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의 새로운 고민
콤팩트 카메라는 저가, DSLR은 고가라는 오랜 고정관념을 깬 첫 번째 카메라 RX10 mk4
우리는 전문가라면 비싼 DSLR을 사용하고 아마추어나 생활 사진을 담는 사람은 저렴한 일체형 콤팩트 카메라를 구입하는 것이 보편적이라 생각해왔다.
그동안 여행에서 최대 망원은 200mm 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개인적인 여행 사진의 목적으로 이 정도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다녀온 미 서부여행에서 재밌는 경험을 했다.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Grand Teton National Park)을 여행하던 중 곰(black bear)을 발견한 것이다. 울타리 없는 곳에서 만난 곰이니 신기하기도 하고 사진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촬영하고픈 충동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행자 센터에서는 곰을 만나면 최소한 90미터 이하는 다가가지 말라는 경고를 보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200mm 망원의 한계, 역시 200mm는 어떤 의미에서 눈으로 보는 정도의 표준에 가깝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동행한 가족이 들고 온 니콘의 콤팩트 카메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주밍으로 곰의 얼굴만을 잡아내는 것 아닌가...
무거운 DSLR의 망원렌즈와 표준 줌렌즈, 단렌즈를 들고있던 나는 콤팩트 카메라 앞에 잠시지만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아이가 연주하는 공연장 맨 뒷자리에서도 아이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척척 담아내는 모습에, 하나 정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후 이 녀석이 괴물 같은 주밍을 자랑하는 초망원 카메라지만 화질이 스마트폰 보다 못하다는 리뷰를 보았다. 저렴한 가격만큼이나 성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광각부터 초망원까지 구현하면서 가볍고 가능하면서 화질까지 좋은 카메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수년간 렌즈 일체형 콤팩트 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에 의해 사라졌지만 하이엔드 시장은 달랐다. 그중 소니의 RX 시리즈는 국내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의 성장을 견인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RX 시리즈는 크게 3개의 라인업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RX10 시리즈는 슈퍼줌을 가진 전천후 카메라의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다. 초망원 카메라는 브랜드마다 하나 쯤은 있지만 대개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망원에서의 화질 저하 문제다.
그러나 칼자이스 렌즈를 장착한 이 카메라는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개선했다고 한다.
밤에 창밖의 야경을 직접 촬영해 보았다.
소니 RX10m4 24mm(좌), 200mm(중앙), 600mm(우)
실제로 테스트해 보니 화질뿐 아니라 600mm 망원에서 빠르게 초점을 잡는 AF 성능과 야간에 삼각대 없이도 흔들림을 잡아주는 손떨림 보정에 더 놀랐다.
위상차 검출 범위와 AF 동체 추적 속도, 빠른 연사는 이미 최고 성능으로 알려진 RX100m5와 플래그십 바디 A9의 그것을 가져왔고
그리고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받은 센서 기술력과 칼자이스 렌즈가 결합해 높은 화질과 성능을 자랑하는 괴물 카메라가 탄생한 것이다.
굳이 이 카메라의 단점을 꼽자면, 바로 가격(예판 219만원)이다. 라이카나 풀 프레임을 가진 RX1 시리즈를 제외하면 콤팩트 카메라 중 가장 고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성능을 곱씹어 보면 '콤팩트 카메라는 저가'라는 공식을 깨고 자신의 쓰임새에 따라 카메라를 선택하라는 소니의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들린다.
예컨대 진지한 사진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DSLR을 준비해야 할 필요는 없어진 것 같다.
틸트 액정은 rx100 시리즈처럼 180도의 셀카는 찍을 수 없지만 촬영에 편리함을 제공하며, LCD에 터치센서도 적용했다. 또한 1cm의 작은 센서 크기로 초망원의 유리함을 확보하고 초망원에서 f4의 밝은 조리개값(광각에서는 f2.4)과 무소음, 방진, 방습 등의 옵션을 아낌없이 제공했다.
RX10 m4의 등장으로 여행사진가를 포함해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오랫만의 즐거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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