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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표 seanpyo May 23. 2022

몽골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옵스에서 만난 것은 사람이다

두근두근 몽골여행 서부 #11



몽골 친구들과 고비를 여행하던 까마득한 어느 밤. 몽골인이 생각하는 몽골 최고의 여행지를 물어보았다. 옵스, 홉드, 자브항... 그들은 당시로서는 낯선 이름들을 하나씩 열거하기 시작했는데 모두 몽골의 서쪽 지역의 지명들이었다. 



옵스 UVS



까만 밤하늘에 빛 나는 모래를 흩뿌린 듯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대체 몽골 서쪽에 뭐가 있길래 고비의 밤보다 아름답다고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오늘 그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던, 옵스 (UVS) 아이막에 도착했다. *아이막 : 몽골의 가장 큰 행정구역





바로 그 친구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옵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창 안쪽에서 지켜봐야 했다. 옵스 아이막의 서쪽부터 동쪽의 하르가스 호수의 헤초하드까지 열여덟 시간을 꼼짝없이 차 안에 앉아 보내야 했다. 모든 게 나의 탓이었으므로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약간의 게으름 때문이고, 빡빡한 여행 스케줄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는 비행기 시간에 맞춰 울란바토르로 쉼 없이 달려야 하는 시한부 여행자였다. 주머니의 크기는 정해져 있는데 너무 많은 길과 풍경을 구겨 담으려다가 결국 풍경을 눈으로만 흘려보내게 된 것이다.





18시간 이동경로(네모 안은 제주도 크기)



바양울기를 벗어나 오브스에서 처음 차를 세운 곳은 주유소였다. 기름이 충분했다면 우리는 목적지까지 쉼 없이 달렸을 터였다. 주유소 옆에는 작은 마켓이 있었는데 그곳이 오브스와의 첫 만남이라니 헛웃음이 나왔다.







마켓보다 매점이라 표현하면 이해하기 쉬운 작은 가게 안에는 물건도 많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앉아있어도 손님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카운터에는 앳된 얼굴의 소녀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녀의 생김새는 몽골인이라기보다 바양울기 지역에서 만난 카작인에 가까웠다. 먼 길을 달려왔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소녀의 얼굴을 보고 느꼈다. 그녀는 외국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랄 법도 했지만 말없이 무심한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행자가 스쳐 지나가는 곳. 잠시 친해져도 떠나고 나면 정리되는 인연들과의 수많은 경험이 만들어낸 무뚝뚝함 일 것이다. 소녀에게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활짝 웃는 우리의 표정이 옮겨간 것인지 카메라를 보는 그녀도 웃었다. 가게 안 물건을 둘러보는 것도 잊은 채(딱히 살 것도 없었지만) 함께 사진을 찍다가 정해진 시간을 다 사용하고 말았다. 결국 사진 한 장 선물할 여유 없이 스치고 말았지만 미소를 주고받은 것만으로도 분명 의미가 있었다. 오전 내내 창 밖으로 흘러 지나간 옵스의 풍경보다 기억에 남는 한 순간이었으니까.







주유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솜(마을)이 있었다. 그런데 한 골목에 마켓이 두 개나 있어서 양쪽을 번갈아 왔다 갔다 했다. 마주 보고 있는 마켓에 무슨 차이가 있겠냐마는 반나절 차 안에 감금되어 있던 터라 그마저도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다시 여행이 시작되고 까마득히 먼 길을 달렸다.



옵스의 광활한 자연은 마치 벽에 걸린 액자 속 그림처럼 고정되어 있었다. 10분 전에 이미 지나 간 풍경과 10분 뒤 우리가 지나쳐 가야 할 풍경이 한눈에 보였다. 나는 미래를 알고 있는 예언자처럼 무심히 지나는 풍경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흘려보고 있었다. 달리는 푸르공의 흔들림이 요람처럼 느껴질 즈음 스르르 두 눈이 감겼다.


나는 낮잠을 좋아하지 않는다. 깜빡 든 잠에서 깨 이미 어둑해진 창밖을 바라볼 때면 하루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에 억울한 마음마저 들곤 했다. 그래서 낮잠을 잔 기억은 아플 때가 전부이고 아무리 피곤해도 낮에는 침대에 눕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은 예외였다. 한낮의 눈부신 햇살도 무거워진 눈꺼풀의 무게와 깊은 어딘가로 끌려들어 가는 의식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흔들림과 소음이 홀연히 사라진 고요함에 눈을 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처럼 창밖의 풍경이 낯설다. '여기는 대체 어디지?'라는 말이 불쑥 입에서 튀어나왔다. 미 서부 네바다, 모로코의 거친 황야에서 본 황량한 풍경. 영화를 보다 잠이 든 사람처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놓친 걸까 궁금해졌다.







