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노 프라블럼!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몰

6/12 Day 41 - 자메이카 네그릴

by Seanly

이제는 제법 동네 주민처럼 여유롭게 하루들을 살았다. 하늘이 붉게 물드는 저녁노을, 길거리 돌담에 한참을 앉아 몬테고베이의 바다를 바라봤다. 한쪽엔 구름이 두껍게 지어 푸르고 어두운 분위기가 한쪽엔 구름이 없어 붉고 노란빛의 강한 밝음이 내리쬔다.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을 들으며 길거리를 걷는다. 보랏빛의 어스름한 햇빛이 길거리에 내리 앉을 때 느껴지는 약간의 감동. 내가 이곳에 와 있다는 실감과 꿈을 이뤘다는 성취감, 그리고 곧 있으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 밝고 통통 튀는 노래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가게들은 문을 닫고 어두워지는 상반된 분위기는 오히려 가슴 뛰게 한다. 익숙한 낯섦은 이질감이 느껴지고 마치 이곳에 처음에 왔던 느낌 같았다. 너무도 익숙하지만 낯설었던 자메이카. 이제는 여유롭고 평화로웠던 이곳의 여행을 마칠 준비를 하나둘씩 해본다.


그리고 내일은 이곳에서 떠나 페루로 넘어가는 날이다. 마지막으로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오늘은 어찌 보면 내가 가장 염원했던 네그릴이라는 지역으로 투어를 간다. 그곳에서 마지막 코스는 네그릴의 릭스 카페(Rick’s cafe)라는 곳에서 일몰을 보는 것이 마지막 일정이다. 이곳은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자메이카편 특집을 할 때 나왔던 곳으로 일행이 카리브해 바다에 다이빙을 하는 장면이 나온 곳이다. 그곳의 카페에 가서 나도 그들처럼 카리브해 바닷속으로 다이빙을 하는 것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일몰이 아름다운 그곳을 위해 가장 좋은 날 투어를 가기 위해 여행 첫날부터 날짜 선택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가장 맑은 날인 12일, 자메이카를 떠나기 딱 하루 전. 이 날을 기대하며 자메이카를 보내왔다.


오전 9시 숙소에서 걸어서 2분 정도 걸리는 거리의 집합지에서 모여서 출발을 했다. 오늘의 투어는 4명이서 움직이는 여정이었다. 데릭의 인솔하에 우린 첫 번째 장소인 포트 샬롯이라는 지역에 있는 버려진 요새로 이동을 했다. 처음엔 무슨 요새라곤 하지만 그저 폐허에 가까운 모습에 엥?이라는 생각이 가득 찼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니 너무도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카리브해의 바다를 배경으로 성벽을 걸어볼 수 있었고, 포구를 집어넣었던 구멍의 사이를 보면 카리브해의 바다가 아름답게 보였다. 해적들로 과 외세의 침입으로부터 막는 요새의 역할을 한 이곳은 이제는 풀이 높게 자라나는 버려진 곳이었지만 포구가 가리키는 방향의 바다들은 모두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다음은 프라이빗 비치인 하프 문 비치였다. 몇몇의 팀들만 들어와서 즐기는 곳이고, 보트를 타고 가까운 곳에 있는 외딴섬인 칼리코 잭 해적 바라는 작은 섬에도 갈 수 있었다. 사실 비치는 이제 너무 많이 보기도 했고, 해변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바다를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게 느끼기에 바다에는 빠지지 않고 선베드에 누워서 한참을 여유를 즐겼다. 그런데 칼리코 잭 섬 부근의 바다는 도저히 안 빠질 수가 없었다. 투명하다는 말이 가장 잘 맞는 이 바다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카리브해 특유의 에메랄드 빛과 푸른색이 돌면서 물은 어찌나 깨끗한지 저 바닥 끝까지 선명하게 잘 보였다. 파도가 치는데도 선명한 이 바다에 나는 스노클링 장비를 가져오지 않은 게 한이 될 정도였다. 바다에 둥둥 떠 다니기도 하고 수영도 하고 투명한 카리브해의 바다를 잔뜩 머금었다. 정정하겠다. 내 최고의 바다는 바하마에서 자메이카로 다시 변경되었다. 이처럼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를 가진 자메이카의 바다가 최고였다.


그리고 세 번째 스팟! 7마일 해변으로 이동을 했고, 그중 마르가리타빌이라는 해변 앞 카페 겸 식당에서 맥주와 햄버거를 하나 시켜 해변이 가장 잘 보이는 2층 창가 자리에 앉았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와 뜨거운 햇볕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일렁이는 윤슬과 다들 행복한 표정으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이것들을 모두 배경으로 하며 먹는 맥주와 음식은 기분까지 좋게 만들었다. 햄버거는 그저 특별할 것 없었지만 이 풍경과 함께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굉장히 특별하게 생각이 들었다. 네그릴의 바다는 어딜 가든 아름다운 최고의 스팟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일정의 마지막, 내가 가장 염원하던 그곳! 릭스 카페에 도착을 했다. 나 혼자 잔뜩 설렌 상태로 사방팔방을 싸돌아다닌다. 이곳은 클럽 바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한쪽은 음식과 함께 석양이 내리 앉는 일몰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고 반대편은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절벽들과 바다가 있었다. 우선 이곳저곳을 다니며 필름 카메라에 자메이카의 아름다운 기록을 담아보았다. 그리고 다이빙하는 곳으로 가서 사람들이 뛰는 걸 구경을 했다. 영상으로 볼 때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었고 심지어 뛰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다들 얕은 다이빙 포인트에서 첨벙첨벙 빠질 뿐이었다. <무한도전>에서 봤던 것처럼 한 아저씨는 제일 높은 다이빙 스팟보다 더 위에 있는 나무를 타고서 올라갔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높이에서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날다람쥐 같은 포즈로 두 손을 펼치며 멋있게 떨어진다. 체공 시간만 6-7초는 되어 보이는데 너무도 시원하게 떨어지고 사람들은 환호를 한다.


