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모닝에 진심인 아저씨

by 방성환

일요일 아침, 나와 아내는 각자의 이유로 일찍 깼다.


요새 글쓰기 강의를 듣고, 브런치를 하다 보니 온종일 글감이 머릿속에 떠다닌다. 어제저녁에 글쓰기 강의 때 추천해준 책을 읽다가 잤더니 아침에 글감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에 일찍 눈이 떠졌다. 일요일 아침에 하는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나던 초등학생 때와 같은 설렘이다. 떠올랐다 금방 잊히는 글감들이 아쉬워 눈을 뜨자마자 정리하고 있었다.


나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는 편인 아내도 오늘은 웬일인지 일찍 깼다. 우리 집 강아지 콩이를 안고, 내 옆에 앉는다. 콩이는 요즘 사소한 소리에 민감하게 짖는데, 아내는 그게 걱정되었나 보다. 어제저녁에 '짖는 강아지 훈련법'에 대한 유튜브를 보고 자더니, 아침부터 생각이 났단다. 훈련법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산책이라고 한다. 산책을 많이 시켜줘서 힘을 좀 빼줘야 집에서도 덜 짖는다는 내용을 보고 아내는 저녁에 하던 산책을 아침저녁으로 하겠다는 각오로 일어난 것이다. 눈뜨자마자 산책을 나가기에 나도 따라나섰다.


7시 반이었다.





어제 비가 온 뒤라 다행히 맑았다. 건물들이 오밀조밀하지 않은 곳으로 걸었더니 그늘 하나 없이 햇살이 비춰주었다. 비 갠 아침의 쨍한 하늘과 따뜻한 느낌, 이른 아침의 가벼운 산책, 부족한 게 없는 하루의 시작이다. 아내와 글 쓰는 모임, 강아지 훈련법, 산책하는 아주머니들에 대한 이야기 등 자잘한 이야기들을 하며 걸었다.


집으로 돌아가려 하니, 머리는 자동 연상작용으로 '아침밥은 뭘 먹나'가 떠올랐다. 급격한 현실 전환 모드다. 상쾌한 기분을 위한 음식이 떠올랐다. 맥모닝이다.


나에게 맥모닝은 특별하다. 맥모닝을 먹으면 설렌다. 맥모닝에 대한 기억은 '어디론가 여행을 가던 차 안'으로 연결된다. 새벽에 출발하는 여행에서, 집에서 먹고 가기 귀찮으니 맥도널드로 들어가서 맥모닝 세트를 사서 운전을 하며 먹었다. 최근에는 아침에 한강에 피크닉을 갈 때 맥모닝을 사 간다. 나에게 맥모닝은 떠나는 날, 설렘과 연결되어 있다.


1년 전, 2년 전에 한강에서 먹었던 맥모닝들

늦은 시간의 맥모닝은 감흥이 없다. 마지노선은 9시인 것 같다. 10시의 맥모닝은 별로다. 왠지 더부룩하다. 먹고 나면 점심을 금방 먹어야 할 것 같은 찝찝함이 따라온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시간도 완벽했다. 늦지 않은 시간이었고, 햇살 아래 즐겼던 소소한 평화로움이 연장되었다.




언젠가 책에서 열심히 노력한 자신에게 소소한 보상을 하라는 내용을 보았다. 큰 목표를 잘게 나누어서 단기 목표를 세운 뒤 단기 목표를 성공할 때마다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라는 것이다. 비싸지 않지만 좋아하는 팔찌나 액세서리 같은 것이다. 당시 나는 책 10권 읽을 때마다 맥모닝 사 먹기를 선물로 생각했을 정도로 맥모닝에 진심이다.


아내와 맥모닝을 먹으면서 나의 '맥모닝론'을 이야기했더니 아내는 반대이다. 교환학생 때 돈 없을 때 먹었던 맥모닝의 퍽퍽함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것도 추운 겨울에 먹던 맥모닝과 사이다의 조합은 참을 수 없다고 한다. 그때는 커피를 먹지 않았는데, 요새는 커피와 같이 먹으니 다행히 새로운 조합이 생겼다고 한다. 똑같은 음식도 어떤 기억과 감정이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라 천지차이다.


'난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은 없잖아, 맛보다는 분위기를 먹는 남자인 것 같아, 맥모닝도 피크닉 같은 감성 때문에 좋아하는 거고, 아침에 브런치나 이쁜 식당 좋아하는 것 보면 말이야'

(아, 멋져.)


아내는 내가 나르시시즘의 연못에 걸어 들어가는 게 꼴사나웠나 보다. 아내가 내 뒷덜미를 덥석 잡고 현실로 끄집어 댕겼다.


'뭔 소리야, 여보 솔직해져, 좋아하는 음식 있잖아. 치킨, 삼겹살, 튀김 좋아하면서 무슨 소리야. 기름진 거에 소주, 맥주 좋아하면서 무슨 분위기를 먹는단 말이야?'


순간, 맥모닝 맛이 퍽퍽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