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여행 Day 5 - 미국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는 밤에 할 것들이 더 많은 도시여서 발을 휴식할 겸 숙소에 느지막이 여유를 즐겼다. 나는 다음 날 새벽 2시에 시작하는 투어가 잡혀있었다. 새벽 2시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하여, 파웰 호를 간단하게 본 뒤, 앤탤로프 캐니언, 홀스슈 밴드, 그랜드 캐니언 이스트 림 - 사우스 림을 보고 오는 장장 17시간의 투어였다. 그래서 거진 12시간을 잔 다음 늦잠과 함께 오후 2시경에 일어났다.
캐니언 투어를 갔다 온 다음 날 바로 멕시코로 떠나는 일정이 있기 때문에, 숙소를 예약을 해두려고 에어비앤비를 켰다. 역시, 미국과는 다른 물가에 조금 울컥했다. 허름한 고시원 방도 도심가에 있단 이유로 7-8만 원 했던 미국과는 다르게 7-8만 원이면 도심가 + 개인 숙소 + 뷰티뷰티한 방이 나왔다. 하지만 예상보다 미국에 돈을 많이 썼던 나는 2-3만 원 대에 숙소를 맞췄고, 아무래도 혼자 다니기도 하고 짐도 두고 나와야 하는 상황이 많아서 다인실보다는 개인실이 있는 곳으로 찾았다(사실 호스텔은 아직까지도 겁나긴 했다.). 다인실 쓰는 곳보다 7,000원 정도 비쌌지만, 아직 배낭이 걱정되는 초보 여행자인 나는 내 걱정을 산다는 마음으로 32,000원 정도 하는 방으로 잡았다. 일단 계획은 없고 대강 멕시코 시티, 과나후아토 도시를 구경 후, 뚤란똥꼬 (아무리 불러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름이다.), 칸쿤으로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멕시코 시티에서 3박을 우선 예약한 후 추후에 추가할지는 조금 지내보고 결정해보려 한다.
이렇게 숙소까지 예약을 한 후 간단한(가격은 안 간단함.) 식사를 먹고 난 후, 옆에 있는 마트에 들렀다. 정말 많은 걸 코스트코 마냥 대형으로 파는 모습에 감탄했다. 빵을 4인 가족이 한 끼로 먹을 정도의 양을 무심하게 팔고 있었고, 부러웠던 건 너무 많은 코카콜라의 종류와 몬스터 음료의 종류들이었다. 내일 하루가 고될 터이니 몬스터 한 캔 때리자 라는 마음으로 몬스터 울트라 골드를 골랐고 약간 박카스와 같은 상큼 달달한 맛에 박수를 쳤다. 마음과 같아선 종류 별로 한 캔씩 다 사서 먹고 싶지만, 내겐 시간이 없었기에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했다.
20시 30분즘 숙소에서 나와 버스를 탔다. 라스베이거스는 RTC라는 버스 어플을 이용하여, 혹은 버스 정류장에 있는 티켓을 사서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1 way는 없고 pass권 종류로 있는데 2시간 6$, 24시간 8$, 3일 20$로 되어있었다. LA보다는 비쌌지만, 티켓을 활성화 한 기준 2시간, 24시간이었기 때문에 시간 계산을 잘 한다면 나름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나는 다음 날 돌아올 것까지 생각해서 24시간권을 샀다. 숙소는 메인 거리와 대중교통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노스 라스베이거스였기 때문에 한 시간 정도 지나서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올드타운) 거리에 도착했다.
조금 걱정했던 것은 밤에 돌아다니다 보니 치안이 걱정되었다. 또 새벽 2시에 투어를 라스베이거스 호텔 앞에서 픽업을 받아야 했기에 걱정한 상태로 거리에 입성했는데, 여긴 말 그대로 밤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였다. 모든 곳이 화려한 공연장이었고, 주변에 가정집이 없고 호텔만 있었기에 밤새 시끄러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운타운의 명물인 전구쇼는 천장인 다운타운의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고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한국 기업인 LG 디스플레이의 기술력으로 만들었다니, 괜히 내가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전구쇼 밑에는 길거리 버스킹과 술을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게끔 파는 가게들(미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음주를 하는 것은 불법이며 유일하게 라스베이거스만 허가가 되어있다고 한다.), 그 거리를 편하게 앉아서 볼 수 있는 테라스 형 가게들도 있었고 특히 콘서트를 할 수 있는 중형 사이즈의 무대도 설치가 되어있었다. 여기서 팝송들을 리믹스해서 공연을 하는데, 이 공연을 무료로 즐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신나는 무대였다. 다운타운 거리 자체가 길거리 클럽인 것처럼 다들 한 손에는 술을 한 손은 번쩍 올려 공연을 열광하고 있었고,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활짝 웃는 얼굴로 춤을 추고 있었다. 한국의 디제잉 페스티벌이나 야외 페스티벌을 라스베이거스에선 매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카지노가 호텔을 포함하여 여러 곳곳에 있었는데, 대부분 슬롯머신을 많이 즐기는 듯했다. 치안을 걱정했던 나의 근심과는 다르게, 곳곳에 경찰들과 카지노 근처에는 경비원들이 상주해 있었고 새벽 내내 화려함을 유지하기에 미국에서는 치안이 좋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홈리스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마약한 사람과 만취한 사람들은 종종 있었기에 적당히 눈을 깔아주면서 피해 가면 밤 문화를 즐기는데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다운타운에서 메인 호텔거리로 이동을 했다. 