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X, 드디어 마음 편히 밥 먹어요!

5/9 여행 Day 7 - 멕시코 멕시코시티(CDMX)

by Seanly

오늘은 10시 즈음 느지막이 일어나 게으름을 부리다 11시 정도에 나갔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11시부터 영업을 하는 것으로 보아 다들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았다. 나 또한 멕시코에 왔으면 멕시코 문화를 따라야지 라는 핑계와 함께 여유롭게 밖을 나섰다. 새우 타코로 유명한 곳으로 먼저 발걸음을 향했다. 숙소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였지만, 그 근처 차풀테펙성과 독립기념비를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 진행했다.


여행지에 오면 보통 많이 걸어 다니는 편인데, 바쁘게 지나가면 보이지 않는 나라만의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골목과 그 벽들의 질감, 도로의 교통체증, 건물들의 색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들과 상인들의 시선들까지. 차로는 느끼기 어려운 조그마한 요소들은 여행의 묘미를 더한다.


그렇게 30분 정도 걸어 타코 집에 도착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영문 메뉴판이 있었고 새우타코 하나와 새우+치즈말이 타코, 그리고 코로나 맥주까지 시켜 테라스에 앉아 분위기를 즐겼다. 미국에선 수제 버거집은 버거 하나만 해도 15,000원 가까운 돈이었고, 체인점들도 세트 하나 시키면 15,000~20,000원 했기에 항상 손이 덜덜 떨리면서 먹었는데 그에 비하면 여기 타코는 너무 저렴한 가격이었다. 물론 코로나 이후로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타코 하나에 52페소 (3,500원 정도) 맥주는 55페소 (3,700원 정도) 했고 만원 가까운 돈으로 배불리 배를 채웠다.


음식 맛은 역시 유명한 새우타코여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새우튀김에 고추를 넣었는지 살짝 매콤하면서도 기름진 또띠아의 맛과 양파와 토마토의 시원하고 단 조화는 멕시코에 온 것을 감사하게 여길 만큼 조화로웠다. 입이 기름질 때는 맥주를 마셔주면 깔끔해졌다. 그러고선 고개를 살짝 들면 멕시코의 거리를 볼 수 있었다.


이게 행복이고! 이게 여행이지!라는 기쁨과 함께 팁을 두고 계산을 하려고 가방을 연 순간 아찔했다. 어라. 나의 지갑이 어디 갔지. 아뿔싸, 어제 달러랑 페소랑 정리한다고 책상에 꺼내두고선 챙기지 않고 나온 것이다. 고로 나는 카드도 현금도 없는 빈털터리 상태인 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덜렁이는 것일까. 잠깐의 자책을 하고선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이체가 가능한 지 확인해 볼까? 멕시코는 해외 이체가 가능한 대상이 아니었다. 혹시 내가 비상금을 가방 어딘가에 빼놓진 않았을까? 그럴 리 없었다. 파파고를 급하게 켜서 장황한 편지를 스페인으로 번역을 했다. ‘제가 숙소에 지갑을 두고 와서 가방을 맡겨놓고 숙소를 갔다 오면 안 될까요. 여권도 있어요. 미안해요.‘라는 식의 편지와 한껏 불쌍한 표정으로 카운터로 갔다. 두통을 표현하는 제스처와 함께 보여주면서 사색이 된 표정과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눈으로 바라보며 가방을 드리려고 주섬주섬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처음에는 조금 당황하시며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더니, 살짝 웃으시곤 믿을 테니 갔다 오라고 하셨다. 가방 안 줘도 된다며 주문표만 두고 갔다 오라고 하셨다. 이게 멕시코의 인품인가 하며 감동을 하곤 1시간 내로 오겠다며 말씀을 드리고 우버를 불렀다. 우버와 함께 숙소에 가니 가지런히 내 지갑은 책상 위에 놓여있었고, 멍청 비용을 자책할 틈도 없이 우버를 다시 예약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지갑과 함께 씨익 웃고 들어가니 은은한 미소와 함께 결제를 해주셨다. 그리고 별도의 돈을 드리며 믿음에 대한 감사의 팁이라고 전달을 드리고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서야 가게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올 수 있었다. 사장님.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게에서 나오자 살짝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흐리다가 맑다가 여러 차례 반복하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다들 가벼운 비 정도는 맞으면서 다니고 있었다. 나도 바람막이의 지퍼를 올리고 모자를 얹은 후에 비를 맞으며 차풀테펙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히려 적당히 비가 내리니 날이 선선해져서 기분이 더 좋았다. 멕시코시티가 좋았던 점은 도시가 자연친화적이라는 것이다. 도시를 만든 후 자연을 심은 느낌보다는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도시를 만든 것 같았다. 나무 성장 방향을 고려한 도로와 건물들도 있었고, 어딜 가든 나무 그늘이 함께 했다. 초록빛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나무 그늘이 도시와 함께 하고 있었다.