나는 이제 뛰어내릴 준비를 했다. 사실 상당히 두려웠고 겁이 나긴 했지만, 하고 나서의 후회는 떨어지는 그 순간 3~4초지만 하지 않으면 나는 평생을 후회할 것 같았기에 애써 두렵지 않고 설레는 척을 했다. 가장 좋은 포인트에 있는, 또 인스타를 굉장히 즐겨할 것 같은 사람을 찾는다. 인스타에 스토리용 영상을 찍고 있는 한 젊은 여성을 발견한다. 내 5주간의 빅데이터상 이런 사람들이 영상을 잘 남겨준다. 그녀에게 영상을 부탁하고는 나는 다이빙대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 보다 조금 낮은 곳에서 두 번을 뛰고 와야 여기서 뛰고 올 수 있단다. 내가 원하는 건 여기가 아니야! 일반 사람이 할 수 있는 제일 높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기 위해 다른 두 곳을 망설이지도 않고 뛰어내렸다. 사실 여기도 굉장히 높았지만, 원하는 바가 확실했기에 바로바로 뛸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상황을 설명하고 가장 높은 다이빙대에 도달하기 위한 사전 조건을 모두 충족한 뒤에 그곳에 올라섰다.


떨려온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환호를 하기 시작한다. 10년 전 보았던 이곳에 직접 와서 그 도전을 하고 있다. 기분이 묘하고 설렜다. 기분 탓이었던 것인지 두렵기보단 설렜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바다 카리브해뿐이고 뜨거운 햇살과 함께 시원한 바람이 나를 응원하는 듯했다. 묘하게 벅찬 나는 다이빙 대 위에서 준비 자세를 했다.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작은 점프는 어렵지 않았다. 노홍철 형님이 했던 것처럼 우사인 볼트의 챔피언 포즈를 한 번 해주고 시원하게 뛰어내렸다. 대략 5초간의 체공 시간은 두렵기보다 아름다웠다. 푸른 물로 빠져드는 상쾌함까지 느껴지는 짧은 시간이 지나고 가장 아름다운 이 바다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가 나온다. 기분 째진다! 거친 파도를 가르며 수영을 하고 나와 오래 기다려주며 영상을 담아준 그녀에게 뛰어갔다.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하고는 짐을 챙겨 나왔다. 하나의 버킷 리스트를 이루었다는 쾌감. 기분이 상쾌하고 짜릿하고 시원하다. 목표를 이루었다는 성취감도 함께 든다. 방실방실한 표정을 짓고는 꽤나 뿌듯한 미소와 함께 바로 이동을 했다.


자메이카 로컬 맥주를 하나 시키고는 석양이 보이는 곳에 앉아 한참을 사색에 잠겼다. 그렇게 많은 생각에 있을 때 아버지에게서 영상통화가 왔다. 이곳의 멋진 일몰을 보여주고는 나 되게 멋진 곳에 와 있다며 자랑을 해보았다. 그리고는 생각에만 머물었던 이야기들을 아버지에게 건넸다.


“아빠, 나 지금 기분이 묘해요. 여기를 꿈꾼 지 대략 10년이 되었더라고요. 제가 영상이라는 일을 처음 꿈꾸었던 시기랑 비슷하고 그 꿈을 꾼 지도 어언 10년이 되었어요.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내가 꿈꾸었던 일로 돈을 벌어서 내가 꿈꾸던 곳에 왔어요. 그래서 그런지 감회가 새롭고 괜히 뭉클하고 울컥한 감정이 올라와요. 10년 전, 호기로웠던 저는 내가 가슴 뛰는 일을 하겠다며 특성화고를 갔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 하고 살았으며, 아직도 꿈을 좇으며 살고 있어요. 그리고 저를 가슴 뛰게 한 이곳에도 와 있고요. 내 입으로 이런 말 하는 게 조금 웃기지만, 나 진짜 잘 자란 것 같아요. 잘 컸어요 나. 내 꿈을 내 손으로 이룰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서 이렇게 먼 타지에 까지 꿈을 이루러 왔어요. 이번 여행도 그렇고 나의 꿈도 그렇고 반대하지 않고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아빠.”


괜히 나도 아버지도 붉은 눈시울을 애써 감추고는 지구 반대편에서 같은 하늘을 보며 일몰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일몰까지도 너무 아름다웠고, 이 순간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아름다운 일몰과 바다, 감사한 아버지와의 통화, 그리고 나의 이 울컥해진 마음들까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이 순간은 엄청난 원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감히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감정들과 오묘한 이 감정은 집으로 돌아가는 그 시간들까지 느껴질 정도로 여운이 짙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