미국은 지도에서는 걸어가면 금방일 것 같지만 생각보다 한 블록 한 블록이 거리가 먼 경우가 대부분이며, 여기에 호텔들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기에 버스로 20여분을 가야 메인 스트리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즐길거리는 다운타운의 전구쇼와 함께 되는 길거리 분위기도 있지만, 각각의 테마로 만들어진 호텔들을 구경하거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공연은 몇 개의 것을 빼고는 유료로 되어있지만, 호텔들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기에 호텔들을 투어 하는 것만으로도 알찬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가이드들이 말하는 빅 3 볼거리는, 베네치아를 모델로 하여 만든 베네치아 호텔, 화산쇼가 이루어지는 더 미라지 호텔, 신청곡에 맞춰 분수쇼(신청곡 가격은 상당하다고 한다. BTS가 공연을 하러 왔을 때 공연 기간 내내 BTS 노래만 흘러나왔다고도 한다.)가 이루어지는 벨라지오 호텔이라 한다. 세 가지를 모두 볼 시간은 없었기에,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를 구경하러 갔다. 8시 이후부터는 15분 간격으로 이루어지는데, 워낙 그 주변에 볼 게 많아서 시간 맞춰서 가기보다는 지나다니다 보면 구경할 수 있다. 넓은 크기의 호수에서 이루어지는 분수쇼는 감탄이 자동으로 나오게 했다. 그 외에도 파리, 이집트, 타워 등등 다양한 호텔들이 있었고, 다음에 온다면 천천히 둘러보는 여행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짧게나마 라스베이거스의 밤문화를 즐기고 스트라토스피어 호텔 앞에서 픽업 차에 타서 캐니언 투어를 시작했다. 여담으로 로드 트립의 낭만을 실현하지 못해 아쉬움을 갖고 있었는데, 난 혼자 예약했기에 조수석에 앉아서 이동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운전하지 않아도, 운전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오히려 좋아‘를 시전 할 수 있었다. 이 투어는 한국인 가이드로 이루어진 한국인들 대상의 투어였으며 11명이 같이 움직였다. 캐니언들을 볼 수 있는 곳들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대략 4~5시간을 가야 했다. 그렇게 오늘의 일정을 짧게나마 듣고 차에서 잠에 들었다. 눈을 떠보니 해가 불그스름하게 올라오는 일출의 시간이었고, 그렇게 화려했던 도시들은 온데간데없고 황량하지만 굵직한 캐니언들의 웅장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작은 감탄을 이루고 있을 때, 파웰 호를 볼 수 있는 가이드 스폿에 도착했고, 차에 내려서 그 밑을 바라보았을 땐 입이 떡 벌어졌다. 높은 고지대에서 밑을 바라보는 이 풍경은 내가 미국에 왔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굵직한 암석들은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내 시야에 전부 담지 못하는 넓은 대지는 한참을 바라보아야 겨우 담을 수 있었다. 이곳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가이드 님의 말에 괜히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파웰 호는 몇 년째 물이 말라서 물이 많이 없지만 예전에는 보트투어도 있었을 만큼 물이 가득한 곳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잠깐의 시간 동안 구경을 한 후 첫 번째 메인 여행지인 앤탤로프 캐니언으로 출발했다. 이곳은 네이티브 아메리칸 흔히 우리가 말하는 원주민들이 관리하는 곳이었고, 나바호라는 원주민들이 미국에 인정받아 이 일대를 관리하고 있었다. 앤탤로프 캐니언은 그들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였는데, 여러 개의 앤탤로프 캐니언 중에 우리는 원주민 가이드를 필수로 껴야 하며, 지정된 시간에만 들어갈 수 있는 앤탤로프 로우 캐니언으로 갔다. 이곳은 윈도우 배경화면으로도 유명한 곳이며, 물들이 지나간 수로에 가까운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도착해서 나바호 원주민 가이드와 함께 이곳을 들어갔다. 참고로 여긴 사진 촬영만 가능하며 비디오 레코딩은 저작권 문제로 허가가 안된다고 한다. 또한 가지고 갈 수 있는 물건은 모자, 선글라스, 핸드폰, 물, 사진용 카메라만 가능하고 이 외에는 모두 불허된다고 한다. 까다로운 관리와 함께 앤탤로프 캐니언 밑으로 들어가면 신비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 만년의 물들이 지나가는 길이었다가, 화산 폭발과 함께 빙하기가 찾아오면서 굳어버리게 되어 이런 경관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또한 바람이 지나가면서 만든 이 앤탤로프의 캐니언은 세월이 한껏 묻어났다. 붉은빛의 암석과 실타래 같은 결, 고운 모래와 고개를 들어보면 암석들 사이로 보이는 맑은 하늘. 앤탤로프 캐니언이 주는 그곳의 색감은 신비로움을 더했고, 높게 뻗어 있는 붉은빛의 암석들은 그 자태를 더욱 웅장하게 뽐내고 있었다. 대략 1시간가량을 그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장 유명한 여인의 옆모습부터, 상어, 코끼리, 곰돌이 푸 등 동물원을 방불케 하는 모양들의 암석들을 볼 수 있었고(사실 여인 암석을 제외하곤 사실 납득하긴 어려웠다.), 암석들에 가려져 비춰진 해마 모양의 하늘은 이곳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흠뻑 빠져 황홀해 있을 즈음 우리는 밖으로 나왔고, 조그마한 공룡 발자국이 남겨진 화석을 끝으로 앤탤로프 캐니언을 떠났다.
