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 Day 49 - 페루 와라즈
오늘은 대망의 69 호수를 가는 날이었다. 와라즈 하면 크게 파론과 69 호수 두 개를 많이 다녔다가 오는데, 파론 호수와 비교하면 69 호수는 꽤나 난이도가 높은 트래킹 코스라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러다가 죽겠다 싶을 정도에 믿을 수 없는 풍경에 힘듦을 싹 잊게 해주는 정도라고 하는데, 사실 겁이 조금 났다. 다들 너무나도 힘들었다는 이야기만 주구장창 했는데 그럼에도 가는 이유는 이렇게도 힘들었지만 펼쳐진 풍경과 가면서 보이는 트래킹 코스의 경관은 너무나도 감탄만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 저들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까! 꽤나 호기로운 마음에 투어를 예약했다.
호수 앞까지 가는 파론 호수에 비해 트래킹을 하는 시간이 있어서인가, 새벽 5시에 픽업이 시작되었다. 전 날과 같이 방에서 기다리면 나를 픽업해 주러 찾아와 주었다. 전 날 일찍 잔다고 했지만 와라즈에서 리마로 다시 넘어가는 일정과 숙박을 예약하느라 조금 늦게 잔 게 화근이었는지 일어나도 정신이 몽롱했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차에 올라타서 다른 픽업지를 경유하기 위해 동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창문에 기대 거의 반쯤 잠에 든 상태였는데, 어디선가 낯설지 않은 느낌의 사람이 버스에 올라타려 하고 있었다. 어, 굉장히 한국 사람 같은데?라고 느껴졌다. 일단은 서로 보지 못한 상태로 버스가 출발했기에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차에서 단잠에 빠졌다.
7시 즈음되니 아침을 먹는 식당에 도착을 했다. 하지만 나는 아침을 챙겨 왔기에 버스에서 사과와 빵을 간단하게 먹고 다시 잠을 청했다. 좋은 컨디션으로 꼭 정상을 찍으리란 일념하에 나 혼자만의 준비를 단단히 시작했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먹고 산길을 초입을 올라가니 8시 즈음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을 했다. 여행객 기준 인당 입장료 30 솔(11,000원 정도)을 내고 산 길을 한 시간을 내지 달렸던 것 같다. 전 날의 파론 호수처럼 끝없는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가고 아슬아슬한 산길을 오르다 보니 69 호수 가기 전 다른 호수에 들러 10분여 정도 구경을 하기로 했다. 여느 때처럼 필름 카메라를 딱 꺼내서 찍어보려고 하는데 찍히질 않는다! 타이머도 설정이 안 되어 있고 렌즈도 확실히 열었는데 고장 났나 생각을 했는데, 생각해 보니 건전지 교체 시기가 다 된 것이다. 전용 건전지는 시중에 잘 팔지 않아서 AA를 들고 다녔어야 했는데, 안일하게 다녔다가 중요한 날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뭐 어찌하겠는가. 당장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이니 받아들였다. 정 아쉬우면 핸드폰으로 찍고 나중에 필름처럼 보정하면 되지!라는 말로 나를 달래며 다시 69 호수 트래킹 코스로 이동을 했다.
드디어 도착한 69 호수 트래킹 코스 시작점! 약 7km를 걸어야 하며, 높이로는 약 4,000m에서 시작해 600m 정도를 올라가면 된다고 한다. 벌써 시작점부터 숨을 조금만 크게 쉬어도 숨이 차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결의를 다지고 있다가 아침에 본 한국 사람 같은 느낌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다가가서 냉큼 ‘혹시 한국인이세요?’라고 물었고 그녀는 너무 반갑다는 듯이 맞다며 엄청난 텐션을 보여주셨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를 거쳐 페루에 막 왔다는 진 누나는 자기 혼자 스페인어를 못 알아들어서 외로웠는데 잘 됐다며 굉장히 기뻐했다. 물론 나도 오랜만에 한국인 동행을 만나서 상당히 기쁜 상태였다. 그렇게 우리는 투어에서 우연히 만나 트래킹을 같이 시작을 했다. 어느 여행자들의 대화처럼 어쩌다 남미에 오게 된 것인지, 앞으로의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와 겹치는 일정들이 꽤 있어서 맞는 곳까지는 같이 다니기로 했다. 혼자 심심했는데 잘 됐다!
