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몽골여행서부 #3
신공항을 곧 오픈할 예정이지만 현재 몽골의 국제공항은 울란바토르 외곽에 위치한 칭기즈칸 공항이 유일하다. 따라서 몽골의 다른 지역으로 가는 여행객도 반드시 울란바토르를 거쳐야 한다. 바양울기로 떠나는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이왕이면 공항에서 바로 환승하고 싶었지만 국내선 항공편이 많지 않아서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다. 이런 이유로 몽골을 찾는 환승 여행자들은 대부분 울란바토르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공항에서 울란바토르 시내로
공항에서 울란바토르 시내까지는 보통 20~30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시내 중심 까지라면 그날의 교통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울란바토르의 교통체증은 매우 심각하다. 관광객이 많은 7~8월이나 입학식이 있는 9월은 하루 종일 도로가 막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몽골에 도착한 2011년만 해도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은 비포장로였다. 앞서가는 차의 흙먼지 속을 달리는 버스는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위아래로 요동을 쳤고 조금 더 평탄한 곳으로 달리려는 운전자는 수시로 핸들을 좌우로 돌리니 버스는 상하 좌우의 입체적인 운동을 반복했다. 당시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울란바토르 시내 진입로의 풍경이 아직 생생하다.
대개 도시는 자연을 덮은 거대한 인공물이지만 울란바토르는 초원과 공존하는 도시였다. 골목, 도로, 건물의 틈새. 미처 손길이 닿지 못한 도시의 여백에 바탕화면처럼 초원이 존재했는데 그 모습은 꽤나 인상적인 울란바토르의 첫인상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러나 4 년 뒤 다시 이곳에 방문했을 때는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깔끔 널찍하게 뚫린 고속화 도로에 놀라면서도 여느 나라의 수도와 다를 바 없는 흔한 도시 풍경에 섭섭한 기분도 들었다. '350만' 몽골 인구의 반이 살고 있는 울란바토르는 세상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시내에는 러시아풍 4~5층의 키 낮은 건물이 많았는데 지금의 울란바토르는 빌딩의 스카이라인이 높아져 하늘을 점점 가리고 있다.
울란바토르 아침 산책
다음날 아침 국영 백화점 인근 게스트 하우스에서 잠깐 눈을 붙인 일행들과 시내 중심가를 관통해 이마트가 있는 상설 지역까지 걸었다. 걸어서 가기에는 꽤나 먼 거리지만 관광을 겸한 산책이었다. 그동안 몽골에 오면 늘 쫓기듯 공항에서 허겁지겁 도시를 벗어났으니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는 평일 아침 시내의 풍경은 한편으로는 낯설게 느껴졌다.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가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그들과 최대한 비교되는 헐겁고 느린 보폭을 과시하며 여행자의 신분을 만끽했다.
딱 좋은 기온과 습도
딱 좋은 기온과 습도를 가진 날씨를 누군가 묻는다면 섬광처럼 머리를 스쳐가는 장소들이 있다. 10월의 스페인 론다, 11월 몰디브, 9월의 하와이, 가을의 우리나라 그리고 바로 오늘 아침 울란바토르 날씨다.
몽골의 여름 날씨는 한국의 습한 더위와 달리 건조기에 잘 말린 수건처럼 뽀송뽀송했고 태양이 미처 데우지 못한 아침 공기는 시원해서 딱 좋았다. 공기가 좋으면 산책도 즐거운 법.
울란바토르 시내 중심가에는 ‘서울의 거리(우리나라의 홍대와 같은 젊음의 거리)’가 있다. 이 길 끝에는 최근 글자로 만들어진 빨간색 울란바토르 시그니처가 설치되었다. (기념사진을 찍기에 좋다) 지금은 다소 평범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구조물 너머의 풍경은 앞으로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마트에 햇반이 없다.
몽골은 알고 있는 것보다 우리와 가까운 나라다. 울란바토르는 LA 한인타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카페 베네나 탐앤탐스 같은 커피숍들, CU편의점, 이마트는 3호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몽골인이 가장 이민을 많이 간 나라도 한국이다. 그래서 울란바토르에는 한글, 한국음식점,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또, 이마트에 가면 한국 제품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우리는 몽골 서쪽에서 구하기 어려운 햇반이나 김치를 이곳에서 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8월 초 여행 성수기의 이마트에는 햇반도 김치도 없었다. 시내 위치한 이마트 세 곳 모두 마찬가지였다. 몽골 서쪽에도 김치 비슷한 느낌(?)의 음식은 구할 수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김치는 아니다.
출발을 앞두고 이런 문제에 직면하게 되니 해결책은 하나뿐, 마음을 비우는 것이었다. 다른 세계를 맛보려고 한다면 그 땅에서 나는 것을 먹어 보는 것도 경험의 재료가 된다. 이렇게 일행을 다독이며 이마트를 나섰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 햇반과 김치가 없는 빈자리에 참치캔, 스팸, 라면이 한가득이었다.
만약 여러분이 울란바토르에 머물며 초원 여행을 준비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마트를 찾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에는 이마트에 햇반이 동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이점을 참고하길 바란다.