동행들은 한 목소리로 내가 잠든 동안 지나온 풍경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며 보지 못한 나를 안타까워했다. 왜 깨우지 않았냐고 따져 물으니 '깨웠는데 다시 자더라'라며 나를 탓했다.









다행히 해는 아직 높은 곳에 있었다. 그곳에는 거친 고비에서조차 느낄 수 없었던 황량함이 느껴졌다. 인간의 접근을 거부하는 자연의 무뚝뚝함, 그것은 나에게 익숙한 초원의 모습은 아니다. 다시 바퀴가 움직이고 수많은 풍경을 흘러가는 동안 지평선은 점점 익숙한 몽골의 모양으로 변해갔다.


서서히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이 느껴질 만큼 긴 여정이다.








다시 차가 멈췄다. 사방으로 1시간 거리가 훤히 시야에 들어오는 쓸쓸한 들판의 중심이었다. 이런 곳에 서 있으면 세상이 점과 선의 2차원으로 느껴진다. 가까운 거리에 넓은 호수가 있었지만 책상처럼 반듯한 지형 덕분에 그저 두꺼운 선으로 보였고 거리를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우리가 멈춘 곳에는 초원 위에 작은 점 같은 건물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곳은 여행자를 위한 식당이었다. 과연 이곳을 지나는 여행자들은 쉬어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달려온 길도 까마득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도 그랬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곳에 잠시 머물며 점심 겸 저녁식사를 했다. 





파란 선으로 보이는 호수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멀리 호수 건너에 초원의 잔디가 미처 덮지 못한 흙빛 산이 있었다. 마치 공기 원근법으로 그린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나는 드론을 꺼내 그곳으로 보냈다.









드론이 하늘 높이 오르자 호수의 광활한 면적이 드러나 깜짝 놀랐다. 쉽게 닿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참을 비행해도 호수 건너편에 닿지 못했다. 때 마침 바람까지 불어 오히려 기체가 뒤로 밀리는 듯하다. 접근을 거부하는 자연의 의지로 느껴졌다. 이번 여행은 전기를 충전할 곳도 없었기에 쓸데없이 배터리를 소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지만 드론을 거둬들였다. 







어느새 곁에서 내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가 있었다. 그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드론과 리모컨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번갈아 살폈다. 학교도 친구도 없는 이 쓸쓸한 땅 위에서 아이는 어떤 하루를 보내고 앞으로의 유년 시절은 어떻게 보내게 될까? 닿지 못한 이름 없는 산 보다 곁에 있는 아이의 존재가 더 신비하게 느껴졌다.









길에서 만난 우리에게 긴 시간이 없었으므로 서둘러 그의 사진 한 장을 담고 폴라로이드 프린터로 파일을 보낸 뒤 사진을 인화했다. 소년에게 건네고 나니 출발 시간이 되었다. 언젠가 오랜 시간 후에 다시 이곳을 지나치게 된다면 지난 시간만큼 자라 있을 소년을 다시 만나게 될까? 그런데 그 얼굴을 보니 내가 아는 몽골인의 생김새, 나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먼 길을 왔구나

바양울기에서 여기까지의 긴 여정을 되돌아보니 기억되는 것은 파노라마 같은 자연의 이어짐이 아니라 짧은 만남들이다. 결국 사람이었다. 찰나의 만남이 지루한 하루 여정을 중화시켜주었다. 다시 찾지 않는다면 나에게 옵스는 그 두 사람의 얼굴로 기억될 것 같다. 







푸르공에 몸을 싣고 다시 길을 떠났다.


인적 없는 초원에서 집터의 흔적을 만났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유목민의 땅,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만난 집터는 과연 어떤 공간이었을지 궁금할 만도 했지만 하필 수십 분 전부터 화장실로 삼을 만한 지형을 찾던 우리에게는 그저 훌륭한 화장실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일행들은 차를 멈춰 세우고 집터로 달려갔다.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잠시 차에서 내렸는데 사정없이 달려드는 모기떼에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잠시라도 동작을 멈추면 몸에 달라붙었고 사진 한 장 마음 편히 찍을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대체 이들은 어디서 나타난 걸까? 서쪽의 모기들은 사람을 물지 않는다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경험을 획득했다. 









