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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발사

#15 사진에세이

by 션표 seanpyo




LA까지 10시간이 넘는 비행. 두 살 아이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앉아서 불편하게 잠을 자는 아이를 보다 못해 거꾸로 자는 방법을 생각해낸 아빠.







다리가 좀 불편해도 몸이 누울 수 있으니 다른 방도가 없다. 아이가 잠결에 의자 등받이에 발을 구르는 순간 미사일처럼 날아갈 것이 염려되어 결국 책을 보며 밤을 새웠다. 이런 나의 인내에 보답이라도 하듯 아이는 잠깐 몸을 뒤척이더니,








박태환 선수가 반환점 턴을 위해 수영장 벽에 발을 구르듯 경쾌한 발길질을 했고

눈치를 챈 아빠가 재빠르게 의자 밑으로 떨어지는 아이를 받았다.(이 놀랍고 재미난 장면을 기록하지 못한 게 아쉽다)







몇 번의 여행을 통해 변하는 건 아이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다. 한창 인생의 중심을 살던(?) 엄마, 아빠가 세상의 중심을 아이에게 내어주고 있다.


2010.4






두, 세 살 아이와 장거리 여행에는 비행기 맨 앞 좌석이 좋은 선택은 아니다. 공간이 넓어 어른에겐 편하지만 좌석 팔걸이가 제쳐지지 않아 아이가 옆으로 편히 누워 잘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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