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Day 33 - 바하마 나쏘
오늘은 결전의 날! 돼지를 보기 위해 투어를 떠나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부터 바라보았고, 혹시 취소 메일이 왔을까 핸드폰을 긴장하며 켜보았다. 다행히 날은 나쁘지 않았고, 메일도 오지 않았다. 버스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다운타운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내가 가는 섬은 Pearls 섬으로 흔히 펄스 섬이라고 불리며, 돼지섬의 원조는 Exuma(엑수마) 섬, 이번에 화제가 된 빠니보틀 유튜버가 간 곳은 Rose 섬이지만, 그곳들은 모두 금액이 상당하기에 나는 가장 저렴하게 나온 펄스 섬으로 예약을 했다. 어찌 되었건 나는 돼지들만 보면 된다 이거다!
오늘이 떠나는 날인 유다카는 공항으로 가기 전 다운타운을 간다고 해서 우리는 같이 다운타운으로 갔다. 버스는 운 좋게도 10분을 기다리니 와서 내 생각보다 더 일찍 다운타운에 도착을 했다. 우린 각자의 여행을 하기로 하고, 다음에 만나기를 기약했다. 8월에 남아공을 갈 것이라는 유다카는 9월에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일본에서 다시 조우를 하기로 하고 우린 환한 미소로 서로를 보내주었다.
나는 바하마의 스트로우 마켓이라는 시장으로 갔다. 기념품으로 키링이나 패치 정도 구입하려고 들어갔는데, 어제도 느낀 것이지만 이 인근은 밥 말리를 좋아해서 그런지 자메이카 풍 느낌의 옷들이 많다. 꽤나 고민을 들게 만들지만, 다음 여정은 밥 말리의 나라! 내가 사랑하는 나라인 자메이카이기에 현지에서 사기로 하고 키링만 구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참을 둘러보아도 다 싸구려 같은 키링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상한 디자인에, 삐뚤어진 공산품과, 얼마나 오래 여기에 있었던 것인지 닦이지 않는 먼지들까지. 티셔츠나 모자 등 다른 기념품들은 괜찮아 보이는데 키링은 인기가 별로 없는 듯했다. 그렇게 30분을 여러 가게를 뒤져 다녀 본 결과 그나마 마음에 드는 키링과 패치를 구매하고는 밖으로 나섰다.
2시간 정도가 남았고, 1시간은 거기까지 가고 투어 찾는 등 여유 시간으로 잡고 1시간은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와 함께 여유를 즐겨보기로 했다. 바하마에선 유심을 따로 사지 않았기에 와이파이를 찾아다녔는데, 스타벅스에서 와이파이를 쓰며 날씨도 체크하고, 자메이카 여행 정보도 찾아보면서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대강 출발할 시간이 되어 나왔고, 그곳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고, 바하마 시내를 구경하면서 아틀란티스 호텔이 있는 섬으로 대교 다리를 타고 넘어갔다.
집결지로 갔는데 이상하게 한산한 느낌이다. 보통 이 정도 투어면 사람이나 직원분이 있을만한데 아무도 없었다. 선박 직원들 정도만 있었고 투어 부스에 있는 사람 정도? 투어 부스 사람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줄이 서 있었고 선박 직원들에게 물어봤다니 주소는 여기가 맞다고 했다. 뭔가 이상한 기운이 감출 수 없었다. 어제 온 메일을 다시 확인해 봤는데 도착지가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적혀있었다. 나는 첫 도착지만 생각을 했는데 어제 온 메일에 새로운 도착지가 적혀있었다. 나는 취소 메시지가 아닌 것만 확인하고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것이다. 투어 시작까지 15분 남았는데 그걸 이제야 안 것이다. 급하게 투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여기 아니고 시간 내에 가려면 택시를 타야 한다며 바로 앞에 있는 택시 기사에게 위치 설명까지 대신해주셨다. 나는 택시에 타서 그곳까지 최대한 빠르게 가달라고 했다. 도착지는 내가 있던 스타벅스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던, 다운타운에서 처음 돼지섬 투어를 찾은 그 선착장이었다. 차가 막히고 일방통행으로 되어 있는 다운타운을 지날 때 내 가슴은 조마조마했다. 오늘 투어를 놓치면 난 돼지섬을 갈 수도 없이 바하마를 떠나야 했던 것이다. 택시 기사님은 5분 안에 도착하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나는 그렇게 택시에서 내려 헐레벌떡 뛰어갔고 그곳엔 투어사 직원과 관광객들로 사람이 많았다. 겨우 줄을 서고 예약 확인까지 마치니 팔찌를 채워주었다. 메일 하나를 확인하지 않아 일어난 멍청 비용과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투어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만 생각했다. 배를 타기 직전까지도 혹시 다른 투어를 탄 것이 아닐까 걱정을 했지만, 돼지를 보는 시간을 알려주는 팔찌를 보며 안심을 했다. 나 드디어 돼지를 보러 간다!