하지만, 모기를 제외하면 그곳에서 만난 노을은 아름다웠다. 초원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다리는 순간이 바로 일몰이다. 같은 일몰이라도 길에서 만나는 그 모든 순간이 다르다는 것을 초원 여행자라면 누구나 안다. 나는 노을을 수집하는 사람처럼 그날그날의 노을을 기록한다. 비록 옵스에서의 첫 하루는 종일 이동하는 차 안에서 보냈지만 단 10분으로 행복할 수 있었다.  









이런 멋진 노을은 살면서 하루 이틀 기다렸다고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오늘은 참 운 좋은 하루였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호수로 향하기 전, 앞으로 2일 동안 오지에서 먹을 음식과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솜에 들렀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멋진 마켓을 만난 우리는 차가 멈추자마자 우르르 달려갔다. 지금까지 서쪽에서 만난 어떤 곳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큰 대형(?) 마켓이었다. 자화는 앞으로 이런 마켓을 만나기 어려우니 먹고 싶은 것을 모두 상자에 담으라고 말했다. 우리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들이닥친 쇼핑객들처럼 물, 휴지, 과일 그 외 먹을 것을 상자 안에 쓸어 담았다. 오늘 하루의 에너지를 그 순간에 모두 쏟아부었다. 후회 없는 쇼핑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자정이 넘은 시간, 누군가 마실 물을 찾았는데 상자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차에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어디에서도 없었다. 상자가 사라졌다. 영화 메멘토를 보듯 함께 시간을 거슬러 기억을 되돌려 보았다. 음식재료를 주워 담고 계산한 것까지는 분명한데 상자를 들고 나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모두 이 놀라운 상황에 대해 한 마디 하지 못한 채 눈만 꿈뻑거리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미 한 시간 넘게 달려왔고 아직 갈길이 머니 차를 멈출 수도 돌아갈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저 이 상황에서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기억에 남는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그리고 화장실도 사용할 수 있었으니 그걸로 됐다. 




길고 긴 하루의 기다림.

이제 2시간만 더 가면

하얀 호수에서 일출을 만날 수 있다.


















알기 쉬운 몽골이야기 8 옵스 아이막


넓은 호수와 차츠르강의 아이막 몽골 서쪽에 위치한 

 “옵스Uvs” 아이막을 소개합니다





옵스는 울란바타르에서 1,336km 떨어져 있는 행정구역입니다. 

지리적으로 옵스 아이막은 몽골 서부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69.6천 평방 킬로미터, 총길이는 1267km입니다. 서쪽으로 Bayan-Ulgii (바양울기) 아이막, 남쪽으로 Khovd(홉드 ) 아이막, 동쪽으로 Zavkhan(자브한) 아이막, 북쪽으로 러시아 투바와 접한 곳입니다. 





기후는 몽골에서도 추운 지역으로 겨울철에는 영하 30℃ ~ 40℃이고 여름철에도 15 ~ 20℃의 선선한 날씨입니다. 이처럼 척박한 자연환경 때문에 몽골에서는 '옵스 사람들은 강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아름다운 풍경에서 살아가는 이곳의 유목민들은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물처럼 맑은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저는 외할머니의 고향이 있어서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많이 접해온 터라 꼭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는데 몇 해 전 옵스를 여행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옵스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옵스 호수”를 찾았는데요. 한국인에게는 몽골의 홉스골이 가장 유명하고 큰 호수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몽골에서 가장 큰 호수는 옵스 호수입니다. 바다와 같은 수평선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몽골인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곳입니다.





옵스는 음식으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차차르강” (몽골명 Chatsargana)이라는 비타민 나무가 유명한 곳입니다 차차르강의 70%가 옵스 아이막에서 자란다고 합니다. ‘잠츠’라고 불리는 소금(암염) 역시 웰빙소금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옵스 사람들이 즐겨 먹는 전통음식 “보리가루”도 유명합니다. 특히 서쪽 지역에서는 보리가루를 수테차에 뿌려 먹기도 하고, 과자처럼 반죽해서 먹기도 하니 옵스를 여행하신다면 꼭 한 번 드셔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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