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혼자가 아닌 리마, 다시 만나서 반가워!

6/22 Day 51 - 페루 리마

by Seanly

와라즈 고산 지대에 대한 적응과 트래킹, 그리고 10시간의 장기간 버스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리마에서는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나는 리마에 다시 머무는 것이었고, 누나는 공항에 내려 바로 와라즈로 온 탓에 리마는 첫 대면인 상태였다. 우린 도착한 날엔 쉬기로 하고 다음 날 오후부터 같이 움직이기로 예정을 했다. 그리고 나는 24일에, 누나는 동행과 만나 25일에 이카로 넘어가기로 하고 혼자였던 첫 리마와 달리 돌아온 리마엔 동행과 함께 움직이는 색다른 경험을 기대했다.


와라즈에서 리마로 도착하자마자 거진 24시간 공복이었던 우리는 허겁지겁 음식점이 모여있는 푸드코트 같은 곳으로 달려가 쭉 둘러보았다. 나는 오니기리와 가라야케동을 누나는 해산물 포케를 주문해서 왔다. 데리야끼동을 먹으려 했으나 주문 실수로 가라야케가 나왔지만 개의치 않고 바로 흡입을 시작했다. 따듯하고 날리는 밥이 아닌 묵직한 밥을 한 입 먹으니 광대가 저절로 승천을 했다. 가라야케에 간장을 살짝 찍어서 다시 한번 따듯한 밥과 먹다가, 살짝 질릴 때쯤 미소 오니기리로 맛을 달리 해주었다. 우리는 그저 배고프단 말만 연신 하다가, 음식이 나오니 말 한마디 없이 밥에만 집중을 했다. 배부른 기분이 드니 이제야 여유가 생겼고 우린 대화를 나눴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근처 마트에 들러서 물과 아이스크림 한 통을 샀다. 그리고는 케네디 파크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외롭지 않은 리마의 밤을 즐겼다.


다음 날 누나는 아침에 커피를 마실 겸 고양이를 볼 겸 케네디 파크(고양이 공원이라고 불릴 만큼 고양이들이 많고 관리를 하고 있다.)를 갔고 나는 오랜만에 늦장을 부리며 푹 잠을 잤다. 우리의 점심은 <꽃보다 청춘 - 페루편>에도 나왔던 라 루차 가게의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다. 직원 분의 추천과 함께 간판에 대문짝만 하게 사진 찍힌 샌드위치 + 감자튀김 + 치차 주스로 두 개 시켰다. 두근거리는 기다림이 지나고 음식이 나왔다. 감자튀김은 껍질을 벗기지 않고 큼지막하게 잘라서 튀겼더니 껍질 덕분에 겉은 바삭하고 씹는 식감은 더 좋아진 감자튀김이 완성되었다. 주 메뉴는 뒤로 하고 감자튀김에 감탄하면서 먹었다. 치차주스는 처음 먹어보는 묘한 맛이었다. 포도주스 같이 생긴 색과는 달리 땅에서 자란 곡물의 맛인데 고소한 것도 아닌 향이 강한 꽃의 줄기를 먹는 느낌이랄까. 내 입맛엔 괜찮았지만 누나는 아닌 듯했다. 그리고 대망의 샌드위치! 고기를 수육처럼 삶았는지 부들부들하고 연한 고기였다. 거기에 향이 가득한 양파와 소스, 그리고 고소한 빵의 조합은 최고였다. 리마 물가치곤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나름 만족을 했다. 크기가 조금만 더 컸으면 좋았겠지만 이것 또한 맛있었기에 드는 생각이겠거니 하고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바랑꼬를 갈 겸 라르코마르 쇼핑몰을 들렀는데, 이때 아버지의 날로 인해 할인 행사를 해서 내 눈이 돌아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H&M에서 골지 재질의 두툼한 셔츠가 눈에 꽂히더니, CK가 40% 행사를 한다는 것에 홀린 듯이 들어가 버렸다. 모든 제품들이 30~40% 정도 할인 하고 있었는데, 여행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두툼한 아우터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절대 배낭에 들어가지 않을 부피지만 들고 타면 되지 않을까?, 이제 볼리비아나 만약 엘 찰텐 쪽으로 내려가면 추울 텐데 필요하지 않을까? 하며 자기 합리화가 들기 시작한 것이다. 맨투맨도 마음에 들고, 후드도 마음에 들고, 배낭 넣는 것에 문제가 없었다면 엄청난 지름신이 강림했을 정도로 눈이 돌아버린 것이다. 그래도 정신을 붙들고 타협을 한 결과 H&M에서 셔츠, CK에서 맨투맨 하나만 구매를 했다. 그래 짐 싸는 건 미래에 나에게 맡기고 지금을 즐기자! 쇼핑백만 봐도 즐거워지는 걸 보니 현명한 소비가 맞다!


