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질주하는 버기와 샌드 보드, 와카치나의 명물

6/25 Day 54 - 페루 와카치나

by Seanly

어젯밤 나는 이카에 먼저 넘어와 와카치나에서 하루를 보냈다. 조식 막바지 시간에 맞춰 느지막이 일어났다. 조식이 포함되어 있는 호스텔이어서 식당으로 나가 팬케이크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기대보다 더 풍족하게 나온 조식! 팬케이크 세 장과 파인애플, 멜론과 딸기 한 조각이 플레이팅 되어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빠질 수 없는 메이플 시럽과 흑설탕도 비치되어 있었다. 뜨거운 커피에 핫케이크를 먹고 있으니 외국에 온 느낌이 물씬 든다. 한국에서도 핫 케이크 믹스를 사서 종종 해 먹는데도, 왜 핫 케이크만 먹으면 외국 조식의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여유롭게 한 시간 가량 조식을 먹고 투어 상품들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우선 세 가지를 예정 중인데 하나는 와카치나 사막을 버기로 질주하고, 샌드 보딩과 함께 선셋을 볼 수 있는 투어. 또 다른 하나는 가난한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바예스타섬과 사막 옆에 펼쳐진 태평양을 볼 수 있는 파라카스 국립공원, 마지막은 나즈카 문양을 볼 수 있는 경비행기 투어. 총 세 가지가 목표이고, 오늘은 동행들과 함께 와카치나 버기 투어를 할 예정이었다. 참고로 같이 다니던 경진 누나와 원래 누나와 동행 예정 되어있던 우람이형까지 총 셋이서 같이 하기로 했고, 아침 버스를 타서 낮에 도착 예정이었다.


나는 우선 와카치나 호수 일대를 쭉 걸어보았다. 호객꾼들이 많으니 잘 찾아보라는 사람들에 말처럼 몇 보 걷자마자 여러 투어사들이 찾아왔다. 일단 이곳저곳 가격들을 물어보며 부르는 평균 가격을 들어보았다. 우선 저렴하게는 30 솔, 평균 35 솔~40 솔 정도로 버기 투어를 한다고 들었고 나머지는 정보가 없었다. 처음 나를 친구라 부르며 호객하던 사람은 40 솔을 이야기하더니 3명이라고 하니 110 솔에 맞춰준다고 했다. 흠,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일단 알겠다고 하며 앞으로 조금 더 가자 관상부터 마음에 드는 아저씨가 다가와서는 인당 35 솔에 맞춰준다고 했다. 오케이 일단은 일행들 만나서 다시 이야기해본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다시 호스텔로 향했다. 거의 다 왔다는 말에 마중을 나갔는데, 자메이카 풍의 져지를 입고 있으니 저 멀리서도 나를 알아보았는지 먼저 반갑게 인사해 주었다. 거기서 처음 대면한 우람이형과 짧은 인사를 마치고 둘이 배낭을 맡기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배가 고프다는 말에 가보려고 했던 한국인 입맛에 맞는다는 식당 한 곳을 추천해 주며 그곳으로 데려갔다. 물론 나는 조식 같은 점심을 먹었기에 둘이 먹는 동안 파라카스랑 나즈카를 더 찾아보고 오기로 했다. 그렇게 셋이 우선 식당으로 가는데 35 솔을 불렀던 관상 좋은 아저씨가 갑자기 와서 빅 시크릿이라며 인당 30 솔에 해준다고 했다. 은밀하게 악수를 하며 나는 그 아저씨의 사무실로 가고 둘은 밥을 먹으러 갔다.


투어사의 마스터 알프레도를 만나서 오늘의 버기 투어를 우선 가격 확정을 짓고 파라카스랑 나즈카에 대해서 물어봤다. 파라카스는 80 솔, 나즈카는 100달러라고 하고 다른 투어들과 비슷한 가격이긴 했다. 우선 나즈카는 비행기를 타는 거다 보니 깎는 게 한계가 있다고 몇몇 글을 봤었고, 기존 중미에서 하던 투어들에 비해 비교적 비싼 편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서 90달러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파라카스는 오늘 버기까지 예약하면 60 솔에 해주겠다고 했다. 좋다! 일단은 비싸게 주고 가는 건 아니니, 만족하기로 하고 밥 다 먹고 돌아오겠다고 말을 남기고 식당으로 갔다.


둘은 이미 밥을 먹고 있었고, 그제야 제대로 된 인사를 건넸다. 이제 리마에 막 들어온 우람이형은 아시아와 유럽 쪽을 여행 다닌 경험이 있어서 꽤나 여행에 익숙한 듯 보였고 나이 차이는 조금 났지만 왠지 모를 좋은 사람이란 느낌이 확 들었다. 밥을 먹는 동안 앞으로의 일정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8월 1일에 브라질에서 아웃한다는 우람이형과 7월 초에 아르헨티나에서 아웃한다는 경진 누나. 총 세 명이서 같이 다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밥도 다 먹었으니, 이제 체크인 시간 전에 미리 이야기해놓은 투어사로 예약을 하러 갔다. 가격과 프로그램은 동일했고, 이야기를 듣다가 스노보드처럼 샌드 보드가 있는 걸 발견했다. 원래는 썰매처럼 누워서 모래를 내려가는 게 포함이었는데 보드 형으로 타면 20 솔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했다.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고, 투어 때만 타는 게 아니라 원하면 지금부터 장비 가지고 가서 연습해도 된다길래 우린 흔쾌히 승낙했다. 우람이형은 내일 와라즈로 넘어갔다 쿠스코로 올 예정이었기에 오늘의 투어만하고, 나랑 경진누나는 내일 파라카스까지 같이 하기로 했다. 오늘 50 솔, 내일 60 솔로 협의를 보려 했으나, 한 번 슬쩍 떠보았다. “내가 파라카스 한 명 더 데려왔으니까 (원래 나만 하는 걸로 이야기를 했다.) 깔끔하게 100 솔씩 어때!” 웃으며 한참을 고민하던 알프레도는 승낙을 하고 나는 한 투어사에서 버기(버기+샌드 보드+선셋)와 파라카스(바예스타 섬+파라카스 국립공원), 그리고 나즈카(왕복 버스 및 비행기 탑승)까지 100 솔과 90달러에 체결! 경진누나는 100 솔, 우람이형은 50 솔에 아주 만족스러운 협상을 이뤄냈다. 결제까지 마치고 보드용 신발을 구해오실 동안 호스텔 체크인을 하고, 사막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다시 오기로 했다.


