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몽골여행 서부 #4
몽골의 서쪽 끝 바양울기 아이막에는 타왕복드가 있다.
해발 4,000미터가 넘는 다섯 개의 높은 봉우리 타왕복드는 몽골의 지붕이라도 불린다. 타왕복드에 인접한 몽골의 서쪽 국경은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네 나라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한 우리는 옵스 아이막을 경유해 바양울기로 날아간다. 반반하고 인상 좋은 몽골의 초원이 서쪽으로 갈수록 과열된 주식 그라프처럼 주름지고 험준하다. 높은 고도 때문인지 땅이 가까워진 느낌도 들었다.
이어지던 지표의 주름 가운데 난데없이 밀어낸 듯 반반한 평원 위의 도시가 나타났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등장에 도착 안내방송을 듣고도 깜짝 놀랐다.
초원으로 이어진 광활한 비행장 한가운데 비행기 한 대 뿐이다.
PC의 메인보드처럼 복잡한 도시의 생활자에게는 유복한 풍경이다. 공항 씬 촬영을 위해 꾸며놓은 영화 세트장 같은 궁극의 간결함. 하늘과 활주로 그리고 이제 막 발을 내려놓은 우리가 전부다. 뒤 돌아보니 저만치 성냥갑 같은 건물이 하나 있다. 규모로 보면 시외버스터미널 보다 작은 공항이지만 높은 고도에 존재함을 증명하듯 어깨 언저리까지 하늘이 내려와 있다. 멀찍이 주변을 두른 산줄기를 뒤덮을 듯 맞닿은 거대한 구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주변에 존재하는 무엇보다 선명하다.
도심 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은 비행기는 물론이고 공항을 먼저 빠져나가기 위한 경쟁에 동참한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 해야 할 일조차 까맣게 잊고 우두커니 서서 풍경을 감상한다. 기다려주던 관계자들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공항으로 가라고 재촉했다. 아담한 공항은 시멘트 건물이지만 그 너머 세상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독특한 외형 때문인지 눈길을 끌었다. 흡사 비디오 게임 슈퍼 마리오의 성(城) 모양을 닮았다. 몽골 여행을 시작한 이후 줄곧 기대해 온 길이 저 공항 너머로부터 시작되어 울란바토르까지 이어져있다.
슈퍼마리오 게임의 첫 화면이 떠올랐다. 이곳부터 울란바토르까지 2,500km. 마리오의 여정처럼 넓은 지도 위에 아직 없는 타이어 자국을 선명히 새기며 우리는 동쪽으로 향할 것이다.
공항을 빠져나온 우리를 기다린 것은 러시아 태생의 승합차 푸르공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이념을 물려받은 듯 한 미니멀한 외관을 가진 이 ‘탈 것’은 기술의 집약체라기보다는 아날로그의 감성을 뽐내고 있다. 푸르공은 불편한 승차감으로 악명 높지만 비포장이 많은 몽골 초원여행에 적합하고 공간도 넉넉해 특히 장거리 여행에 좋은 이동수단이다. 실제로 초원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몽골여행의 상징 같은 존재다. 자브항 아이막의 사막에서 바퀴가 빠진 것 말고는 큰 탈없이 울란바토르까지 인도해준 고마운 존재다.
우리를 반긴 것은 푸르공 뿐만 아니다. 푸르공의 주인이며 몽골 서쪽여행의 로컬 전문가 일벌(이름)을 비롯한 드라이버 3명. 그리고 하루 먼저 서쪽에 도착해 여행에 필요한 준비를 해준 나의 몽골 친구 바츠라(Vajra)와 감수성 풍부한 두식아(М. Мөнхтүшиг)까지 앞으로 열흘간 여행의 완전체가 모인 순간이다.
울기 공항을 떠나 첫 목적지는 바양울기 시내의 터키 음식점 ‘파묵칼레’다. '서쪽에 왔으면 카자흐 음식점에 가야지. 왠 터키 음식?'이라 생각했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보고 만나는 것만으로도 생경함은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유명한 설렁탕집을 간다 한들 아무 관계없었다.