다시 공항으로
반나절의 여유가 전부였으므로 우리는 곧 공항으로 출발했다. 칭기즈칸 국제공항은 아담하다. 그래서 한 건물에 국제선과 국내선이 모두 있다. 건물 2층의 왼쪽에는 국제선, 오른쪽은 국내선이 있다. 국내선의 항공사는 '미아트'가 아니라 몽골의 로컬 항공사 '훈누 에어'다.
훈누 에어 탑승은 이번이 세 번째지만 홉스골 외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은 처음이었다. 횡열 한 줄이 4 좌석이고 가운데 통로가 있는 작고 아담한 비행기다. 꼬리 쪽에 탑승구가 있는데 건물 반층 남짓한 계단을 오르면 탑승할 수 있다.
승객이 모두 탑승하자 곧 비행기가 출발했다. 국제선 비행기의 긴 활주로 대기시간이나 요란한 방송 없이, 다음 정거장을 향해 출발하는 버스처럼 가벼운 가방을 선반에 올리듯 가뿐히 구름 위에 올랐다. 하지만 우리가 향하는 곳은 결코 가벼운 여행지가 아니다. 해발 4,000미터의 높은 봉우리 타왕복드를 품은 몽골 서쪽의 바양울기.
내 생애 지구 가장 높은 곳으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울란바토르 가볼 만한 곳
자연이 좋아 몽골을 찾는 분도 울란바토르에 하루 정도 머무를 여유가 있다면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한다. 가장 먼저 추천할 곳은 칭기즈칸 광장이다.
몽골은 나라에서 최고의 장소, 최고의 브랜드에 칭기즈칸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이 광장 역시 그렇다.(정치적인 이슈로 집권당이 바뀔 때마다 칭기즈칸 광장에서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이름이 몇 번씩 바뀌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의 광화문 광장과 같은 상징적인 장소로 울란바토르의 중심이며 나라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시즌별로 다양한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 곳이고 칭기즈칸 광장에는 거대한 칭기즈칸의 동상이 있어 관광객의 포토스팟으로도 인기 있다.
두 번째 추천 장소는 광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국영백화점이다. 최근에는 샹그리아 몰이라는 현대적인 쇼핑몰도 오픈했지만 국영백화점은 울란바토르의 첫 번째(가장 오래된) 현대식 백화점으로서의 특별함이 있다. 1층 슈퍼마켓에서는 러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해외 식료품도 구입할 수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자이승 승전탑에 올라가 울란바토르의 시내 전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색다른 것을 원한다면 나랑톨 재래시장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알기 쉬운 몽골이야기 3
저는 다르항(몽골 제2의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 가끔 조부모를 따라 울란바토르에 방문한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도시 사람들은 더 특별하고, 멋있다 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울란바토르의 대학에 가면 길도 모르는 나를 놀리면 어쩌지?' 하며 고민하던 어린 시절도 기억납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지날 즈음 울란바토르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울란바토르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1년 만에 서울이라는 타지로 유학을 가게 되어 사실 울란바토르에 대한 유년의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긴 한국 유학생활을 하면서 매년 방학이면 몽골을 찾았는데 울란바토르의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아마 그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지금 만약 누군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울란바토르는 과거와 현재, 유럽과 아시아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낭만적인 도시야'라고 말해줄 것 같습니다. 시내 한복판에는 높은 현대식 건축물들이 세워져 있고 세련된 현대 복장을 한 사람들의 공간이지만 축제나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전통 의상(델)을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차려입는 전통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몽골은 평균 연령 28세로 매우 젊은 나라입니다. 때문에 지난 382년의 역사보다 앞으로 미래가 더 기대되는 나라입니다. 아시아 지역에 위치하면서 유일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고 라마교 사원과 레닌의 동상이 함께 있는 곳, 이동수단으로 자동차와 말이 공존하는 곳, 스마트폰과 유목이 함께 하는 곳이 바로 몽골이며 그 심장에 붉은 영웅의 도시, 울란바타르가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큰 대륙 중심에 위치한 수도인 울란바토르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몽골어로 “붉은 영웅”이라는 뜻입니다. (몽골인들은 줄여서 UB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1639년에 건립되었고, 해발 고도는 1,300m입니다. 기온은 여름에 25도, 겨울에 -40도까지 떨어져 연교차가 심한 대륙성 기후를 이루고 있습니다.
울란바토르 인구는 2019년 기준 1,466,000명 명이고, 몽골 제1 도시인만큼 인구의 절반 정도가 거주하고 있는데 이는 급격한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 등 이유로 유목생활을 하던 유목민들이 더 이상 유목을 할 수 없어 도시로 대거 몰려들며 도시 인구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울란바토르 외곽 지역에는 게르촌이라는 불리는 몽골식 천막 게르가 뒤섞인 큰 슬럼가가 형성되었습니다. 혹시 울란바토르에 여행을 오시면 도시 외곽으로 게르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울란바타르는 남쪽의 복드항 산, 북쪽의 칭길테이 산, 서쪽의 성긴하이르한 산, 동쪽의 바양주르흐 산 등 4개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도시의 중심에는 수흐바타르 광장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수흐바타르 광장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칭기즈칸 광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도시의 남쪽에는 톨강과 자이승 기념탑이 있으며 남북보다 동서로 길게 늘어선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몽골에 관심이 있다면 얼마 전까지 사회주의 국가였다는 것도 아시겠죠? 그래서 도시의 건축양식 글자도 구 소련의 무형, 유형 문화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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