조금만 이야기를 해도 숨이 차는 높은 고도 위에서 대화는 30분이 넘지를 못했다. 점점 시간이 가니 거친 숨소리와 함께 심호흡하는 소리만 들렸다. 중간중간 간단한 이야기를 했지만, 아마 나도 누나도 숨이 부족한 느낌 때문에 꽤나 힘들어했다. 고산병 약을 먹어서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안 좋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숨차는 증상은 올라가는 내내 계속되었다. 별로 가파르지도 않은 오르막의 평지도 숨이 차기 시작했으니 오르막길에서는 거의 죽음이었다. 파론 호수처럼 가파른 길은 아니었으나 꽤나 긴 시간의 트래킹이어서 그런지 중간중간 쉬어 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보이는 트래킹 코스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저 멀리 빙하수가 녹아 내려오는 폭포를 따라 한쪽에는 물이 흘러내려가고, 드넓은 평지는 보라색 꽃이 피었다. 그리고 풀을 뜯어먹는 소와 당나귀, 말들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곁에 녹아져 있었다. 멀리 서는 거대한 설산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가파른 절벽은 우리를 품고 있는 듯했다. 길이 험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 비해 숨이 많이 차서 그런지 조금 쉬면 금세 괜찮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조금만 걸어도 다시 숨이 차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린 서로 말을 잃어가는 상황에서도 힘을 북돋아주며 1시간 30분가량을 꾸준히 올라갔다. 그러다가 보이는 69 호수에 가기 전 작은 호수에 도착을 했다. 언덕을 넘자 보이는 그 호수와 설산의 조화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설산 밑에 보이는 호수의 풍경은 감탄이 저절로 나오게 했다. 이런 풍경조차 메인이 아니라니! 대체 69 호수는 얼마나 예쁘다는 건지 기대가 되었다. 몇몇의 사람들은 거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우린 69 호수까지 빠르게 도달하고 거기서 풍경 보며 쉬자는 다짐과 함께 간단한 사진 몇 장만 찍은 채로 바로 이동을 했다.
꽤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호수를 지나치면 다시 한라산 정상의 분화구처럼 넓은 평지와 함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인다. 숨이 찬 와중에도 우리는 ‘이야’, ‘와’ 등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과 글로는 채 담기지 않는, 오로지 아름답게 펼쳐진 풍경이 눈으로만 담기고 피부로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과 따듯한 햇살의 조화는 우리의 트래킹을 응원이라도 하듯 힘을 내게 만들어주었다. 그래, 할 수 있다. 힘이 들 때는 고개를 들어 이 풍경에 힘을 얻어 가보는 거야! 점점 저 멀리 있던 설산이 다가오듯 그 유명한 마의 30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아, 여기는구나’라고 느껴지는 코스가 보인다. 산 하나를 넘어서는 듯한 지그재그 코스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딱 죽기 직전에 끝난다고 하는데, 과연 난 죽지 않고 도착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진짜 이 구간은 말도 안 되게 힘들었다. 숨은 계속 차서 땅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자갈과 바위가 가득인 길에 넘어지지 않도록 긴장을 하며, 허벅지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점점 정신줄을 놓을 때쯤 지나온 길에 펼쳐진 풍경을 다시 한번 보고 힘을 얻고 다시 걷는다. 실제로 30분 정도 걸었지만 체감상 2시간은 걸렸던 것 같다. 올라가면서 ‘이게 맞나?’, ‘이렇게 까지 해서 봐야 하는 건가?’, ‘다시는 못 할 것 같은데 ‘라는 의심과 불신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마 여행 중에 가장 힘들었던 30분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중간에 쉬고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했다. 아마 체력도 체력이지만 고지대에 적응을 하지 못한 우리의 육체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일반 등산과 고지대의 등산은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양발엔 족쇄와 함께 KF94 마스크를 꽉 조여매고 등산을 하는 느낌이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셔도 폐까지 안 오고 목에서 끊기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30분 즈음 지나니 앞에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저 마지막 언덕을 넘으면 호수가 보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 액션캠을 들었다. 누나에겐 우리 저 언덕을 넘어섰는데도 코스가 더 있다면 인간적으로 10분은 쉬다 가자고 약속을 한다. 그렇게 속으로 저곳이 마지막 언덕이길 바라며 손을 싹싹 빌며 기도를 했다. 그렇게 언덕을 올라가니 더 이상 오르막길은 나오지 않지만 호수는 보이지 않았다. 어?라고 당황을 하자 누나는 거짓말하지 말라며 이럴 순 없다고 절망을 했다. 뭔가 모퉁이를 틀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렇게 액션캠을 한 손에 쥐고 모퉁이를 도니 말도 안 되는 풍경이 펼쳐졌다. 와! 감탄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누나 여기 맞아! 다 왔어!
