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를 생각하는 배려 vs 자랑질 넘치는 한국
이 나라엔 우리 국민 대다수가 쓰는
카0 같은 앱도 없고, 단체 메시지를 관리하는 도구도 딱히 없다.
이렇다 보니 조금 올드한,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이메일로 주로 소통한다.
웬만한 사이트의 아이디도 이메일이다.
이렇다 보니 하루에도 온갖 종류의 이메일이 쏟아져 들어온다.
70% 이상은 광고와 스팸이 차지해 이걸 지우는 데만 한참이 걸린다.
얼마 전 여느 때처럼 이메일을 체크하는데 메일 하나가 한눈에 꽂혔다.
아이가 참여하고 있는 동네 축구리그(비교적 큰 규모) 본부에서 보낸 메일이었다.
"축하합니다. 당신 아들이 이번 시즌 올스타로 선정돼 올스타 토너먼트에서 뛰게 됐습니다"
'축구'라기보다 '놀이'에 가까운 수준에서 올스타까지 뽑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분은 정말 좋았다.
아직은 낯선 환경에서 주눅 들지 않고 미국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운동을 즐기는 녀석이 대견스러웠다.
그런데
이메일을 꼼꼼히 읽어 내려가다가 다음 대목에서 순간 정지 상태
가 됐다. 내용은 이렇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어주길 바랍니다. 올스타에 뽑히지 못한
많은 동료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세요, 부모나 아이 모두 올스타에
대해 주변 분들에게 알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선택된 사람에 대한 축하와 함께 선택받지 못한 이에 대한 따스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무게 중심은 배려에 더 쏠려 있다.
지독한 경쟁은 이 나라도 피할 순 없지만 우리와 다른 점은 패자
를 보듬어주고 일으켜 세워주는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동네방네 자랑하고픈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다.
"올스타가 안된 친구들은 마음이 아플 테니 우리만 축하하자"고
했다. 다행히 아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표정이었다.
마침, 지인 분한테서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이 분의 아들이 최근 유명 글로벌 회사(사과 모양) 인턴쉽 프로그
램에 참여하게 됐는데 이 회사 담당자가 부모에게 쓴 레터에서 이
렇게 말했다고 한다.
"정말 우수한 인재들이 운이 닿질 않아 함께 하지 못했고 많이 힘
들어하고 있습니다. 귀댁 자녀의 인턴쉽 합격을 가족과 가까운
친척 외에는 공유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한국에선 명문대에 들어갔다느니, 돈 많이 주는 회사에 취업했다는 등의 자랑질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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