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던 이곳의 이름은, 자메이카! 야-만!!

6/5 Day 34 - 자메이카 몬테고베이

by Seanly

아마 10년 즈음되었을까. 어떤 다큐를 봤던 때문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무한도전에 나왔던 자메이카 편에 매료되었던 것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저 나에게 있어 라틴의 흥과 분위기는 자메이카로 기억이 되었다. 그 이후부터 나는 자메이카를 외치며 이 나라를 사랑했다. 그렇게 자메이카는 점점 나의 인생에 스며들었고, 이제는 나의 심벌이자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자메이카라는 나라를 모르는 친구들도, 또 아는 사람들도 자메이카를 떠올리면 내가 연상이 되고, 나를 떠올리면 자메이카가 연상이 되듯 나의 시그니처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10년의 꿈을 안고, 나는 나의 꿈으로 번 돈으로 꿈의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오늘로써 비로소 자메이카의 일상이 시작된 것이다.


자메이카행 비행기를 올라탔을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 조금 긴장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나라일 뿐 사실상 여행을 하기 좋거나, 치안이 좋은 나라는 아니었다. 정보도 없으며 부유한 나라도 아니며, 그렇다고 관광 상품이 바하마처럼 많은 나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간의 긴장을 한 상태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으니 1시간 30분의 비행이 끝나고 자메이카에 도착을 했다. 정말 나의 시그니처인 이 나라에 도착을 한 것이다. 기분이 이상하다. 조금 겁도 난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를까 봐, 또 내가 여행을 해왔던 곳과 너무 비슷한 느낌일까 봐. 아무것도 아닌 나라로 느껴져 내가 좇던 10년의 꿈이 아무것도 아니게 될까 봐 무서웠다. 오랜 열망을 마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두려운 일이었다. 두근거림과 두려움의 오묘한 조화였다. 침을 꼴깍 삼키며 출구로 나가는데 아, 이 나라는 여전히 사랑이 맞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메이카의 국기가 벽에 그려져 있고, 여러 공항의 흔하디 흔한 Welcome to JAMAICA라고 적혀있는데 왜 이리도 가슴이 떨리는지 모르겠다. 긴장의 떨림보다는 흥분의 떨림에 가까웠다. 카메라 셔터가 멈출 수가 없다. 잊고 있었다. 나에겐 자메이카라는 나라 자체가 나에겐 굿즈이고 국기며 색 조합이며 나를 떨리게 하는 그 자체라는 것을. 너무 자메이카를 과소평가했었다. 이 땅에 있고, 자메이카라는 글자 자체가 나를 떨리게 하는 존재였음을 나는 자메이카에 도착해서야 다시 깨달았다.