싱그러운 산책로를 걷다 보니 차풀테펙성 앞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90페소 (6,800원 정도)였고, 비디오 장비를 가지고 들어가려면 50페소를 더 내야 했다. 액션캠까지는 별도로 제지하지는 않았지만 우산이나 셀카봉, 삼각대 등 건물에 훼손이 가해질 수 있는 건 맡기고 들어가야 했다. 차풀테펙성은 스페인 지배의 영향으로 바로크 양식으로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긴 시간 동안 멕시코 독립전쟁과 멕시코 - 미국 전쟁 등 역사들의 의미가 담겨 있는 곳이라고 한다. 내부에는 스페인의 역사적 물건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건물의 양식과 건물이 주는 분위기, 그리고 멕시코 시티가 한눈에 보이는 테라스 등 건물 자체에서 감명을 많이 받았다. 사실 스페인어를 읽을 수 없어 전시물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머쓱.


그렇게 2층 테라스에서 멕시코 시티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건물 양식과 성당 창문 같은 장식들을 보면서 사색에 잠겨 있을 때, 학교 단체 단관을 온 건지 학교 교복을 입은 몇몇의 중학생 소녀들이 수줍게 다가와 ’Hola’ 하며 인사를 하고 갔다.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Hola’를 외쳐주었고, 생각해 보니 멕시코에서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었는데, 그래서 동양인 얼굴이 신기했겠구나 싶었다. 그러고 1-2분 정도가 지났을까 선생님 한 분이 다가오셔서 애들이 같이 사진 찍고 싶어 한다고 영어로 이야기해 주셨다. 처음에는 이해를 잘못해 사진 찍어달라고 한 줄 알았는데, 나와 같이 찍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아, 내가 유튜브에서 보며 가장 부러웠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고맙다는 말을 자연스레 건네며, 같이 사진 찍어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딱 그 상황 중 하나인 것이다. 그렇게 사진을 찍는데 대여섯 명 정도의 중학생들이 줄을 서더니 한 두 명씩 같이 사진을 찍었다. 이게 셀럽의 삶인가. 잠시 자아도취를 한 후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Gracias’와 함께 엄지를 날려주곤 아무 일 아닌 듯 다시 산책을 시작했다. 사실 기분이 굉장히 좋아져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머쓱.


차풀테펙성에서 나와 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독립기념비 거리로 향했다. 멕시코 시티에서 가장 높은 건물들이 줄지어져 있었고, 독립기념비를 가운데 두고 길게 도로가 이어져 있었으며 그 주변에는 나무들과 함께 산책로가 가꾸어져 있었다. 독립기념비는 가까이서 보니 더욱이 높아 보였다. 그 근처 스타벅스 테라스에 앉아 커피와 함께 기념비를 바라보며 사람들을 같이 구경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과 산책로에서 대형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사색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참으로 평화로운 곳이었다.


처음 멕시코 치안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고, 생각보다 거친 동네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도 했지만 실상 겪어본 이 도시는 너무도 친절한 사람들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나라였다. 맥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고 데낄라와 함께 옆 사람들과 걱정 없이 웃을 수 있는. 그저 사람 사는 도시였다. 여행이란 그런 것 같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같은 세상에 살고 있었다. 선한 사람이 있으면, 악한 사람이 존재하듯 색안경은 잠깐 벗어두고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서로를 향해 엄지 척과 함께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 있는 넓은 그릇을 갖게 된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 시티는 그저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여유의 도시이다. 겁낼 필요도, 객기를 부릴 필요도 없는 그저 사람 사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