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를 들고 떠나고 싶은 계절 하면 봄과 가을을 먼저 떠올린다. 하루만 지나도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가 아름답기 때문이고 짧게 왔다가 사라져 버리는 아쉬움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사진의 소재로 보면 가을은 노랗게 익어가는 들녘과 단풍의 화려함으로 다른 계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품고 있다. 낙엽은 또 어떨까? 바닥에 흩어진 나뭇잎들은 예쁘게 자른 색종이처럼 예쁘다.
반면, 떨어지는 낙엽은 곧 겨울이 온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고, 곧 한 해가 가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그래서 가을은 흘러가는 시간을,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되새겨 주는 계절이다.
가을 출사를 위해 우선 걷기 편한 신발은 필수, 그리고 사진기를 준비한다. 무거운 가방에 여러 개의 렌즈를 들고 다니기보다는 단출하게 카메라 하나에 렌즈 하나가 좋다. 렌즈의 선택은 그날의 목적에 따라 선택하자.
가을 풍경 위주의 촬영이라면 35mm 이하의 광각 계열 렌즈가 좋고 인물사진을 겸한다면 24-70mm 표준 줌 렌즈를 준비하자. 꼭 렌즈 교환식의 카메라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똑딱이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도 얼마든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을 햇살은 따갑지만 해가지면 금방 추워지니 모자와 가벼운 잠바를 준비하면 더 좋다.
가을을 배경으로 자연스러운 스냅을 담기 위해서 반드시 장대한 풍경이나 높은 사양의 카메라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 가을 출사를 위한 몇 가지 테크닉을 소개한다.
하루 중 사진 촬영에 가장 좋은 시간은 촬영 목적과 촬영자의 주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여행 사진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 즉 매직 아워가 있다. 바로 해가 뜨고 지는 순간이다. 작가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일몰 30분 전부터 30분 후 사이의 시간을 매직 아워라 부른다.(일출도 마찬가지) 이 짧은 시간 빛이 사라지면서 하늘과 땅의 노출값이 급격히 변한다.
요즘은 일부 스마트폰에도 Raw 촬영 옵션이 있다. 일반적으로 단풍의 컬러 캐스트는 난색 계열로 나타나는데 이 경우 주광 모드로 촬영하면 입체감 없는 평면적인 사진으로 표현되기 쉽다. 같은 색상의 단풍 사진을 찍을 때 특히나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때 노출값이나 화이트 밸런스, 빛의 방향 등을 조절해 해결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Raw 포맷으로 촬영이 기본이다. Raw 포맷은 jpg에 비해 용량이 큰 단점이 있지만 높은 관용도를 이용한 후보정을 통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컬러 캐스트(color cast) : 이미지에 특정 색상이 전체적으로 레이어드 된 현상
반드시 초점이 잘 맞은 쨍한 사진만 좋은 사진이라 할 수는 없다. 의도적으로 장노출로 흔들어서 단풍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도 있다. 단풍뿐 아니라 사람도 약간의 장노출을 이용해 가을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스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피사체인 모델과 약속 하에 촬영하는 것이 아니면 먼저 인물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고 동작이 잘 표현되는 사점(dead point)에 셔터를 누른다. 이때 촬영 모드는 셔터스피드 우선으로 세팅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값은 피사체의 움직이는 속도에 비례한다. 가만히 앉아 이야기하는 정도라면 1/60초 이하, 걷는다면 1/125 초 이하, 뛰거나 운동을 한다면 1/250 초 이상의 빠른 셔터스피드가 필요하다.
가을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좀 더 다가가서 부분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있을 터 다양한 화각과 구도로 깊어가는 가을을 표현해 보자.
쓰레기 매립장에 조성된 자연생태환경공원으로 조용히 산책하거나 앉아서 쉴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한다. 억새 식재지, 해바라기 식재지, 풍력발전기 등 공원 전체가 테마에 따라 구성되어 다양한 풍경들과 마주할 수 있으며, 한강과 어우러진 주변 일대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문, 경주는 가을이 되면 곳곳이 단풍으로 절경을 이룬다. 경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불국사를 비롯하여 대릉원, 안압지 등 아름답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우니, 마음 따라 발길 따라 경주를 누려보자.
변산반도 부안의 채석강과 함께 가장 이름난 곳으로, 가을 단풍의 대표적 명소인 내장산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다. 단풍과 더불어 만날 수 있는 하늘 높이 뻗은 침엽수림은 가을의 청량함을 느끼게 하여 발걸음까지 가볍게 만든다.
유명한 만큼 단풍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도 많아 단풍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오전에 갈 것을 추천한다. 내장산에서도 내장산 입구부터 케이블카 승강장까지의 도보 코스, 내장사부터 케이블카 승강장까지의 단풍 터널은 내장산에서도 특별히 아름다운 단풍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픈 아내의 쾌유를 빌며 한 그루씩 심은 은행나무가 30년의 세월이 흘러 숲을 이뤘다는 이야기만으로도 홍천 은행나무숲은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다. 사유지인 탓에 노란 은행이 절정에 이르는 10월 한 달 동안 무료로 개방한다.
* 보령제약 디어닥터 9,10월 호에 기고한 사진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