내게 있어 자메이카 사람과 첫 대화는 입국 심사원이었다. 그는 너무도 친절함을 드러냈다. 심사원이 아닌 어떤 음식점에서 간단한 대화를 하듯 웃으면서 물어봐주었고, 영어가 서툰 나를 위해서 바디랭귀지 까지도 해주면서 말이다. 게다가 나의 자메이카 폰 케이스를 보고 엄지를 척 들어 올리며 웰컴 투 자메이카라고 하며 통과시켜주는데 괜히 기분이 짜릿했다. 무사히 짐까지 받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30분 정도면 걸어갈 수 있어서 천천히 동네들 구경할 겸 걸어갔다. 평평한 섬 같았던 도미니카나 바하마와 달리 자메이카의 첫인상은 숲의 느낌이었다. 초록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나라구나라는 것이 확 느껴졌다. 높은 언덕과 건물 사이사이에 빼곡하게 있는 나무들이 보였고, 아마도 산을 깎아서 지금의 거처들을 만든 느낌이었다. 고지대와 저지대의 느낌이 확 느껴지는 곳이었달까. 초록색 빛을 가득 머금은 마을인 첫인상을 가지고 숙소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니 푸른 카리브해 바다가 나타났다. 옆에는 초록빛의 숲과 마을이, 반대편엔 푸른 바다와 붉은 태양이 내 앞에는 자메이카의 국기와 밥 말리 얼굴로 거리를 꾸며낸 힙 스트릿이라는 길거리가 있었다. 벌써부터 가슴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려놓은 채 바로 나왔다. 미리 숙소 사장님께 물어본 자메이카 절크 치킨이 맛있는 집을 소개받았고, 오리지널 자메이카 절크 치킨을 맛보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 위치가 상당히 좋았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경찰들이 있어서 나름 치안이 괜찮았고 건물 바로 옆엔 마트가, 그리고 바로 앞에는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다. 온몸이 움찔움찔 짜릿하게 느껴진다. 모든 것이 새롭고 흥분되는 느낌이다. 나는 식당까지 걸어가는 10분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장사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저 걸어가는 평범한 사람들도 있었고, 차 창문을 내린 채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와썹을 외쳐주며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 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일단 놀라운 반응부터 해준다. 여기 여행 온 거냐며 행복한 여행 되라며 야-만 야-만 (Yeah-man)을 외치면서 헤어진다. 이게 일상인 나라였다. 모든 대답은 야-만과 웃음 그리고 엄지 척만 있으면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너무도 재밌는 나라였다. 나도 입꼬리가 잔뜩 올라가서는 주먹 인사와 야-만을 남발해 보았다. 정말 이 나라는 나를 미치게 만든다! 뒷골이 저릿할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자메이카 절크 치킨 집에 왔다. 치킨 반 마리를 구매하고는 치킨을 굽고 있는 곳에 가서 받아가면 된다고 했다. 훈연과 연기로 구워내고 있는 거대한 판 위에 양철 지붕 같은 철판을 덮어놓고 치킨을 구워내고 있었다. 양념으로 얇게 발려진 치킨을 무심하게 조각을 내더니 나에게 건네주었다. 자리에 앉아 자메이카 절크 치킨과 레드 스트라이프라는 자메이카 로컬 맥주와 함께 분위기를 내며 먹기 시작했다. 자메이카에 온 느낌이 물씬 났다. 물론 치킨의 맛은 한국을 이길 순 없었다. 이건 한국이 너무했다. 무슨 치킨을 그리도 맛있게 만들어 놓는 건지, 각국의 치킨을 먹어도 한국의 맛을 이길 순 없었다. 자메이카의 절크 치킨도 한국의 치킨보다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인 맛과 함께 감성 값, 자메이카 본토에 와서 먹는 로컬 절크 치킨이라는 낭만의 값까지 더하면 훌륭한 치킨이었다. 너무 행복하다. 자메이카에 온 것이 이렇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나의 낭만을 누른 것이 덕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걱정을 했던 것이었던 건지 이 나라는 존재 자체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자메이카에서 떠나기 전까지 저크 치킨을 사정없이 먹어주겠다며 다짐을 해본다.


밥을 먹고 나왔고, 해가 지기 전에 슈퍼에 들러 간식과 맥주를 사서 들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보인 카리브 해로 떨어지는 붉은 태양은 나의 발걸음을 멈춰 서게 했다. 너무나도 붉게 타오르는 동그란 태양은 푸른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노랗게 빛이 나는 윤슬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사정없이 빛나는 윤슬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붉은빛으로 물들어가는 초록의 도시는 괜히 울컥하게도 만들었다.


여러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자메이카라는 나라를 꿈꾸었을 시기들부터, 나의 학창 시절들과 성장의 과정들까지도 생각이 나게 했다. 자메이카는 참으로도 나의 일상에 많이 스며들어 있었다. 초록, 노랑, 빨강의 조합은 언제나 나를 떨리게 만들었고, 이 나라는 나에게 지금 초록의 도시와 붉은 태양과 노란색의 빛나는 윤슬을 뽐내고 있었다.


잘 지내왔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이 길이 부끄럽지 않았다. 잘 자랐고, 멋진 꿈을 꿨으며, 꿈을 위해 용기를 낼 줄 아는 도전적인 사람으로 성장했다. 이상을 좇되 현실에 살자는 나의 가치관처럼 언제나 꿈을 꾸었으며, 수많은 꿈을 이루었다. 터무니없는 꿈으로 현실에 정착하지 못하는 상황도 없었다. 언제나 꿈을 꾸며 현실을 마주했고, 생각해 보면 꿈을 꾸기 위해 마주한 현실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곳에 오기까지 대략 10년. 나는 꿈을 이루었다. 그것도 내 직업적 꿈으로 번 돈으로 꿈을 이루었다. 나의 낭만의 크기는 오늘도 더해져 더욱 큰 몸집이 되었고, 이 낭만은 내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철들지 않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항상 꿈을 꾸고 이루며, 도전하고, 무너지고, 일어서며 결과를 만들어내고, 결과에 성취감을 느끼며, 과정을 뒤돌아 보고, 그 과정에 한치의 후회 없는 삶을 살았고, 선택을 했고, 감사해하며 또 이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낭만을 채워 넣었다.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을 살 수 있었고, 오늘을 열심히 살았기에 내일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이 나라는 나에게 여행지 이상의 감동이 있었다. 삶을 빗대어 말할 수 있는, 과거를 꺼내어 말할 수 있는 그런 나라다. 나의 심벌, 나의 정체성, 내가 염원하던 자메이카의 태양을 온몸으로 맞으며 거리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