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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표 seanpyo Nov 17. 2021

까만 밤 눈부신 아침 두 개의 서쪽하늘, 그날의 기억

두근두근 몽골여행 서부 #5






얼마나 달려왔을까?
늦은 밤 낯선 여행자 게르에 도착했다. 고도도 높고 밤이 되니 쌀쌀해서 손이 시렸지만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쏟아질 듯한 별들이 코앞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릎을 살짝 굽혔다 펴면 둥둥 우주로 떠내려갈 것만 같은 기분이다. 사람은 저마다 미의 기준과 가치가 다르지만 이런 밤하늘에 감동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라 확신이 들만큼 아름다웠다.






야심한 새벽에 도착해서 겨우 짐만 풀어놓고 별을 보러 나온 일행들,  다음날 걱정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우리는 게르에서 떨어져 어둠 속으로 들어가 의자를 펴고, 돗자리를 깔고 밤하늘을 바라본다. 여기저기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탄성을 지르고 웃고 떠들더니 이내 모두 조용해졌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바람소리만 들린다.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우리는 알 수 없다'라는 티베트의 속담이 있다.

주변의 어둠이 별무리 사이로 이어져 시선은 방향과 거리를 상실해버렸다. 손을 뻗으면 수천 광년을 날아온 빛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시간과 공간의 왜곡







걸어온 어제와

가야 할 내일이


수많은 별 아래

너무나 작은 것이 되었다.


그저 작은 나

눈이 매웠다.











새벽까지 별을 보다가 일출을 놓쳤다. 얻은 게 있으면 포기하는 것도 있기 마련인데 아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여행이다.

컴컴한 게르의 문을 열고 나오니 빛이 쏟아져 내렸다. 맞은편 언덕 바로 뒤에 해가 있는 것처럼 눈이 부시다. 해를 등지면 세상은 알 없는 안경을 쓴 것처럼 선명하고, 고화질 TV 광고처럼 사물이 또렷이 보였다.





따듯한 아침 볕에 눈이 녹듯 어제까지의 모든 푸념이 사라졌다. 

살면서 이런 경우가 몇 번이나 있을까 싶은데 그 순간, 여행의 아쉬움과 걱정이 말끔히 사라졌다.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은 산으로 빙 둘러있고 멀지 않은 곳에 강이 흐르고 있었다. 눈으로 확인해 본 적은 없지만 유속이 느리지 않아 소리만으로도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주인 게르의 문이 열리고 젊은 여성이 나왔다. 잠이 덜 깬 듯했지만 나처럼 방향 없는 산책을 하기 위해 나온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녀는 소의 젖을 짜기 위해 이른 아침 게르를 나섰다. 표정에는 아직 덜 깬 잠이 한 줌 묻어있다.






그녀는 한 걸음도 허비하지 않으며 양동이를 들고 어미 소에게로 향했다. 마치 눈감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무의식적 행위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편의점에서 우유며, 샌드위치를 구입하는 나의 평범한 아침을 상상했다. 며칠 전 나의 아침이고 얼마 뒤 다시 찾아올 일과다.


하지만 오늘은 편의점 없는 초원에서 타인의 일상을 지켜보고 있다.






그녀는 가축이 기꺼이 내어준 젖을 짰다. 이미 오래전부터 익숙해진 가축과 사람의 관계가 만들어낸 삶의 단면이다. 아마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시간이 한 참 지난 오늘 아침에도 이들은 이와 같은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을 것만 같다.





멤버들이 하나 둘 게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게르 문을 열고 나오면 가장 먼저 인사하는 것은 푸르공이다. 도시에서 자동차는 정해진 도로만 달릴  있지만 초원에서 푸르공이 가지 못하는 곳은 거의 없다. 허르거에서 백패킹을  답시고 30 남짓 차로는 오를  없는 야트막한 산을  손까지 이용해 올랐는데 정상에 푸르공이 있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대체  차는  험한 곳을 어떻게 올라왔는가...


언덕 정상에 올라서야 비밀이 풀렸다. 산의 반은 거친 돌산이었지만 나머지 반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초원과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푸르공


낡을수록 가치를 더하는 물건이 있는데  러시아  승합차도 그런  같다. 초원을 누비며 생기는 상처들은 지난 세월의 흔적이며 증거다. 드라이버들모습을 지켜보면 차를 얼마나 아끼는지   있다. 그들은 매일 여행 시작 , 후로  묻은 바닥을 닦고 정리했다. 푸르공은 직장이고, 초원에서 해가지면 집이 되며,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삶의 터전이니 시간이 지날수록 낡아가지만 가치는 더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동행들과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커피까지 마셨다.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맛이었는지... 당시 혀로 느낀 감각과 기억은 모두 사라졌다. 오직 기억에 남는 것은 차갑고 맑은 아침 공기뿐이다. 고원의 서늘함과 따듯한 아침 햇살의 조화. 커피가 담긴 컵 속에, 따듯한 국을 나르는 숟가락 위에 누워서 함께 입속으로 들어온 상쾌함은 질량 없는 셔벗 아이스크림 같았다.





울기아이막 카자흐 유목민의 독수리


식사 후 이웃한 카자흐 유목민 게르에 방문했다. 몽골의 서부, 울기 아이막은 독수리 사냥으로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게르 옆에 유목민이 기르는 독수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는 돌아가며 독수리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담해 보이는 크기와 달리 꽤 무거웠다.




