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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성환 Dec 23. 2022

팀원 수용성을 높이는 부정적 피드백 디자인하기

애매한 표현은 이제 그만!

“부족한 점을 교정하는 것은 평범한 수준에 이르게 합니다.
탁월한 성과를 이끄는 것은 강점입니다. 
팀원의 강점에 집중해서 잘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도와주세요.”


최근 많은 강의와 책에서 ‘강점에 집중해서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도와줘라’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강점, 즉 지지적 피드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눈앞에 개선이 필요한 팀원의 문제를 덮어두고 강점만 피드백할 수 있는 리더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조직에서 하는 피드백은 구성원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지지적 피드백도 있지만, 팀원의 행동을 개선하기 위한 피드백이 필요한 순간이 더 많습니다. 이론과 달리 현실에서는 부정적 피드백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피드백이 어렵다’고 하는 이유도 바로 현실에서는 부정적 피드백을 해야 하는 순간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점, 지지적 피드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셔터스톡
   

부정적 피드백에서 도망가고 싶은 본능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피드백에 멍들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아티클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아티클에서 지지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의 효과에 대한 실험을 소개합니다.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지지적 피드백 그룹에게는 장래희망을 물어보며, 그 꿈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진행했습니다. 부정적 피드백 그룹은 전혀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숙제를 점검한 다음, 잘못하고 있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그 후, 뇌의 변화를 관찰했는데요, 지지적 피드백을 받은 학생의 뇌에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반응이 관찰되었습니다. 반면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학생은 뇌에서 도망가거나 싸우려고 할 때 나타나는 것과 같은 반응이 관찰됐습니다. 자신이 받은 부정적 피드백을 자신을 위협하는 신호로 받아들인 거죠. 


비슷한 시기에 ‘부정적 평가는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아티클이 또 올라왔습니다. 이 아티클에서는 재미있는 분석을 하는데요,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행동의 특징을 찾아냈습니다. 그건 바로 타 부서 사람과 친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신이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공간, 즉 자신의 팀이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라고 인식해서 안전한 공간과 사람들을 찾아 떠나는 것입니다. ‘피드백에 멍들다’라는 아티클에서 부정적 피드백을 위협 신호로 받아들여서 도망가려는 뇌의 반응이 관찰됐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다른 팀으로 도망가는 거죠. 


두 아티클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은 원래 부정적인 피드백을 잘 견딜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단단한 사람은 아니다’라는 겁니다. ‘다 너 잘 되라고 이야기하는 거야, 잘 듣고 개선해’라고 쉽게 부정적 피드백을 하지만, 이 말을 듣고도 잘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부정적 피드백을 회피하고 싶은 게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기 때문이죠.


부정적 피드백을 받아들이려는 뇌


본능은 이렇게 부정적 피드백을 듣기 싫어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적 피드백을 들여야 한다’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4년 미국 컨설팅업체인 젠거 포크먼(Zenger Folkman)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응답자의 57퍼센트가 긍정적 피드백보다 부정적 피드백을 선호한다고 답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응답자의 92퍼센트, 즉 대부분의 응답자가 전달 방법만 적절하다면 부정적 피드백이 성과를 향상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는 것입니다. 


‘몸에 좋은 약이 쓰다’는 속담과 같습니다. 쓴 맛이 나는 음식은 상했을 수 있으니 신체는 본능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비록 쓰더라도 몸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되면, 참고 꾸준히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부정적 피드백을 회피하고 싶지만, 좋은 성과와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마음도 있습니다. 



ⓒ 셔터스톡
   

팀원이 수용 가능한 피드백을 디자인하라


리더는 팀원이 잘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피드백을 합니다. 아무도 팀원이 잘못되기를 바라면서 피드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좋은 의도를 가지고 피드백한다고 해서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래전에 선생님은 학생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사랑의 매’로 다스렸지만, 맞는 학생은 대부분 사랑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피드백을 한다고 하더라도 팀원은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습니다. 팀원 입장에서 수용 가능하도록 피드백을 해야 합니다.


부정적 피드백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알려드릴게요.


첫 번째 팁은 가장 유명한 방법인 샌드위치 피드백 기법입니다. 샌드위치 빵과 빵 사이에 햄과 치즈, 계란 등 각종 재료들이 들어가 있는 것에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부정적 피드백을 하기 전에 긍정적 피드백을 먼저 하는 방식입니다.


