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여행 Day 3 - 미국 라스베이거스
LA를 떠나 라스베이거스로 가기 위해 나섰다. 이동 방법은 Flixbus를 이용해서 라스베이거스까지 가는 거였다. 한국의 일반 고속버스 같은 느낌이었는데, 생각보다 자리가 좁았고 지정받은 좌석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앉는 분위기가 강했다. 외국인들은 익숙하다는 듯 자신의 자리에 누군가 있으면 다른 자리로 옮겨 앉았다. 출발 예정 시간인 1시가 되어도 버스는 오지 않았고, 15분 즈음 더 지난 후에야 버스가 도착했다. 항상 느끼는 건 타지에서의 대중교통은 한국 보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은 없는 것 같다. 배차 간격이나, 대중교통량, 가격, 환승 시스템, 그리고 특히 우리는 대중교통들이 카드 하나로 되지만, 여기는 도시마다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서 매번 바꿔야 했다. LA는 Tap 카드를, 라스베이거스는 Rtc라는 시스템을 이용하여야 했다. 다들 해외로 나와보면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 느낀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좋은 나라에서 지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여러 가지 정리를 해보았다. 실은 지금 첫날의 여파로 발이 부어버려서 장기간 도보 이용이 어려워진 상태다. 첫날 신난 나머지 호기롭게 쪼리로 3만보를 걸었고, 까진 곳을 피해 걸으려고 하다 보니 발날 쪽과 아킬레스 건 밑 쪽 근육들과 신경 부분이 부어버려서 조금만 걸어도 통증이 올라왔다. 이 상태에서 신용카드를 받아주는 렌터카를 찾아보려고 돌아다니면 정작 여행을 할 때 많이 힘들 것 같았고, 또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신용카드 없이 빌리려고 하면 사설 렌터카에서 2~3배 가까이 되는 돈을 지불하고 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마저도 신용카드가 없으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미국을 운전하며 캐니언들을 보러 다니는 나의 로망은 잠시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왠지 이 나라는 다시 올 것만 같은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낭만을 남겨놓는다 라는 위로와 함께 덮어두었다.
버스에서 급히 투어를 예약했고, 숙소들이 다 예약이 되어있던 상태라 1박 2일이 아닌 당일투어로 갈 수 있는 곳으로 예약을 했다. 그랜드캐니언 이스트 림과 사우스 림, 홀스슈 밴드, 파웰 호수, 글랜 캐니언 댐, 앤텔로프 캐니언, 블랙 캐니언에서 별 관람까지 아주 17시간을 불태울 코스로 말이다. 새벽 2시 픽업과 함께 시작되는 투어여서, 내일은 무리하지 않고 숙소에서 느지막이 쉬다가 근처 산책만 하고 이른 쪽잠을 채운 후에 새벽에 나오기로 결정했다. 많이 걸어야 하기도 하니 내일은 발이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게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여행에서 E-SIM을 사용하기 위해서 찾아보았다.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를 갔을 땐 현지 심이 가격도 저렴하고, 인터넷이 훨씬 잘 된다는 이야기에 이번 여행에서도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유심 값만 60불을 지불하기도 하고, 공항에서 심을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 보니, 버스로 이동하는 일정도 있을 텐데 대책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쿠바와 볼리비아 정도의 나라만 제외하면 나머지 나라는 E-SIM이 가능해서 진행하려는 찰나,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에서의 인터넷은 왜 이리도 안 터지는지! 내 속이 먼저 터질 것 같아, 핸드폰을 잠시 덮어두고 밖을 바라보았는데 정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내가 원하던 미국 서부 드라이브 시 펼쳐지는 풍경이었다.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울긋불긋 우람하게 펼쳐진 산이라 표현해야 할지 암석이라 표현할지 모르겠는 장엄한 풍경과 함께 펼쳐진 사막 사이를 관통하는 아스팔트의 길. 이 넓은 땅에 보이는 것이라곤 사막과 조금의 초록색 넝쿨들, 각종 홍보를 위한 간판들과 끝없이 직진만 하는 도로. 이 모습을 보라고 핸드폰 인터넷이 터지지 않았던 것일까?!라는 말도 안 되는 자기 위안을 하면서 E-SIM은 숙소에서 하기로 하며 창밖을 바라보며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척박한 사막 속에 세워진 화려함의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모습을 보였다. 사막 한가운데 이리도 화려한 불빛을 내뿜으며 거대한 도시가 세워져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면서 이 도시의 번영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화려한 조명들이 이 사막을 밝혔다.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와 함께 성장한 도시인데, 오락과 도박이 한 나라의 대표 관광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또 한편으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이렇게도 파급력이 강력하다는 것도 다시금 느꼈다. 본래 예술이 부흥한 시기들은 의식주가 안정이 되기 시작했을 때, 사치의 일종으로 시작이 되었다. 의식주는 사람을 살게 하지만, 예술은 사람을 살고 싶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심장이 울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은, 내가 만들어낸 이 예술이, 이 산업의 일부분이 한 사람의 인생을 울릴 수 있고, 울고 웃게 만들며, 살아감에 있어 활기를 넣는 일이어서였다. 고작 2시간의 영상들이 사람의 가슴속에 깊숙이 남아 인생을 돌아보게 하고,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예술의 힘. 그 예술을 대중화시킨 엔터테인먼트의 힘은 라스베이거스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카지노로 시작해 각종 공연과 퍼포먼스들로 이뤄지고 사람들을 홀리는 이 라스베이거스의 땅에 발을 내렸다.
P.s 라스베이거스 모티브였던 <원피스>의 알라바스타 편에 나온 레인 베이스가 떠올라서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