모퉁이를 도니 보이는 푸른색의 호수, 그리고 바로 위에 있는 듯한 거대한 설산이 하나의 시야각에 잡히는 장관이 펼쳐진다. 호수에 다가갈수록 점점 커지는 푸른 물결은 심장을 뛰게 했다. 가는 내내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장엄한 설산, 그 밑엔 경이롭게 깎여있는 가파른 절벽, 그리고 아래엔 세상에서 본 물 색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청량한 푸른색의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그렇게 감탄이 멈추지 않다가 호수 전체가 보일 때는 말을 더 뱉을 수 없었다. 정말 말이 막히고 숨이 턱 막히는 풍경이었다. 드높이 웅장하게 자리 잡은 설산은 드문드문 보이는 암석들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우리는 도착을 해서도 앉지 못하고 가만히 서서 자연이 주는 압도감을 온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보고 있는 이 풍경이 내 눈앞에 실제로 펼쳐진 풍경이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컨데, 이 풍경은 내가 살면서 잊지 못할 풍경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내 눈앞에 펼쳐진 이 풍경은 힘듦이 모두 씻겨 내려가듯 괜히 마음마저 고요해졌다. 그리고 이내 두근거렸다. 저 거대한 설산이 나를 내려다보는 느낌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햇살에 비친 설산은 마치 빛나듯 웅장한 형태로 존재했다. 그 밑에는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물들이 모인 69번째 호수, 69 호수가 있었다.
이 호수의 물색을 어찌 표현하면 좋을까. 투명한 물이었다가 점차 에메랄드 빛으로 변하더니 ‘청량하다’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푸른색. 파란색이 아닌 푸른색! 신이 머문다면 이런 물에서 머물지 않을까 하는 보고도 믿기지 않는 푸른색이다. 영롱하게 일렁이는 물결과 그 위에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흩날리는 윤슬. 정말 아름답고 푸른 69 호수. 파워에이드 색 같기도 하고, 바하마의 국기 색 같기도 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처럼 아름다운 물색은 흔치 않을 것이라는 것.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물색은 경이로운 빙하가 느껴지듯 물색마저도 경이롭게 느껴진다. 어쩌면 빙하를 찾는 낭만스러운 여행을 떠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이 맛에 빙하를 보러 떠나는구나, 그 힘든 피츠로이도 등반을 하고, 쉽지 않은 빙하 트래킹을 다니는 거구나. 모든 게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도착해서 우리는 몇 분간을 자연이 내뿜는 풍경에 잠시 경직되어 그저 바라보았다. 빠질 수 없는 인증샷을 남기고 액션캠과 핸드폰 카메라 등으로 다양하게 찍었다. 드론을 날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내가 이번 여행에 나오면서 아쉬운 것은 드론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다. 한국처럼 드론 비행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날릴 수 있는 곳들이 많았고 큰 제재도 없었다. 다음 여행엔 꼭 드론을 가져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우리가 다짐했던 것처럼 일찍 도착한 덕분에 더 많은 시간을 호수 앞에서 보낼 수 있었다. 거의 한 시간가량을 있었음에도 이대로 떠나기엔 너무 아쉬운 곳이었다. 정말 와 보아야 느껴질 이 감정은 경외감의 느낌이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자연에 경이로움을 느끼다가도 한편으로는 너무 웅장해서 두렵기까지도 하는 장관 그 자체였다. 아마 이 호수를 보고 이 느낌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만큼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떠나는 마지막까지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어서 떠나는 발걸음을 망설이게 됐다. 이곳은 다시 올 법한 곳이야!라는 내 의심과 불신을 다 날려버린 풍경을 봤음에 감사하며 아쉬운 마음을 챙겨서 하산을 했다. 정말 미치도록 아름다운 곳이었다.