보트를 타고 20분쯤을 가니 저 멀리 형형색색으로 꾸며놓은 섬이 하나 보인다. 바로 펄스(Pearls) 섬에 도착한 것이다. 끝과 끝까지 도보로 10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섬이었는데, 선베드부터 식당까지 모여있는 관광섬 느낌이었다. 섬을 구매해서 관광지로 사용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도착하자마자 섬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가는 길에 보인 시간표 및 안내판을 확인하고 섬 끝까지 가자 이구아나들이 살고 있는 자그마한 울타리가 있었다. 10여분을 보았지만 고개만 슬쩍슬쩍 움직일 뿐 몸은 누워있을 뿐 움직이지 않았다. 놀기 전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뷔페처럼 내가 퍼서 먹을 수 있는 줄 알았지만 정량 배식으로 이루어진 점심 식사였다. 밥과 양배추 샐러드, 양념에 구워진 닭다리와 생선튀김 한 조각씩 주었다. 내 양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맛있었던 식사를 마쳤다.
이제 사람이 한적한 해변으로 가서 짐을 선베드에 올려놓고 바다에 풍덩 빠져본다. 역시 바하마의 바다는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얕은 해변가를 떠나서 이번엔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스팟으로 갔다. 여긴 구명조끼랑 스노클링 장비들을 빌려주었고, 나는 장비가 있어서 조끼만 받아서 빠져보았다. 생각보다 물고기는 많이 없었지만, 투명한 열대어도 있었고 좌초된 선박도 있었다. 돼지들을 보러 가기 전까지 그곳에서 수영을 했다가, 나와서 선베드에 누워서 쉬었다가 다시 빠졌다가를 반복하며 물속의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내가 기다리던 돼지를 보러 가는 시간! 바로 앞 섬으로 가서 한정된 인원들끼리 돼지를 보러 가는 일정이었다. 보트에 오르고 돼지들을 만나기 전 나는 카메라들로 무장을 한다. 핸드폰과 필름카메라, 그리고 액션캠까지 들고 그 외에 짐은 모두 가방에 집어넣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잠시 가이드의 안내를 듣고 있는데 돼지들이 나타난다. 가이드 주변으로 자신의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고 있는데 너무 귀여워서 가이드의 설명은 들어오지 않았다. 웃는 눈으로 사람들 주변을 헤집고 다니는 돼지들은 작은 새끼부터 큰 어미들까지 다양한 돼지들이 있었다. 가이드는 우리들에게 돼지들 줄 소시지와 사과가 담긴 간식 한 컵씩 주었다. 꼬챙이에 꽂아서 하나씩 주니 돼지들이 달려들었다.
오리지널인 엑수마 섬의 돼지들과는 다르게 수영하는 돼지라기보다는 먹기 위해 수영하는 돼지의 느낌이었다. 우리가 아는 엑수마 섬의 돼지들은 수영을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는 것을 상상한다면 이 섬은 느낌이 확실히 다를 것이다. 하지만 느낌이야 어떠하리 내 눈앞에 돼지들이 수영을 하면서 나에게 밥을 달라고 하고 있는 걸! 남은 필름을 모두 간식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었다. 필름 카메라를 가져다 놓고 액션캠을 한 손에 들고 든 손가락으로 먹이를 주며 나머지 한 손으로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동영상과 사진을 돌려 찍으며 돼지들의 귀여움을 담기 위해 한껏 최선을 다하며 찍었다. 돼지들의 눈과 코가 너무 귀여웠는데, 눈은 웃는 눈으로 나를 보고 코는 자꾸만 씰룩거리는 게 귀엽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내가 지불한 185달러, 전혀 아깝지 않은 선택이었다.
행복한 소비를 마치고 다시 펄스 섬에 온 후 기다렸다가 마지막 보트를 타고 다시 다운타운으로 갔다. 나는 바하마에서 하고 싶은 걸 모두 다 했다는 생각에 흡족한 마음으로 숙소로 향했다. 여행을 마친 것 같은 만족감! 그리고 버스에서 기분 좋은 순간을 하나 더 만들어 본다. 바로 필름 카메라의 롤을 다시 돌려놓는 것. 위잉하며 36장의 사진을 기록한 필름 롤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때, 나는 이 나라의 여행이 마무리되었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하나씩 쌓이는 필름 통은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숙소에 와서 깨끗하게 씻고 자메이카 숙소를 예약하고는 자메이카에서 페루로 넘어가는 비행기를 예약하려 했다. 하지만 이 비행기 표는 왜 대체 결제가 되지 않는 건지 자꾸만 오류가 난다고 한다. 모든 카드를 다 동원해 보았지만 결제는 진행되지 않았고, 잠시 서버의 문제인가 싶어 내일 공항에 가서 하기로 하고 짐을 싼 후 일찍 잠에 들기로 했다. 내일은 오전 11시 비행기이기에 7시에는 숙소에서 걸어서 공항으로 가기로 한다. 내 라틴 아메리카 여행을 마음먹게 만든 그 나라, 자메이카로 향하는 날이 다가왔다. 기대감을 안고서는 잠에 들기로 했다. 바하마여 즐거웠다! 이제는 내 낭만의 땅 자메이카로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