창 밖으로 해가 지고 있지만 우리의 서쪽 여행은 이제 시작이다.
이 서로 다른 기분의 틈 사이로 고원의 바람이 불어와 들뜬 마음을 식혔다. 그런데 창문에서 손을 떼면 문이 닫힌다. 몇 번을 손으로 밀다가 빈 페트병을 찔러 넣으니 고정되었다. 창문과 씨름하는 사이 우리는 카자흐스탄 문화 속 깊숙이 흘러들어 가고 있었다.
바양울기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1,636km 아득히 떨어져 있고 카자흐스탄 국경 옆에 있어 몽골이라기보다는 카자흐스탄에 가깝다. 사용하는 언어도 몽골어가 아니고 사람도 대부분이 카자흐족이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러시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면 이곳은 카자흐스탄 그 자체라고 한다. 서구화된 카자흐스탄 본토보다 오히려 옛 카자흐스탄의 문화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 '바양울기'다.
식당은 전제적인 분위기며 사소한 디테일까지도 문화적인 다름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았다. 세계 공동화 현상 때문일까?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식당이라서 일까? 몽골 서부의 지역색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식당은 음식만 맛있으면 상관없지 않은가?
말고기, 소고기, 양고기, 야크... 등등 초원에 있는 모든 가축이 종류별로 가득 담긴 접시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입맛에 맞았다.
하지만 아직 울란바토르에서 먹은 음식이 소화되기도 전이라 꽤 많은 음식이 남았다. 일행은 목구멍이 아닌 카메라로 식사를 하듯 인증 사진을 남긴다. 그렇게 서쪽에서의 첫 식사, 아니 문명의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자연여행을 시작했다.
바양울기에 도착하면 재래시장이나 시내 곳곳을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곳에서 우리가 머문 것은 식당에서 보낸 늦은 오후 시간이 전부였다. 이미 키 낮은 건물 뒤로 해가 넘어가고 멀찌감치 떨어진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 바닥을 가득 어지럽히고 있었다.
우리가 서둘러 도시를 벗어나는 이유는 '타왕복드'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다음 날 해가 지기 전 해발 4,000미터가 넘는 타왕복드 만년설 앞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해야 한다. 그 먼 거리를 가려면 하루 전인 오늘 최대한 많은 길을 가야했다.
바양울기 시내는 다음 언젠가를 기약해야 한다.
이렇듯 떠나기 전 상상과 현실 사이에 균열은 생기기 마련이다. 그 커다란 차이를 깨달은 순간 얼마나 무모한 계획을 세웠는지 가늠할 수 있게된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으로는 불가능한 기대를 품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닌 걸까 하는 불안감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지금 포기한 것 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될지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반대로 창밖의 풍경은 서서히 내리는 어둠에 흐릿해져 갔다.
일행들은 열심히 촬영을 했다. 나는 어둑하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 찍어봐야 좋은 사진이 나올 리 없다고 생각했다. 손에 든 액션캠으로 영상을 잠깐 담았을 뿐,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반쯤 의욕이 떨어진 상태로 무심히 창밖만 쳐다보았다. 당시에는 창밖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생각을 마음속 깊이 꾹꾹 담았을 테지만 기록하지 않은 말과 풍경은 결국 깊은 무의식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늘처럼 후회하게 된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때가 있다.
잠깐 한눈을 판 사이 누군가 몰래 스위치를 내린 것처럼 날이 어둑해지고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창을 때렸다. 잠시 후 하늘은 질끈 눈을 감은 것처럼 컴컴해졌다. 도시는 밤에 화려함을 입고 새롭게 태어나지만 자연의 밤은 공연이 끝난 무대처럼 컴컴해진다. 창밖이 우브르항가이의 초원인지, 고비의 거친 도로 위인지, 낯선 서쪽의 산기슭이던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는 상태. 비포장로 위를 달린다는 사실만이 좌석의 흔들림으로 전달될 뿐이었다.
눈을 감으니 오히려 흔들림이 선명해졌다.
길을 몸으로 읽는다. 그리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누가 푸르공에서는 잠을 못 잔다고 했을까? 비행기의 쪽잠으로는 피곤이 가시지 않았던 모양인지 깊은 어둠 안으로 사라져 가는 푸르공처럼
나는 깊은 잠 속에 빠져들었다.