부정적 피드백을 하기 전에 작은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자존감이 올라갈 수 있도록 강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거나, 성공적인 경험을 직접 이야기하게끔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이번에도 집중해서 보고서 만드느라 수고했어요, 보고서 만드는 실력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요’와 같이 칭찬으로 시작하는 거죠. 이후에 ‘비록 지금 당신이 보인 성과,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는 부정적 피드백을 하고, 다시 ‘당신은 우리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이런 조치를 하면 부정적 피드백에 대한 수용성이 많이 올라갑니다. 


왜 그럴까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은 부정적 피드백에 아주 취약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본능은 부정적 피드백을 외면하고 거부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조금 어색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해치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이 필요한 겁니다. 직접적으로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이야기야’라고 말하는 것보다 좋은 성과, 노력을 인정하면서 지적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두 번째 팁은 아이 메시지(I-message) 화법으로 대화하기입니다. 아이 메시지 화법을 설명드리기 전에 유 메시지 유 (you-message) 화법을 먼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유 메시지 화법으로 피드백한다면 아마 이런 방식일 겁니다.


“김 차장, 김 차장(You)이 후배들한테 뭐라고 하니까 팀원들이 힘들어서 팀을 옮겨달라고 하잖아. 도대체 몇 번을 이야기하는 거야? 그렇게 해서 팀장 될 수 있겠어?”


이런 표현처럼 유 메시지 화법은 ‘당신은’으로 시작하죠. 위 예시에서도 ‘김 차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당신은’으로 시작하는 대화는 보통 ‘당신은 항상, 당신은 늘, 당신이 또’와 같은 표현으로 이어집니다. 그럼 ‘충조평판’ 즉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게 됩니다. 피드백을 받을 때 상대방이 딱 싫어하는 것들이죠. 충조평판은 대체로 문제를 일반화시키고,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말을 하기 쉽습니다. 듣는 사람 역시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반발감이 생겨서 상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외면하거나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들겠죠. 


반면, 아이 메시지 화법은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전하기 위해서 고민했던 마음까지 포함하면 좋습니다.


“김 차장이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서 힘써 주고 있는 것 잘 알아. 항상 고마워. (샌드위치 기법, 칭찬)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잠시 나와 김 차장의 관계가 불편해지더라도 나도 용기 내서 이야기하기로 했어. 이 이야기가 김 차장이 리더로 성장하는 데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야. (고민했던 솔직한 생각) 

팀원들이 김 차장과 같이 일하는 걸 어려워하니까 팀장으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야. 앞으로 후배들과 일할 때 조금 조심해줬으면 해.(교정이 필요한 행동) 

이제까지 잘 해온 것처럼 이것도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어(샌드위치 기법, 인정)”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일단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공격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걱정하는 마음도 전달할 수 있고요. 이런 피드백을 들은 상대방 또한 ‘나 때문에 팀장님이 이런 걱정을 하고 있구나’하고 한 번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팁은 개선을 지적할 땐 핵심만 간결하게 말하기입니다. 구성원이 실수했다면 외면하지 말고 지적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실수를 지적하고, 잘못된 점의 개선을 위한 피드백에서, 흔히 하는 실수가 반복적으로 했던 말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똑같은 지적을 표현만 바꿔서 수차례 반복한다면 머릿속에는 이런 말이 맴돌겠죠?. “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만 좀 하시죠” 실수는 지적해야 하지만 딱 한 번만 간결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 지적을 받았을 때는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지만, 똑같은 지적을 반복적으로 받게 되면 어떨까요? 자신의 잘못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이 들게 되겠죠?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길어지는 순간 '잔소리'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명심하고 핵심만 간결하게 하도록 노력해 보세요.


ⓒ 셔터스톡

  

부정적 피드백을 위한 리더의 용기


킴 스콧의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라는 책의 원제목은 ‘Radical Candor’, 즉 ‘완벽한 솔직함’입니다. 저자는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부정적인 문제도 솔직하게 피드백’하는 것을 최고의 피드백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껏 나는 ‘언제나’ 완벽하게 솔직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렇습니다. 책을 쓴 저자 또한 피드백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솔직한 피드백, 특히 부정적인 내용을 항상 솔직하게 피드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매 순간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솔직한 피드백의 효과를 인식하고, 한 번이라도 더 나은 피드백을 주려고 노력하는 리더와 그렇지 않은 리더의 차이는 있습니다. 모든 순간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은 피드백을 주는 리더가 되려고 노력하는 리더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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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클래스101의 제 강의 '원(ONE) 팀을 만드는 리더의 무기, 굿 피드백'을 일부 수정해서 게시했습니다. 강의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링크를 따라가 주세요.

클래스101 링크 : https://class101.net/plus/ko/products/62c3d3ea48a273001507c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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