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구근 몽골여행 서부 #2
서울에서 몽골까지 비행시간은
약 3시간 30분이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해서 핸드폰을 켜보면 겨우 2시간 반이 지나 있을 뿐이다. 하늘에 지름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행기가 빨라진 걸까? 아니다. 울란바토르와 서울에는 한 시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울란바토르에서 서울까지 직선거리로 2,000km. 이번 서쪽 여행에서 차로 이동하는 거리가 2,500km이니 멀게만 느껴지는 몽골이지만 실은 가까운 나라다.
매년 여름이 오면 몽골로 향하다 보니 봄부터 습관적으로 달력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2019년은 어느 해 보다 긴 겨울과 봄을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다 멀리 떠있는 부표처럼 비현실적인 거리, 멀게만 느껴지던 그날이, 시간의 왜곡이 생긴 것처럼 거짓말 같이 갑자기 어느 순간 와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공항?' 이런 느낌이다. 줄 서서 수화물을 부치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심사를 받기 위해 다시 줄을 서는 순간에도 답답함은 갈수록 커져갔다. 화장실 문고리를 잡은 찰나에 위기를 맞은 사람처럼 빨리 이 순간을 생략하고 몽골 초원 위에 서고 싶었다. 지난 반년, 일상이 힘들 때마다 몽골의 초원을 떠올리곤 했는데 막상 문 앞에 서니 일상이 문틈에 끼어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세 시간 반 하늘 길
구름 아래로 몽골의 주름진 초원이 모습을 드러냈고 느리게 흐르던 시간은 제 속도를 찾아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칭기즈칸 국제공항 2층에서 입국절차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와 수화물을 기다린다.
입국 게이트를 나서면 나를 기다리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공항만큼 기다려 주는 사람이 고맙고 반가운 장소가 있을까? 가족, 친구라면 말할 것 없고 여행사 직원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존재는 반갑고 감사한 법이다.
그 기분을 알고 있기에 며칠 먼저 몽골에 도착한 나는 원정대 멤버들이 도착하는 밤,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일찌감치 도착해 그들을 기다렸다. 자정 무렵 비행기가 도착했지만 새벽 1시 반이 돼서야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지구의 날짜변경선이 당겨준 1 시간을 몽골의 수화물 인계와 입국절차가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은 셈이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지않았다. 이유는 입국 게이트 앞에 모인 사람들 덕분이다.
늦은 시간임에도 비행기 승객수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항 로비를 반쯤 채우고 있었다.
여행 성수기인 여름이라 여행사 관계자가 많은 것은 당연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꽤 많다.
길게는 수년만에 만나는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들은 상기된 얼굴로 앞사람의 어깨너머로 - 키 작은 아이들은 까치발을 들고 - 입국장 문 밖으로 걸어 나오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유심히 살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달리기 선수처럼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느껴진다. 곁에 있으니 덩달아 그들의 감정이 전해지듯 가슴이 뛰었다.
전통복을 차려입은 지긋한 노파와 어린아이가 문밖으로 걸어 나온 까무잡잡한 중년 남자에게 달려가 손을 잡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마음이 시큼했다. 언어가 달라도 그들의 기쁨과 감정이 전해왔다. 눈물이 찔끔 나고 절로 미소가 났다. 곁에서 몰래 마음으로 축하를 보낸다. 작은 공간에 모여 소리 없는 축제를 함께 즐기는 기분마저 들었다.
어느샌가 공항의 맛이 달라졌다.
가족, 친구, 떠나는 사람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요즘은 볼 수 없게 되었다.
옆집 사람보다 지구 반대쪽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쉬워진 시대, 지구 안에서 더이상 떠나는(연락이 닿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순간 진한 사람의 맛을 느낄 수 있었나 보다.
나 역시 의미 있는 계획을 지난 반년동안 함께 준비해온 소중한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몇 주 만이지만 이국 땅에서의 만남, 보고 싶은 얼굴들.
덥고 습한 한국에서 날아온 일행들은 몽골 여름밤의 쾌적하고 시원한 날씨에 감동했다. 만남의 기쁨도 잠시, 우리는 서둘러 공항을 나서야 했다. 12시간 뒤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몽골의 서쪽 바양울기행 국내선을 타야 했기 때문이다.
모래시계처럼 울란바토르에서 남은 시간의 양이 정해진 터라 공항을 빠져나온 우리는 시내에 위치한 여행자 게스트 하우스로 이동했다. 남은 시간을 쪼개어 잠도 자고 서쪽에서 구하기 어려운 식료품도 구해야 한다.
시원한 여름밤,
칭기즈칸 공항에서 울란바토르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
우리의 몽골 여행이 시작되었다.
알기 쉬운 몽골이야기 2
보얀트 오하 공항에서 칭기즈칸 국제공항으로
이게 제가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칭기즈칸 국제공항의 이름입니다. 처음 한국으로 떠날 때 보얀트 오하 국제공항을 이용했는데 긴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몽골로 다시 돌아올 때는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되었네요.
2005년 12월 21일 몽골 대 제국 건국 800주년을 맞아 ‘몽골’ 하면 제일 먼 떠오르는 그분, 칭기즈칸의 이름을 인용해서 공항 이름을 칭기스칸 국제공항으로 변경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보얀트오하 공항보다 “칭기스칸 공항”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졌습니다.
칭기스칸 국제공항은 1957년에 개항했으며 몽골에는 미아트 몽골항공(Miat), 훈누에어(Hunnu Air), 에어 몽골리아(Air Mongolia) 항공사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오가는 항공사는 인천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미아트 항공이 정기 편을 운영하고 있고, 여름철 관광객들이 많은 시기에는 제주 노선, 부산 노선도 띄우고 있습니다. 처음 몽골의 민주주의 체제 전환이 얼마 되지 않았던 1996년 4월에 대한항공은 몽골에 첫 취항을 개시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99년 3월부터 김포 국제공항행 미아트 항공의 운항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인천-울란바타르 항공편은 비수기에도 좌석 점유율이 매우 높은 노선이며 만약 여러분이 몽골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봄부터 비행기표를 예약해야 가장 좋은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점도 Tip으로 알려드립니다^^
몽골의 국내 공항
1956 년 6 월 1 일 몽골 장관 회의 결의안 No. 272에 따르면, 울란바토르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아이막으로의 항공 운항을 시작해서 몽골에는 현재 칭기즈칸 국제공항 외에도 어문고비 오유톨고이, 타완톨고이 광산, 바얀헌거르, 어워트, 알타이, 호브드, 훕스글, 옵스, 울기 등의 지역 공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제공항 신청사
1992~1996년까지 칭기즈칸 공항 개선 프로젝트가 완료된 후. 2000년 이후 새로운 국제공항 건설 정책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린 몽골 정부는 투브 아이막(Tuv aimag) 세르겔렝 솜 Khushig Valley에 1,200헥타르 면적을 신 국제공항 프로젝트 부지로 결정하고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위치는 울란바토르에서 약 50km 떨어진 곳으로 기존의 공항보다는 시내에서 45분 정도 더 걸립니다. 신공항이 개항하면 몽골 내 다른 지역과 해외로 하루 139개의 항공편 받을 수 있으며, 총 11,980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라고 합니다. 2020년 10월 개항할 예정이었으나 Covid19의 전염병 유행 상황으로 인해 오픈이 연장되었습니다. 신 공항은 기존의 “칭기즈칸 국제공항”의 명칭을 그대로 이어받을 예정입니다. 아마 코로나 이후 몽골을 방문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신공항을 이용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몽골 서쪽 여행 하이라이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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