알기 쉬운 몽골이야기 4
독수리의 상징 바양울기 아이막
바양울기 아이막은 몽골 카자흐족이 거주하는 아이막입니다.
바양울기 하면 독수리와 3월 22일이 번뜩 떠오릅니다. 우선 3월 22일은 “나오리즈 카자흐 민족 설날 ”입니다. 그리고 이날은 제 생일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생일 케이크를 사러 가면 매장 직원은 저 보고 카자흐 사람이냐고 물어보곤 했습니다. 그래서 “나오리즈”에 대한 호기심이 유년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나오리즈”는 “새로운 날”이라는 의미로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했습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민족들은 이 날을 공휴일로 기념합니다. 매서운 추위를 이겨낸 이웃과 가축들이 함께 봄을 맞이하는 축제입니다. 몽골 대통령도 이 날 축사를 보내며 방송에는 카자흐족의 역사와 문화의 대해서 소개하는 만큼 몽골 내에도 큰 의미를 가진 날입니다.
바양울기는 몽골의 서북쪽에 위치해있습니다. 아이막 서쪽, 아라이 산맥에는 중국 신쟝 위구르 자치구(450km)와 북쪽 러시아 오올링 아라이(225km), 동쪽 옵스(160km)와 호보드 아이막과(450km)의 경계를 가진 곳으로 문화적으로는 카자흐스탄을 연상할 만큼 이국적인 문화를 가진 곳입니다.
1940년 6월 카자크 오리앙하이 민족의 의견을 수렴해 몽골 서쪽의 호보드 아이막에서 분리시켜 오늘의 바양울기 아이막이 생겼고 몽골 카자크 민족의 주요 아이막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바양울기라는 이름 뜻은 “바양”은 부자, 울기는 “요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수리의 상징” 아이막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바양울기 아이막의 독수리 사냥은 25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바양울기 아이막의 7대 명소가 있는데요. Yolt, 알타이 타완벅드 국립공원, Potanin 얼음 강, Baga Oigor-Tsagaan Salaa 암각화, Baga Turgen 계곡, Tolbo 강 및 Achit 강이 그것입니다. 기후적으로 보면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해 있어 혹독한 대륙성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Dayan, Khoton , Khorgo와 같은 80개 이상의 호수가 있으며, Khovd, Tsagaan, Sogoot 및 Yolt에는 100개 이상의 강과 샘이 있습니다.
카자흐 민족의 문화
몽골 사람들 사이에서도 카자흐 사람들이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실제로 카자흐족 여자들은 예쁘고, 남자는 잘 생긴 편입니다. 하지만 카자흐 민족은 다른 종교나 국적을 가진 사람과의 결혼을 금지합니다. 그런데 카자흐 여성이 다른 국적의 남성과 결혼하면 부정한 사람으로 여기는 반면, 카자흐족 남성이 다른 국적의 여성과 결혼하여 그녀를 자신의 종교로 인도하면 카자흐족을 위한 선행이라 여기는 독특한 관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자흐인들은 식사 전후에 독특하게 손을 씻는 관습도 있습니다. 집마다 물과 기름으로 된 두 개의 수건이 있어서, 손님이 게르에 방문하면 집안의 막내가 물을 준비해줍니다. 손님은 주인이 내어주는 수테차를 마시고 더 이상 마시지 않을 경우,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다섯 손가락으로 컵을 가려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컵을 비워도 계속 차를 따라줍니다. 그리고 해 지기 직전에 카자흐족 가정을 방문하면 진심으로 찾아온 친절한 손님으로 여겨 최대한 정중하게 모신다고 하니 만약에 바양울기 여행하면서 게르를 방문하게 되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몽골의 게르와 카자흐족의 게르는 겉으로 보면 비슷하지만 내부는 차이가 있습니다. 알타이 타왕복드를 여행하게 되신다면 꼭 카자흐족의 게르를 방문해서 그 차이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자연여행을 떠나고자 한다면...
'션표의 자연여행' 유튜브 채널 구독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