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주문이 통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오픈형 주방이었는데, 각자 자리에서 뭔가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움직임 자체가 너무 느려서 햄버거 하나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게다가 비가 오니 사람들도 안으로 들어와서 주문한 햄버거를 받는 데까지 20분이 걸렸다. 하지만, 오히려 좋다! 와이파이도 쓰면서 비가 그칠 때까지 시간을 때울 수 있으니 문제없었다.
그렇게 햄버거를 먹으면서 투어를 찾아보는데, 다운타운에 다른 여행지처럼 투어사가 모여 있지 않으니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 것 같았다. 나에게 투어를 갈 수 있는 날은 오늘을 제외하고 단 이틀! 비가 자꾸 내리는 지금의 상황 상 취소가 되지 않게 기도를 해야 할 뿐이었다. 당장 내일 가는 것은 투어가 모두 매진되었는지 갈 수 있는 일정이 없었고 이틀 후인 4일 일요일 단 하루만 있었다. 일단 24시간 전까지 환불은 가능하니 예약을 우선 해두고 다시 한번 직접 가보기로 했다. 비가 그치고 페리가 모여있는 항구로 나가서 물어보니, 전부 투어사의 회사 배다 보니 개인적으로 이동할 수는 없었고 무조건 투어를 껴야 한다고 답해주었다.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며 내일은 예약할 수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일요일 예약한 투어를 날씨가 좋기를 희망해야 할 뿐이었다. 돼지와 함께 놀기 위해 185달러! 비록 큰돈이었지만, 바하마 물가나 해양 투어인걸 감안하면 그나마 싸게 구입을 진행했다고 생각한다. 제발 일요일에 배는 뜨게 해 주세요! 부디!
모든 사전 조사를 끝나고 시간이 1~2시간 정도 남아 시내에서 둘러볼 수 있는 여왕의 계단이란 명소로 향했다. 다운타운에서 가까이 있으며, 항구를 방어하던 요새와 그 요새를 올라가기 위한 여왕의 계단은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 65주년을 기념을 하여 세워진 계단이라고 한다. 역사적 의미는 크게 와닿지는 않지만 해적들을 방어하기 위한 요새는 대포들까지도 그대로 배치되어 있었다. 여기서 꽤 거리가 있는 항구까지 방어를 했다니 조금 먼 거리여서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였지만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 나름대로 좋았다. 이제 어두워지기 전에 버스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내렸던 곳에서 그대로 타니 역시 이 사람 저 사람의 노선을 들러준 후 마지막즈음에서야 나의 호스텔 앞에 도착을 했다. 이러니 버스를 오래 기다렸구나 싶었다.
방에 들어가니 루카가 새로운 사람들을 소개해준다. 거의 호스트 같았던 루카는 내가 굉장히 반가워할 것이라고 했는데 가 보니 동양인 남자 두 명이 있었다. 그들도 각자 따로 왔는데, 일본인 유다카, 중국인 탄이 있었다. 바하마라는 나라에서 우연히 한 호스텔, 한 방에 동아시아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가 모인 것이다. 동양인조차 쉽게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세 나라의 조합도 웃겼으며, 각자 따로 왔지만 한 곳에 모인 것도 웃겼고 게다가 우린 각자의 언어도 아닌 영어로 대화를 한다는 묘한 동질감과 이질감에 괜히 친밀감까지 느껴졌다. 아마 그들의 눈빛들을 보아하니 나랑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우린 내일 앞에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약속을 했다. 탄은 미국 비자 문제로 들어온 것이라 그거 준비를, 유다카는 스쿠버 다이빙 투어 예정, 나는 내일 슈퍼에 들렀다가 숙소 앞바다에 가서 수영과 여유를 즐기고 올 예정이었고, 각자의 일정이 마무리되어 숙소에 도착하면 출발하기로 했다. 같은 나라도 아니지만 알 수 없는 전우애와 친밀감은 참으로 묘한 기분이었다.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어떤 인연들을 마주할지. 그 두근두근한 바하마는 어떤 모습으로 날 맞이해 줄지. 바하마 내일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