굉장히 고지대인 호수에 오래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속이 안 좋을 수도 있다 했는데, 정말 내려갈 때 머리가 저릿저릿한 게 아프기 시작했다. 약 효과가 떨어져 가는 것인지 아니면 고지대 쪽에 오래 있어서 그런 건지 나뿐만 아니라 같이 간 누나도 두통을 호소했다. 그래도 나는 어제 호수를 갔다 온 것 때문인지 그리 심하지는 않았지만, 누나는 거의 눈이 풀릴 정도로 정신이 없는 듯 보였다. 남들보다 더디게 갈 수밖에 없던 우리는 중간중간 길을 비켜주며 무리하지 말고 우리 템포로 내려가자고 했다. 하산할 땐 싱글벙글일 줄 알았다던 누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쉬면서 내려갔다. 물론 집결 시간에 맞춰야 했기에 그리 긴 시간들을 쉬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중간중간 보였던 아름다운 풍경들은 조금 숨통을 트게 해 주었다.
그렇게 조금 뒤처진 상태로 내려가는데 풀숲에서 스페인의 황소처럼 뿔이 매섭게 달린 소가 나타났다. 어라? 하며 대치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공격성을 띄진 않았지만 느닷없이 하산길에 만난 검은 소는 꽤나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뒤에 따라오던 누나도 엥? 하며 잠깐의 정적이 지난 후에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소를 지나쳐 하산을 하는데, 우리 외에 발걸음 소리가 들려 길을 비켜주려고 한편에 서서 뒤를 돌아보는데 사람이 아니고 아까 그 소였다. 정신이 없던 누나는 눈치채지 못하고 내가 말해줘서야 그때 알아차렸다. 우리가 멈추니 그 소도 멈췄다. 우리가 걷기 시작하니 그 소도 우리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 맑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더니 우리의 발걸음에 맞춰서 같이 내려갔다. 내가 살다 살다 소랑 같이 하산을 할 줄이야. 우리의 발걸음 템포에 맞춰 같이 내려오는 게 웃음 포인트였다. ‘누나, 우리 지금 소랑 같이 하산하고 있는데 이거 맞는 거야?’라는 물음에 서로 당황스러움과 뜻밖의 경험에 감사하며 웃으면서 내려왔다. 소야, 너 덕에 조금은 덜 아프게 내려간다.
그렇게 2시간 30분 정도 천천히 하산을 하니 우리 첫 시작 지점에 도착을 했다. 이 길이 맞는가에 대한 의구심은 들었지만, 어찌 되었건 다치지 않고 완주에 성공을 했다. 이 69 호수를 드디어 정복을 했다는 정복감과 아름다운 풍경을 봤다는 뿌듯함, 뜬금없는 소와의 하산 동행 추억에 관한 재미와, 나 혼자가 아닌 동행이 있었기에 완주를 했다는 누나에게 감사함도 들었다. 알고 보니 우린 꽤나 일찍 내려온 편이었고 우리 뒤에 많은 일행들이 뒤이어 내려왔다. 조금 더 천천히 내려와도 됐을 뻔했다. 버스에 타니 긴장감도 같이 풀어져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기절한 듯 잠을 자면서 왔다.
우린 숙소 근처에 내려서 내일 같이 리마로 가기로 해서 일정을 맞출 겸 숙소가 어딘지 물어봤는데, 이거 위치가 낯이 굉장히 익는데? 그러더니 누나가 ‘우리 같은 숙소인 거 같은데?’ 알고 보니 우리는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었다. 서로 신기해하면서 한참을 웃었다. 나는 숙소 통해서 투어를 예약했기에 편하게 픽업도 왔는데, 이 누나는 몰라서 투어사를 직접 갔다고 한다. 그래서 이른 시간에 한참을 기다리며 투어 버스를 탔던 것인데 알고 보니 우린 같은 날, 같은 투어를 한 것도 모자라 같은 숙소에 있었던 것이었다. 그제야 카운터에 켜진 한국어 번역기가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어쩜 이런 우연이 있는지. 너무도 신기했던 하루였다. 신기한 인연과 말도 안 되는 풍경들, 그에 비례한 피곤함까지. 모든 고난의 끝엔 달콤한 보상이 따라오듯, 오늘의 트래킹은 고되었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좋은 인연을 만난 것 같아 오늘 하루가 보람찼다. 서사구조가 완벽한 하루였다. 와라즈야 내가 꼭 다시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