다음은 10분 거리에 있는, 홀스슈 밴드였다. 캐니언 사이로 흐르는 강물의 모양이 마치 말발굽을 닮았다고 하여 홀스슈 밴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본 홀스슈 밴드보다 실제로 경험한 그곳은 사이즈가 말도 안 되게 컸기에 놀라웠다. 이곳에선 볼 것이 한 가지뿐이라던 아는 누나의 말에 큰 기대를 하고 가지는 않았지만 이 하나가 너무도 웅장했기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캐니언의 웅장함은 단어로 설명이 안 되는 크기를 지니고 있어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마지막 이 투어의 최종 목적지이자, 내가 라스베이거스를 들렀던 이유. 그랜드 캐니언으로 출발했다. 그랜드 캐니언은 너무 넓고 볼 것도 많기에 하이킹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고 그랜드 캐니언 위에 숙박을 할 수 있으며, 셔틀버스도 다니기에 많은 사람들이 하루로 즐기지 않고 며칠을 여기서 머물면서 그랜드 캐니언을 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산은 가파르고 꼭짓점이 있는 느낌이라면 캐니언들은 산과 다르게 협곡의 느낌이기에 캐니언 위에는 국립공원의 관리처와 함께 여러 가지 편의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가 이번에 볼 곳은 이스트 림과 사우스 림으로 그랜드 캐니언의 1/10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꼭 다시 와서 하이킹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그랜드 캐니언에 들어섰고, 그 속에서도 20분을 달린 후에야 그랜드 캐니언의 협곡들을 넓게 볼 수 있는 스폿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서 절벽으로 갔을 때는, 다른 캐니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장관이었다. 너무도 크고 넓었으며, 장엄했다. 아니, 그 어떤 단어들로 표현이 안 될 만큼 이곳은 웅장했다. 비루한 6인치 화면이 담기엔 대자연의 경관은 경이로웠고, 내가 본 것을 감히 눈 외에 어떤 것으로도 담을 수 없었다. 수 천만년을 품은 자연의 무게는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평가하기엔 내가 너무 작은 존재였다. 넓은 그릇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떠났고, 자연의 거대한 풍채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카메라의 셔터도 멈춘 채 안전한 절벽에 걸터앉아 붉은 캐니언과 푸른 하늘과 함께 그저 이 분위기와 바람을 즐겼다.
자연에 압도당한 사람은 내 스스로가 너무 작은 존재로 느껴지고, 내가 가졌던 걱정과 고민들은 한없이 작은 근심이었다는 것을 느꼈다는 모든 사람들의 말에 동의를 할 수 있었다. 그저 이 자연을 느끼는 방법은 자연히 바라보는 것, 또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흘러감을 흘러감으로 둘 수 있고, 극히 평범하게 자연스러운 일을 억지로 잡아보려 하지 않는 것. 자연스럽다는 그 단어의 어원처럼, 이 그랜드 캐니언을 보고 난 후의 감정은 자연스럽다는 단어의 ‘자연‘의 의미를 작게나마 알 수 있었다. 나는 무엇을 거스르려고 한 것일까. 대자연이 준 가르침에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감정이었지만, 자연스럽게 흘러가다 보면 느끼는 순간이 올 것이란 걸 알려주는 듯했다. 그저 오늘 하루도 흘러가고 내일도 흘러간다면, 다시금 이곳에 올 수 있는 어떤 흐름이 있지 않을까 한다. 당도한 곳에는 필연적인 무언가가 있겠지만, 우연을 붙잡아야 인연이 되고 인연은 필연을 만들 듯 자연스러움을 거스르지 않는다면 필연적인 결과로 인해 어딘가에 당도할 수 있지 않을까. 그곳이 어디일지는 내가 우연을 붙잡아 채로 자연히 흘러가봐야 알 것 같다.
밤에는 화려한 축제의 도시, 낮에는 대자연이 숨 쉬는 도시. 미국, 도대체 뭐 하는 나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