우린 다시 원래 목적지인 바랑꼬로 향했다. 길거리와 벽화들을 보여줄 겸, 추천받은 젤라또 집으로 가기 위해였다. 내가 바랑꼬에 처음 온 날은 날이 맑고 해가 비춰서 상당히 예뻤지만, 회색의 도시 타이틀답게 흐린 날씨 덕에 큰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젤라또는 우릴 배반하지 않았다. Kukulucho 라는 가게였는데 젤라또 2 스쿱에 15 솔(약 5,000원 정도) 였는데 15 솔이 가져다준 엄청난 행복은 가성비가 넘쳤다. 우린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젤라또를 향해 여러 번을 삿대질을 했다. 나는 우유&초콜릿칩과 브라우니&스낵 젤라또를 누나는 레몬 샤벳과 딸기 요거트 맛을 골라 먹었는데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젤라또였다.


그렇게 바랑꼬와 라르코마르, 미라플로리스 중심가 등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호스텔 앞 마트에 와인 안주가 저렴하게 파는 것을 발견했던 누나는 와인 사서 호스텔에서 먹자고 제안했고, 그러면 식당에서 밥 먹고 가는 게 아닌 간단하게 해 먹는 걸로 결정을 했다. 앞에 마트에 가서 치즈, 소시지, 올리브가 들어있는 안주와 느낌이 꽂힌 와인 한 병, 그리고 저렴하게 파는 소고기를 사 왔다. 호스텔에 들어가 허겁지겁 조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은, 해외 고기들은 핏기를 제거하지 않은 정말 생고기였던 것이다. 안일하게 생각하고 키친 타올로 간단하게 핏기만 제거해서 구웠는데, 핏기가 제대로 빠지지 않아 비린 맛이 나는 것이다. 게다가 올리브유도 없어서 제대로 굽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경험이자 추억이라며 우린 꽤나 맛있게 먹었다. 이걸로 교훈 한 번 얻었다, 오히려 좋아! 를 시전 한 우리는 와인을 따서 소고기와 함께 먹었다. 물론 와인도 와인보다는 포도 주스에 가까운 달고 가벼운 와인이었지만, 어쩌면 이 엉망진창인 우리의 저녁이 더 기억에 남을 듯했다. 완벽하지 않기에 우린 여행 중에 성장을 하는 것이고, 미숙하기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일 테니까. 그날 내가 자메이카와의 얽힌 대서사시와 하고 있는 일에 관한 이야기 등 꽤나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거의 모든 날들을 혼자 다니고, 저녁에 술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어서 외롭던 나였지만 이렇게 다시 찾아온 리마엔 귀한 인연과 함께 밤늦게 공원도 다니고 혼잣말이 아닌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어떻게 좋은지 무엇이 좋은지를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큰 감사를 느끼는 날이었다. 혼자 여행에 장점도 있지만 때때로 동행과의 여행도 좋은 기억을 심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