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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표 seanpyo Feb 07. 2022

스마트폰의 시대, 사진을 즐긴다는 것?

일상보다 오래 남는 사진




오래전 한 보험상담원이 나에게 취미를 물어보았다.

‘사진입니다’라고 대답하자 그는 한참을 가만히 생각하더니 말을 꺼냈다.

 

‘참 좋은 취미를 가지고 계시군요.’


의례히 하는 상투적인 멘트였지만 그 뒤 그와 나눈 짧은 대화는 지금까지 종종 기억에 남을 만큼 사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는 책상 위에 본인이 올려놓은 보험 안내서를 가방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세상에는 많은 취미가 있지만 평생을 두고 즐길 수 있는 취미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높은 산을 오르거나 테니스를 치거나 스키를 타거나 하는 대부분의 취미들은 나이가 들면 하기 어려워지는데 반해 사진이라는 취미는 셔터를 누를 힘이 있다면 어쨌든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은 일면 맞는 부분이 있지만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항상 담고자 하는 대상 앞에 있어야 가능하기에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든 직접 찾아가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





수년 전 작가,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여행기를 만들기 위해 상하이에 갔다. 4박 5일간의 취재여행 동안 가장 바빴던 것은 바로 나였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달리 사진은 그곳에서 촬영을 끝내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여분의 DSLR과 화각별 렌즈 그리고 백업용 노트북을 넣은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녀야 했다.


사실 사진은 힘겹고, 성실함이 필요하고 때로는 외로움과 함께 해야 하는 조금은 어려운 취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앙드레 케르테스



시각적인 미를 추구한 헝가리 출신의 사진가 앙드레 케르테스 André Kertész(1894-1985)는 나이가 들어 거동이 힘든 나이가 되어서는 아파트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대상으로 사진 작업을 했으니 어쨌든 보험상담원의 이야기는 결코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사진은 조금 더 문턱이 낮은 취미가 되었다.

지구 반대쪽의 사진과 영상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검색할 수 있는 요즘. 사진 한 장을 인화하기까지 오랜 수고와 기다림, 특별함도 이제 사라졌다. 완벽하게 아름답거나 극적인 장면을 담은 사진이 박수를 받는 시대도 아니다. 예술적 가치를 이야기하기에도 이미 진부한 재료가 되었다.





하지만







기록과 공감의 도구로서 사진의 가치는 여전하다.

보험상담원의 말처럼 사진은 두발로, 때로는 오감을 동원하는 세심한 관찰로,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를 더해가는 삶의 아름다운 동반자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상을 담는 사진의 소소한 감동으로 시작해서 보다 넓은 세계에 대한 자기 체험의 기록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안으로 조금씩 깊숙이 시선  행위.





사진을 즐긴다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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