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길 위에서... 미국 동부 보딩스쿨을 가다 #6
#Scene 6
여행, 그것도 여러 지역을 자동차로 이동해야 하는 이른바 '로드 트립'은 예기치 못한 변수가 수시로 끼어든다. 그렇다 보니 식사를 제때 챙기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끼니를 겨우 해결하는 수준이다.
늦은 시간 비까지 내린다. 주변 식당을 검색해 연락하니 문을 닫았거나 곧 닫는다고 한다. 그렇게 찾아 헤매다 영업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았다는 식당에 들어갔다. 일본,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음식을 하는 곳이었다. 주력 메뉴가 없는 곳이다 보니 별 기대 없이 난 무난한 우동을, 아들은 캘리포이나 롤을 골랐다. 뭔가 좀 아쉬운 것 같아 볶음밥도 주문했다. 남기면 포장해 간다는 생각으로..
음식은 별 기대 없이 먹어서인지 나름 괜찮았다. 피클을 좀 달라고 했더니 호떡 같은 단무지를 가져다줬다. (그냥 주는 줄 알았는데.. 계산할 때 보니 단무지가 무려 3달러 ㅠㅠ) 그래도 어렵게 한 끼를 해결해 준 것에 감사를~
델라웨어로 출발하기 전, 스마트폰 앱을 열어 호텔을 예약했다.
네비에 찍으니, 도착시간이 밤 12시로 나온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음악을 듣고 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러고 보니, 아들과 이렇게 단 둘이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동안 그래도 얘기를 자주 나누고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시간을 통해 그동안 미처 몰랐고 인지하지 못했던 아들의 생각과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아들은 지난 넉 달 동안 미국의 낯선 환경에서 홀로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좌충우돌했을 것이다.
외롭고 힘든 순간의 연속이었을 것이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생각도 들었을 거라 여겨진다.
그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버거운 상황에 부닥치게 한 건 아닌지 순간 내 마음도 무거웠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에 좀처럼 접하기 힘든 경험을 했다는 건,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고비와 도전에 맞설 든든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또래 아이들이 좀처럼 가질 수 없는 값진 시간이었고, 부모인 우리도 많은 걸 배우고 깨우치는 소중한 시절을 얻었다고 본다.
아들은 또 그렇게 훌쩍 커 있었다. 처음엔 자신이 적응을 못해서 떠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날 내달리는 차 안에서 아들에게 나지막이 한 얘기를 다시 전하고 싶다. "너가 적응을 못해서가 아니라... 그 학교와 커뮤니티가 너를 품기에는 적합한 곳이 아닌 것 같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시작해 보자" (We're going to back to the start). 녀석은 피곤했는지 잠이 들었다.
밤 12시를 조금 넘겨 하룻밤을 보낼 집에 도착했다. 입구를 찾지 못해 전화를 했더니 여주인이 자다 깬 모습으로 나와 반갑게 맞이해 줬다.
1층 뒷마당으로 통하는 베이스먼트에 있는 방은 깔끔하고 아늑했다. 공간은 주인의 취향과 성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집안을 둘러볼 새도 없이 우린 잠을 재촉했다.
그렇게 어김없이 긴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