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들 학원 선생님이 아들에게 '가장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 물었다고 한다.
대답은 '잔소리'.
엄마와 아빠 중에 누가 더 잔소리를 많이 하냐는 질문에, 젠장, 부끄럽게도 아빠가 많이 한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수업 시간에 잔소리와 관련된 글을 썼고 잔소리를 '가시가 돋쳐있는 꽃'이라고 묘사했다고 한다. 아들도 아빠의 잔소리가 나쁜 마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서 꽃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상처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나도 잔소리 듣는 걸 못 견디는데,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젓가락질 바로 해라, 유튜브 그만 봐라, 밥 빨리 먹어라, 게임 그만해라...' 이유 없는 잔소리는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잔소리는 잔소리인가 보다.
어릴 때 나는 공부도 잘 못했고, 글씨도 잘 못 쓰고,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서 아버지에게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원래도 잔소리가 많은데 오 남매 중 막내인 내게 가장 잔소리를 많이 하셨다.
대학에 가서도 '전화를 자주 하지 않는다, 자세가 삐뚤다, 술을 그만 마셔라, 담배 피우지 마라, 일찍 다녀라' 다 맞는 말이지만 반복되는 말들에 지쳤다. 오랜만에 부산에 계신 부모님을 보러 가면 인사 한마디 건네고 돌아오는 말은 '셔츠를 바지에 잡아넣어라, 집에서는 양말을 신어라, 살이 왜 그리 쪘냐 운동을 해라...' 같은 말이었다. 결혼을 하고 주말마다 부산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는데 아버지는 마흔이 넘은 아들에게도 항상 전화 끝에 '술 마시고 다니지 마라'라고 하고 툭 끊으셨다.
코로나가 심해지고 나서는 '코로나 조심하고,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라'라고 말씀하시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그렇게 코로나 걱정을 하던 아버지가 가족 중 가장 먼저 코로나에 걸렸다. 췌장암 말기였는데, 더 이상 항암치료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어서 중단하고 퇴원했던 차였다. 요양병원으로 모시기로 하고, 요양병원에 들어가면 코로나로 면회가 안되니 그 전에라도 자주 얼굴을 보자고 다짐했다. 주말마다 가겠다고 했는데 주말이 돌아오기 전에 코로나 확진을 받으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매몰차게 퇴원을 시킨 그 병원으로 퇴원 일주일 만에 코로나에 걸려서 격리입원이 되셨다. 3주 후 코로나는 완치가 되었지만, 췌장암 증상이 심해져 퇴원은 못하고 일반병동으로 이동하셨다. 아버지 상태가 좋지 않아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간병을 하기로 했다. 간병 삼일차, 장남이자 막내아들이 간병하러 들어간 그날, 숨을 거두셨다.
삼일장을 다 치른 후 오 남매가 집에 모여 아버지 뒷담화를 시작했다. '내가 잔소리를 더 많이 들었네' '나는 맞기도 했네' '출산하고 몸도 안 풀렸는데 아빠가 심부름을 시켰네'하며 울고 웃었다.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잔소리를 하셨는데, 이제 잔소리를 하시는 분이 안 계신다. 잔소리 덜 하시면서 조금 더 사셨어도 좋았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