사막에서 놀 준비를 마치고 우린 투어사로 가서 보드용 신발을 신었다. 사이즈에 맞게 신발을 신고 보드 하나씩 들고서 와카치나 사막에 입성을 했다. 하지만 사막에서의 등반을 만만히 보았던가, 보드를 타려면 언덕으로 가야 했고 보드와 발목이 접히지 않는 묵직한 신발을 신고서 모래 언덕을 올라가려니 죽을 맛이었다. 신나게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생각에 아찔했다. 하지만 올라가는 건 미래의 내가 할 일! 지금의 나는 보드 타는데 즐겨보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스노보드도 타본 적 없는 초짜이기에 적당한 코스에서 하고 싶었지만 여긴 그런 곳은 없었다. 첫 단추부터 야생에 던져진 나는 몸으로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무사히 타기도 하고, 균형을 못 잡아서 두 바퀴정도 모래에서 구르기도 했다. 모래라서 아프진 않았지만, 아마도 내일 근육통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린 와카치나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보드도 몇 번이고 타면서 버기 투어 시작인 4시 10분까지 보드를 즐겼다.


그리고 4시 10분! 우린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하기 위해 버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알프레도를 만나 버기 드라이버의 차에 올라탔다. 맨 앞에 타고 싶었지만, 이미 선점을 당해서 우린 어쩔 수 없이 맨 뒤로 탔다. 그리고 버기가 출발하는데, 역시! 다들 엄청 재밌었다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사막을 질주를 하고 모래 언덕을 넘고 롤러코스터처럼 떨어지기도 하고 가파르게 돌기도 했다. 혼자였으면 신난다! 정도였을 텐데 동행들과 같이 있으니 소리도 지르며 버기를 더 재미있게 탈 수 있었다. 구덩이와 언덕, 질주와 함께 곡예 버기 운전으로 놀이기구를 30분 정도 타니 샌드보드 위치에 도착을 했다.


우리는 보드를 다른 사람들은 썰매처럼 엎드려서 타는 걸 탔는데, 보드가 우리 밖에 없어서 꽤나 이목을 샀다. 하지만,, 우린 초보인 걸. 꽤나 요란법석하게 탔고 그 덕분에 우린 광대와 같은 엔터테이너로 보였을 것이다. 투어 하나하나를 꽤나 열정적으로 다녔는데, 버기도 신나게 즐기고, 보딩도 요란하게 즐기고, 사진도 진심을 다 해서 찍다 보니 우리를 찍어주고 영상과 사진들을 보내주던 감사한 사람들도 많았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기에 생겨났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즐거움과 용기들, 그리고 이 순간을 같이 공감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제일 큰 감동이었다.


혼자 꽤나 여행을 오래 다녔던 탓일까, ‘함께’라는 의미가 주는 감동은 나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 함께 웃을 수 있고, 함께 헤쳐나갈 수 있고, 함께 이 순간에 느낀 감정들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동질감. 공통된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건 머나먼 타지에서 느낄 수 있는 온기이고 외롭지 않게 하는 기분 좋은 설렘들이었다.


마지막 선셋을 볼 때는 우리 모두 차분해져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는데, 이 평온함도 너무나 기억에 남는다. 각각의 온도에서도 어색하지 않고 각자만의 시간을 보낼 줄 알다가도, 뜨거워질 때는 또 같이 뜨거워지는. 이 각자의 온전함에서 나오는 한 사람의 단단함들이 엿보였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되 의존하지 않고, 도움을 받되 바라지만은 않는 각자 스스로의 온전함이 느껴졌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같이 여행을 하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혼자 여행할 때의 장점은 물론 뚜렷하다. 자유롭게 일정을 다닐 수 있으며, 하루를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워 넣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숙소, 식사, 투어 등등. 오로지 나를 위한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여러 사람들과 만났다가 헤어질 수 있다. 혼자이기에 동행을 하기에 편하고, 투어에서 만난 사람들 혹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더욱 친해지고 또 가볍게 안녕을 바라며 헤어질 수도 있다는 유동성도 참 좋은 것 같다. 혼자 온 이 여행을 후회한 적은 없을 만큼 혼자이기에 좋은 여행의 순간들이 많다.


그에 반대로 동행이 있을 때는 용기가 나서 망설였을 것을 해보고, 동행을 따라가다 보면 나 혼자였으면 경험하지 못할 순간들도 많다. 그리고 가장 큰 것은 지금 이 순간을 같이 이야기 할 수 있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나 혼자만의 추억이 아니란 것. 나는 혼자일 때 혼자일 수 있고, 함께일 때 함께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최고라 생각하고, 또 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인복이 많다던 누군가의 말마따나 나는 참 인복이 많은 행운아라 자부한다. 앞으로의 여정에서 다양하고 좋은 수많은 사람들과 발걸음을 같이 찍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