카자흐 유목민


팔을 위아래로 흔들어야 날개를 펼친다는데 여자들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게다가 길들여졌다고는 하지만 맹금류다. 얼굴 가까이 있으니 무서울 수밖에...





카자흐 유목민의 게르


카자흐 유목민의 게르는 몽골의 그것과 형태는 유사하지만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 몽골의 게르보다 크고 내부 문양과 색이 화려했다. 우리가 잠시 빌린 여행자용 게르와 그들이 살고 있는 공간은 형태는 같아도 디테일이 달랐다. 가구도 많지 10 남짓의 공간에는 그들의 삶이 구석구석 녹아있었다.


푸르공도 이 게르도 그들의 삶에 가치 있는 도구라는 생각이 들자문득 떠오른 생각,



그렇다면 과연 나의 삶에 가치 있는 도구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늘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손에 들고 나온 카메라가 아닐까? 기록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에게 카메라는 소중한 도구가 아닐 수 없다.







바양 울기 아이막의 유목민은 카자흐어를 사용해서 몽골인도 소통이 어렵다고 한다. 도시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여행이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나라 몽골에서 자연여행을 하고 있다. 자연에서 만난 사람들 복잡한 언어는 그다지 필요 없다. 손짓, 몸짓, 눈빛으로도 충분하다.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은 그날 아침의 식사처럼 모두 사라져 버렸다. 유목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그들이 내준 음식을 먹고 미소를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찰나의 만남이 끝나고 문밖으로 나서려는데...






게르 안에 꽃이 피어있었다.


문 바깥쪽은 초원,

안쪽도 초원이다.


노란 꽃은 화병이 아니라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몽골 사람들은 문지방을 밟지 않으니 문턱 안에 숨은 꽃은 오래 살겠다.


참 근사한 집이다.












 알기 쉬운 몽골이야기 5


우랑거(Urangoo Battogtokh)  렛츠코몽




몽골의 상징 게르


몽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초원 위의 게르입니다. 여행자들은 밤하늘의 별과, 넓은 초원 위에 말을 타고 달리기 위해 몽골여행을 꿈꾸지만 저는 몽골의 특별함은 게르에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집은 도시의 인프라를 떠나 존재할 수 없지만 게르는 가능합니다. 자연에서 별을 보고 말을 탈 수 있는 것도 게르가 그곳에 있기 때문 아닐까요?


저는 도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게르에서 보내지는 못했지만 유학생활을 하면서 왠지 모르게 게르 모양의 기념품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게르 사진, 게르 필통, 게르 보석함... 특히 게르 사진(몽글몽글 연기가 피어오르는)을 보면 알 수 없는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게르에서 자면 잠도 잘 옵니다. 밤이면 난로에서 땔감이 타는 소리, 문 열면 들어오는 햇빛. 문만 열면 눈이 쌓이는 하얀 초원의 지평선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게르는 세상 어느 주택보다 자연에 가까이 있는 거처입니다.






그러면 유목민의 나라 몽골의 게르의 대해 한 걸음 나아가 볼까요?




몽골인들은 오래전부터 미니멀했다?

몽골의 게르는 전통적인 주거 형태로 쉽게 해체할 수 있는 벽과 기둥, 캔버스 천과 펠트로 덮은 둥근 지붕을 밧줄로 묶어서 만듭니다. 게르는 쉽게 조립할 수 있으며 운반하기에도 편리합니다. 몽골인들은 왜 이런 주거형태를 갖게 되었을까요?


게르는 약 3,000년 동안 현재의 형태를 유지해 왔습니다. 몽골의 유목민은 여름에는 가축을 데리고 풀이 좋은 강가로, 겨울에는 차갑고 매서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산이나 언덕으로 계절에 따라 이동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주로 겨울과 여름에 이동을 하고 또, 겨울 게르와 여름 게르는 형태는 같지만 천의 두께 등에 차이가 있습니다. 게르는 유목민 가정에서 중요한 사회적·문화적 기능을 합니다. 시골이나 작은 지역자치단체 소재지의 신혼부부에게 필수적인 혼수품이기도 합니다. 보통 신랑집에서 게르를 준비하고 신부집에서는 가구를 준비합니다.



게르는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다?

게르는 초속 18~20m에 이르는 매서운 봄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구조가 개선되어왔습니다. 어른이 두세 명 있는 작은 가족은 게르를 30분 이내에 분해하고 1시간 이내에 조립할 수 있습니다.



요즘의 게르는 어떤 모습일까요?

요즘 몽골에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자 캠프나 광산 캠프에서 새로운 기능과 구조의 게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벽돌로 만들거나 금속으로 된 지붕, 난로가 필요 없는 온돌 게르, 샤위기와 화장실이 안에 있는 비전통적인 형태가 그것입니다. 이러한 현대식 게르들은 이동할 수 없어 전통적인 게르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관광객이나 여행자들로부터 인기가 많습니다.



큰 행사나 워크숍도 게르에서 치루기도 합니다

울란바타르에서 개최된 제12차 ASEM 정상회의 역시 게르에서 개최했으며 해외 주요 국빈을 맞이 할 때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제 왜 몽골의 상징이 게르인지 이해가 되시나요? 몽골에 가신다면 캠핑도 좋지만 한 번쯤은 게르에서도 지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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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Unc2gBzf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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